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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법조인의 조언] 백강진 재판관 인터뷰
11월 18일 서초동의 한정식당에서 편집위원장인 윤경 변호사와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유엔특별재판소(ECCC, Extraordinary Chambers in the Courts of Cambodia) 재판관으로 재직하던 중 귀국한 백강진 재판관을 만났습니다. 

백강진 재판관은 2015년 7월 ECCC 재판관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캄보디아에서 근무 중인데 이번에 대법원에서 개최하는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 귀국하였습니다. 바쁜 일정(11월 20일 출국) 중에도 서울지방변호사의 선후배 법조인들을 위하여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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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A. 아닙니다. 지면으로라도 선후배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캄보디아 특별재판소의 재판관으로 근무 중이신데 ECCC는 어떤 곳인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고, 어떻게 ECCC에 근무하시게 되었는지, 언제까지 근무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ECCC는 우리에게 킬링필드로 잘 알려진 캄보디아에서 1975∼79년 사이에 폴 포트의 급진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가 양민 약 170~200만 명을 학살한 사건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하여 캄보디아 정부와 유엔이 합의하여 범죄자의 형사처벌을 위하여 만든 특별법원입니다. 2006년 7월 3일 출범하여 현재까지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UN과 캄보디아 정부의 협약에 의해 설립된 법원이지만 일부 피의자의 처벌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반대 등으로 운영이 쉽지는 않습니다. 저의 임기는 현재 담당하고 있는 사건들을 종결하면 함께 종료합니다.
저는 국제재판관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얻고 싶어 지원했는데 다행히 UN으로부터 임명되어 2015. 7.부터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법관들이 업무에 바쁘고 저 또한 당시 맡고 있는 업무가 있었는데 도중에 빠져나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Q. 사실 저는 지난달 개최된 국제심포지엄과 관련하여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습니다. 먼저 이번에 대법원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을 개최하였고, 재판관님께서 토론을 해 주셨는데요. 사법의 미래에 대해서는 법원보다 우리 변호사들이 더 관심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대법원에서 이런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계기가 뭔지 궁금하고, 재판관님께서 토론자로 나선 동기도 궁금합니다. 
A. 대법원은 일찍부터 사법정보화를 위한 작업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저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고요. 당시 법원의 전자소송 등을 계획하고 설계를 할 때 초기에 실무자로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러 대법원은 기존의 사법정보화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 부임 전에 그러한 준비 작업에 참여를 하였는데 마침 2016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이란 주제를 들고 나왔고 이에 맞추어 대법원에서도 사법정보화와 관련하여 사법의 미래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준비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사실상 2015년부터 준비한 것이었고요. 그 준비작업에 일부 관여한 저에게도 대법원이 참여할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대결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전반적으로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것 같습니다. 이제 AI라고 하면 조류인플루엔자보다 인공지능을 먼저 떠올리지요. 그래서인지 심포지엄 이후에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며 관련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Q. 제가 알기로 이미 우리나라의 사법부의 정보화시스템은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약을 한다고 하였는데 어떤 방향으로 도약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감히 답변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그것은 현재 구성된 대법원 사법정보화 발전위원회에서 계획을 잡아서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부분은 AI와 빅데이터일 것입니다. 우리 사법부는 이미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등기, 재판 정보 등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미 제가 2005년에 정보화심의관으로 재직할 당시 모든 판결문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판결문과 결정문을 원시 데이터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 전자소송이 정착되면서 어느 정도 빅데이터가 확보된 상태입니다. 이제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활용하면 인공지능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판결의 경향과 양형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고, 이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 전반에 파괴적 효과(Disruptive Effect)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기존의 사회구조나 노동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Q. 변호사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보수적 성향의 사법부가 선도하는 하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A. 대법원은 이미 모든 데이터를 집적한 분당전산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그동안의 모든 판결과 결정 및 등기관련자료 등을 모두 전산화하여 가지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민간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 의제를 설정하고 추진해 나간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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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렉스 마키나(창설자 죠슈아 워커)는 어떻게 운영이 되는 것인지 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러한 것이 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저는 렉스 마키나의 현재 단계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렉스 마키나의 조슈아 워커가 심포지엄에서 시연한 내용은 일정한 경향을 보이는 법원의 사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AI의 도움 없이도 예측이 가능한 내용이었습니다. 진정 필요한 부분은 쉽게 예측이 안되는 재판의 결과이겠지요. 다만, 렉스 마키나가 의미를 갖는 부분은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여 판결의 예측을 하는 내용입니다. 즉 정확한 예측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딥러닝(AI스스로 학습하는 활동)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입니다. 처음 대법원이 전자소송제도를 계획하였을 때 저는 언젠가는 모든 소송자료를 전산화하여 공개함으로써 유익한 법률정보를 추가로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운영되는 형태는 매우 소극적입니다. 
이러한 소극적 운영에는 소송관계자들이 생산한 준비서면 등을 공개할지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없는 것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판결문과 소송자료를 결합하여 빅데이터를 만들어 낸다면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 동의가 이루어져 법원이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좋은 법률관련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직업을 사라지게 하기도 하지만 분명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데 있어 관건은 충분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정보공개에는 국민의 알권리와 사생활보호의 문제가 충돌하는데, 이것은 결국 사회적 합의의 문제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판결의 경우 캐나다가 전면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것을 보면 개인정보보호가 절대적인 가치는 아닌 것이고, 적절한 보호조치 하에 공개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4차 산업혁명 이후 법률가들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판사나 변호사가 없어지고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 생각하시는지요? 
A. 과거 산업혁명 이후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다만 예전 산업혁명에서는 단순노동이 기계로 대체되었다면,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전문직이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경제 사회의 근본적 구조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수의 많은 법률가들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계속적으로 종전의 방식으로 교육받은 다수의 변호사들을 배출하면 결국 그런 법률가들이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오직 법률서비스 시장만이 아니라 모든 전문직의 미래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사항일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저희 재판소에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젊은 청년 법률가들을 만나 본 저의 경험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전문직이 살아갈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입니다. 최소한 AI의 도움을 받아 법률 사무를 처리하는 더 전문화, 고도화된 일부 법률가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AI가 생산한 결과물을 적절한 리뷰 없이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따라서 장래의 법률사무는 AI의 도움 아래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만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만 하는 법률가들은 힘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나아가 AI에게 제공하는 데이터(정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며, 일반인이 아닌 법률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잘못된 정보를 만들어 내면 프로그램은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실제 미국 법원에서 이용하고 있는 범죄자의 재범률을 산정하는 프로그램에 대하여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에 통계를 통하여 실제 결과와 비교, 검증하여 본 결과 프로그램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프로그램에 제공한 정보의 오류가 심각하였습니다. 가령 흑인에 대한 편견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그대로 제공되는 정보로 반영되어 프로그램이 오류를 범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일 것입니다. 

