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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의 ‘유언공정증서’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31511 판결

01 사안

고혈압과 당뇨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박 모 씨는 2011년 12월 유언장을 작성하기 위해 공증인 H를 병원으로 불렀다. 공증인 H는 “부동산을 장남에게 유증한다. 단 장남은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과 삼남에게 각 3,000만 원, 장녀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고, 어머니이자 박 씨의 배우자인 강 모 씨에게는 강 씨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말일에 60만 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의 유언 공정증서를 작성해 박 씨에게 읽어준 뒤 박 씨의 동의를 받아 박 씨의 서명란에 대신 서명을 했다. 박 씨는 이듬해 11월 사망했고 장남이 유언장 내용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배하려 하자 강 씨와 나머지 자녀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공증인의 유언장 낭독을 듣고 구두로 동의한 뒤 공증인이 대신 날인했기 때문에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과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언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유언 무효 부분은 제1심에서 원고 승소, 제2심은 원고 패소로 상고된 사안.

 

02 판결의 요지

〔1〕 민법 제1068조 소정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하는바,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지만,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하고 그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한 다음 유언자에게 필기된 서면을 낭독하여 주었고,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할 의사식별능력이 있고 유언의 내용이나 유언 경위로 보아 유언 자체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

〔2〕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

 

03 평석

가. 유언공정증서
민법 제1068조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① 증인 2인의 참여가 있을 것, ②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공증인에게 구수할 것, ③ 공증인이 유언자의 구술을 필기하여 이를 유언자와 증인 앞에서 낭독할 것, ④ 유언자와 증인이 필기가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할 것 등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고, 이 방식에 따르지 아니할 때에는 다른 유언의 방식에 해당하여 유효로 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유언으로서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되는 것은 ‘유언취지의 구수’와 ‘증인의 적격’ 두 가지인데, 대상판결은 유언취지의 구수와 위 ④의 서명 또는 날인 부분에 관한 것이다.[참고로 현행 민법이 유언의 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수와 유언서면 작성의 순서로 유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오랜 공증실무의 관행상 유언자들 대다수가 유언절차가 개시되기 전 공증인에게 유언취지를 미리 작성하게 하고 이를 확인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유언서면 작성이 구수보다 앞서 그 순서가 바뀐 경우에도 긍정하고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다51550, 51567 판결,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다1712 판결 등)]나. 유언취지의 구수 유언취지의 구수(口授·말로 전하는 것)가 있었는지의 문제와 유언능력이 반드시 동일한 개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민법 제1068조가 정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유언취지의 구수’란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유언능력보다는 더 상위의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므로 구수가 부정되는 경우는 대개가 유언능력이 의심되는 경우이다.

따라서 구수의 여부도 유언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부정되는 것이고, 그러한 유언능력의 유무는 유언의 내용, 유언자의 연령, 질병의 종류와 양상을 포함한 심신의 상태와 그 추이, 발병 시와 유언 시와의 시간적 경과, 유언 시와 사망 시와의 시간적 간격, 유언 시와 그 전후의 언동과 정신상태는 물론, 종래의 유언에 관한 의향, 유언자와 수유자와의 관계, 종전의 유언의 유무, 종전의 유언을 변경할 만한 동기나 사정의 유무 등 유언자를 둘러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언 당시 유언사항 즉 유언의 내용을 판단할 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판결례에서 유언자의 구수가 없어서 유언이 무효라고 한 사안의 판시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 문제될 정도로 유언자의 의식이 불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위와 같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유언자의 구수는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하여야 하나, 다만 어느 정도의 구수가 필요한지는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즉 공증인과 증인의 면전에서 이루어진 유언자의 발언이 미미할지라도 유언의 내용이 간단하여 이것만으로도 유언자의 의사를 알 수 있을 경우에는 법이 요구하는 구수가 있었다고 보아 그 유언은 유효하지만, 유언자의 구수가 없이 고개만 끄덕거린 경우라든가,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지는 않고 ‘전에 제출한 서면대로’라든지, ‘전에 말한 대로’ 등의 진술만 있을 경우에는 적법한 구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유언자(와 증인)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과 공증인의 대행
민법은 유언자와 유언에 참여한 증인은 공증인이 작성한 유언공정증서의 필기가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명은 반드시 호적상의 성명이 아니더라도 본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것이면 상관이 없고, 기명날인은 인장에 의한 날인만이 허용되고 무인 등에 의한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서명의 경우 공증인법 제38조 제4항에서는 열석자로서 서명할 수 없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증서에 기재하고 공증인과 참여인이 이에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공정증서유언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인다. 공인은 자기가 본대로 합리적 재량의 범위 내에서 유언자가 자서함이 가능한가 아닌가 판단할 권능을 가진다. 따라서 유언자가 서명할 수 없는 경우 공증인이 그 구체적 사유를 기재하고 날인함으로써 유언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생략할 수 있다
기명날인의 경우 유언자와 증인은 유언자가 아닌 타인에게 명해서 인장을 날인하게 하여도 상관없다는 것이 일본의 통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장재형 교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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