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인문학두드림
[문화산책/인문학두드림] 그들은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
그들은 그렇게 널브러져 있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 Last Exit to Brooklyn』


noname03.jpg


낮이 되면 일자리를 위해서, 삶을 위해서 맨해튼으로 건너간다. 빌딩 사이로 돌아다니다가 ‘일거리’라도 발견하면 다행이다. 밑바닥 인생들은 하루하루를 일단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밤이 되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맨해튼에서 브루클린으로 건너간다. 지하철을 타든 차를 타든 걷든 간에 브루클린을 향한 출구(Exit)는 늘 열려 있다. 1950년대 생산직 근로자, 거리의 여자 혹은 남자(퀴어), 외항선원, 신문팔이, 참전군인, 택시드라이버, 마약쟁이들은 그렇게 “집”이든 “소굴”이든 그리로 돌아갔다.

허버트 셀비(Jr.)의 소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Last Exit to Brooklyn, 1964년)』와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1989년, 영문명은 동일)』는 1952년 미국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다. 사는 이유와 희망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주인공이 있고 서로 무관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완성된 조각보처럼 오묘한 컴퍼지션을 이루고 있다. 소설을 보면 문장이 계속 이어지는데다가 줄거리가 무척 분절적이어서 이해가 쉽지 않다(2016년 최근에야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되어 있다). 책 중간 중간을 읽다 보면 독자가 ‘사회’라는 곳을 한껏 다르게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문제작은 잡다한 군상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지를 예상치 못하게 하고 그 자체를 들여다보게 하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폭력, 강간, 매춘, 마약 등의 혐오스런 장면은 물론, 공장의 파업이 노조 임원들의 횡령·협잡·알력으로 얼룩져 중도에 좌절되는 장면도 오래 기억에 남게 한다. 여러 독자는 이 상황이 미국의 중심 뉴욕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 어쩌면 그래서인지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 서평(book review)에서 '또 다른 미국an another America'라고 표현했는지 모른다.


noname04.jpg


도시의 지옥을 그려내고 사회에 분노와 저주를 퍼붓는 이야기들(小說)은 영화화되면서 하나의 전기를 맞았다. ‘이것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영화는 충실하게 소설의 장(章)을 잘 살려 이야기를 꾸리고 있어, 뉴요커(뉴욕 하층민)의 실태를 적절하게 세상에 드러냈다. 뭇 남자에게 짓이겨진 창녀와 권력투쟁에서 버림받은 노조원의 장면에 종종 흐르는 테마곡(A Love Idea)은 곧 유명세를 탔다. 거리의 추잡한 모습들과 끔찍한 린치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들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인상보다는 우울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이것은 아름다운 선율로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위안을 받아야 한다는 음악감독(마크 노플러)의 배려가 아닐까 한다. 실로 음악의 위대한 힘이다. 2017년 새해.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다. 한때 미국 사회는 맨해튼의 빛과 번영을 창조해 갔지만, 브루클린의 어둠과 타락을 내버려 두기도 했다. 빌딩의 첨탑은 높게 올라갔지만, 그 강 건너편에서 생지옥의 문이 열려있었다.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에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최근 그들은 선택(Election)을 통해 정치판과 그들의 대표를 바꿔 버렸다. 


noname02.jpg


noname01.jpg


우리나라도 새해를 맞이한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나라의 국민은 다시금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일자리는 줄어드는 경제현실에서 피케티의 자본세습론을 실증(?)한 ‘수저계급론’이 널리 퍼졌다. 또한 마침내 도래한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우리는 ‘뭘 해도 안 된다’는 자괴(自愧)·침체(Depression)를 품게 되었다.
1952년 뉴욕 브루클린. 사람을 짐승에 표현하는 성경의 구절을 인용한 책(『Last Exit to Brooklyn』)은 “사람은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또 하룻밤이 갔다”고 시작하면서 인간이 창조한 생지옥을 그려낸다. 그것은 ‘좋다’ ‘나쁘다’의 판단이 어려운 그 ‘자체(自體)’이며, 또 다른 모습을 할 수밖에 없는 인격(人格)의 현장이기도 했다. 

브루클린으로 나가는 마지막 출구 앞에서 누군가는 소리친다. “나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그 분노는 무섭다!


유재원 사진.jpg

유재원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국회 입법조사처 서기관

유재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