Q. 재판관께서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tay Human’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던데 바로 사람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라 이해했습니다. 
A. 그렇습니다. 의료 차트는 이미 기계가 인간보다 잘 읽고, 스포츠 기사도 컴퓨터가 더 잘 작성하는 상황입니다. 법률 분야에서도 인간 법률가가 살아 남는 길은 기계와 동일 분야에서 경쟁하기보다는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적인 부분을 끝까지 지키는 것입니다.
창의력과 공감능력을 인간의 고유 속성으로 정의하려는 시도가 일반적인데요. AI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학습할 능력이 없습니다. 모짜르트나 베토벤 풍의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고, 두 가지 종류의 음식을 창의적으로 조합하여 새로운 메뉴를 내 놓을 수 있지만,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음악이나 요리를 창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시내의 도로에서 AI가 길을 건널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많은 수의 상대 운전자와 눈치 싸움을 한 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먼저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알고리즘으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한 교수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호사는 앞으로 비이성적이고 오류에 빠진 의뢰인을 상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주장에는 다소 지나친 면이 있지만, 어쨌든 인간 의뢰인을 궁극적으로 만족시키는 존재는 AI보다는 인간 변호사이겠지요.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정의(justice)는 만족스럽게 정의(define)된 바 없고, 이것이 우리 법률가의 희망이라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의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 중 한 명을 희생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도록 프로그램해야 하는가라는 난제가 남아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운전자를 보호하도록 설정하겠지만, 대량의 인명희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운전자만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 옳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에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로 검색해 보시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이는 결국 법률가를 비롯한 인간들이 합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나아가 AI의 규제 이슈도 있습니다. 고삐 풀린 AI가 어떠한 미래를 창조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나아가 그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담보할 법적 장치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보는 개인화된 페이스북 피드나 뉴스가 과연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파괴적 기술의 발전과 이에 대한 인류의 보호라는 문제는 전 세계적 이슈가 될 것이고, 인간 법률가들이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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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요? 
A. 사법시험 존치론의 정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제 개인적으로 사법시험에서 로스쿨제도로 변경된 것은 일단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는 등산과 같은 삶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이후는 파도타기의 삶입니다. 등산은 목표가 명확하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평탄한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고생끝에 낙이 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파도타기는 다양한 크기의 파도에 대처하여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특정한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사법시험은 등산과 같은 구조입니다. 법률만 공부하고 그에 관한 전문성을 갖게 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 번 산꼭대기(법률지식의 습득)에 올랐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삶은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매번 배워야 하고 그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법률지식과 함께 연결하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일의 반복일 것이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로스쿨 및 여러 교육기관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법을 연결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법률가가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준비 없이는 우리 법률서비스 시장이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Q. 변호사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제가 그걸 알면 이 자리에 없겠지요.(웃음) 저는 변호사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 조언이 여러분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4차 산업혁명에 국한해서 말씀드린다면, 먼저 이를 이해하고 AI와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법률가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AI와의 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소송의 경우 e-discovery솔루션을 통하여 상대방이 제출한 방대한 전자문서에서 관련 문서를 골라낸 후 증거로 제출할 가치를 가진 문서를 결정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전자의 단계에서는 AI가 첨단 검색 기술을 이용하여 관련 문서들을 인간 법률가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찾아낼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 적정한지는 법률가가 판단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오래 전부터 의료계에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라포(rapport) 형성이 치료 경과에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 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경우에도 비단 의뢰인뿐만 아니라 재판부 등 업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적정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능력, 협업을 이끌어내는 능력 등이 기계가 침범할 수 없는 핵심 역량으로 부각될 것입니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식을 에피스테메(episteme)와 테크네(techne)로 구분했습니다. 언어로 배우는 이론적 지식인 전자에 비해 몸으로 배우는 실용적 지식인 후자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경시되어 왔습니다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후자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될 것입니다. 

