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척, 친구 등 주위에서 한부모 가족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혼한 전 배우자로부터 자녀의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아주 적다. 자녀 양육은 부모의 의무이지만, 이혼했다는 이유로, 함께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혼 후에도 부모의 의무를 다하고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2009년 민법이 개정되었다. 이혼할 때 당사자 간 협의된 양육비 이행을 용이하도록 양육비 부담조서 작성을 의무화하였다. 그러나 이혼할 정도로 사이가 나빠진 부부는 빨리 이혼하려고,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 등 여러 이유로 양육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서로 양육비를 주고받지 않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한부모 중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경우는 77.6%에 달한다.
그러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실제로 한부모 가족의 소득은 전체가구 소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주거도 매우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적 어려움에 다시 양육비 청구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한부모는 선뜻 시도하지 못하며 홀로 전전긍긍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부모는 ‘매일 매일이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광야에 홀로 서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부모의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2014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 법에 근거해 2015년 3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하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상담부터 협의, 소송 등 법률지원, 추심 그리고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주고 있는지 모니터링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법을 만들 때 양육비는 사인(私人) 간의 채무이므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소하자마자 그 동안 기다려왔던 한부모들의 상담과 신청은 폭주했고, 한동안 전 직원이 상담에 동원되어도 전화통화가 마비될 정도였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법적 절차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신청한다고 바로 양육비를 받는 것은 아니다. 협의로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소송을 진행하면 3~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 후에도 연락을 회피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신청자 한 분, 한 분 사정을 고려해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 악의적인 방법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자에게는 경찰과 함께 거주지 등에 방문하여 구치소에 구금하는 감치 집행을 통해 양육비를 받아 내기도 한다.
☞ (사례 1) A씨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자녀를 키웠다. 그 동안 전 배우자는 고위직으로 취업하는 등 승승장구하였으나, 자녀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16년 동안 소송도 하고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았지만 연락을 회피하며 해외여행을 다녔다. 그래서 A씨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았다. A씨의 전 배우자는 감치 명령, 현장기동반 출동으로 2일간 구속된 뒤 그 동안의 양육비 3천만 원을 전액 지급하였다.
☞ (사례 2) B씨는 미지급 양육비 5천만 원을 받기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았다. B씨의 전 배우자 소유 부동산을 조사한 결과, 전 배우자는 채무 회피를 위해 반복적으로 지인과 소유권 이전등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이에 이행관리원은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 및 사해(詐害)행위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동시에 전 배우자와 지속적 합의를 시도하였고 결국 미지급 양육비 전액을 받게 되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출범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결과, 전화, 인터넷, 방문 등 상담은 5만 건이 넘었다. 실제로 양육비를 받은 금액은 96억 원에 달한다. 한국생산성본부의 경제성분석 결과, 양육비이행관리원의 1년간 편익은 한부모의 소송 비용, 사회복지비용 절감 등을 고려할 때 약 243억 원이며, 앞으로 10년간 2,982억 원의 편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녀양육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부모의 의무이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출국금지, 운전면허 제한을 하는 미국, 호주 등에 비하면 이제 1년이 지난 우리나라의 양육비이행제도는 걸음마 단계이다. 올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를 받는 것뿐 아니라 비양육부모와 자녀 간 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 여성가족부는 채무자의 소득, 재산 조사권을 강화하여 양육비이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모로서 그 의무를 다하도록 돕는 것, 아직 작은 씨앗이지만, 싹이 나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뿌리내릴 것이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