Q. 바쁜 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 주셔서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끝으로 선후배 법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십시오. 
A. 저 역시 소중한 기회를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옛날이 좋았고, 지금의 젊은 세대는 별로 전망이 없다는 생각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간의 집단 무의식 비슷한 사고틀이라고 합니다. 저는 직업상 집단학살이나 강제수용소 피해자들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하게 됩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인간은 의미를 찾는 존재라고 정의하면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순간 순간 극한의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이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하면서 견뎌 내었다고 했습니다. 또 그렇게 의미를 찾는 방법 중에는 무엇이든 창조하거나 직접 체험 내지 대면하는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지난 심포지엄에서 클라우스 슈밥 다포스 포럼 회장과 대담할 때 슈밥 회장은 보편적 기본 소득이 불가피한 대안인 것처럼 답했습니다. 만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더라도 기계의 도움으로 생계 소득이 생기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온다면 인간은 과거에는 사소한 것으로 여겨졌던 대상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기존의 고정된 틀에서 보면 우리 법조계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좀 더 유연한 사고하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논의와 다양한 레벨의 해결책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백강진 재판관 약력

연수원 23기
서울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LLM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4 7.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1996. 9. 서울지방법원
1998. 3.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00. 2. 대전지방법원
2003. 2.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
2003. 7. ~ 2004. 7. 조지워싱턴 대학교 연수
2005. 2.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
2008. 2. 서울고등법원
2009. 2.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2010. 2.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2011. 2. ~ 2015. 6.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2015. 7. ~ 유엔 캄보디아 재판소 재판관
2016. 2. ~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고용 휴직)



인터뷰/정리 : 김종규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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