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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는 말

심심치 않게 판사의 부적절한 언사가 문제되고 있고, 미담 사례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10년을 조금 넘게 법정에서 변론을 하여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두 장면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나는 10여 년 전 제가 공익법무관 3년차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중앙지부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의뢰인은 상가퇴거 소송의 피고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상당한 금액의 권리금을 주고 건물의 매점을 임차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세들어 있는 건물이 리모델링을 하는 바람에 매점을 비워주어야만 했습니다. 계약서에 의하면 의뢰인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퇴거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권리금에 대한 미련때문인지 퇴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변론이 열렸고, 의뢰인과 의뢰인의 아내가 재판에 왔습니다. 재판장인 L판사님은 이사비 정도를 받고 퇴거하는 내용으로 조정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였고, 의뢰인은 상당히 아쉬워하였지만 조정에 응하여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조정이 성립되자 L판사님은 방청석에 있던 의뢰인의 아내를 불러 “법률상 권리금에 대하여는 이러한 경우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남편은 가족을 위하여 잘 살아 보려고 상가를 임차한 것이고, 이 일로 어느 정도 어려움은 겪게
되겠지만 가족 간 불화하지 말고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고 위로를 건네었습니다. 위 말을 들은 의뢰인의 아내는 법정에서 울음을 떠뜨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생각해보면 L판사님은 의뢰인과 같이 출석한 아내를 보고 이 매점이 가족에게 절실한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어려운 살림에 적지 않은 돈을 잃게 됨으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가정불화를 우려하였기 때문에 위와 같이 말해 주었을 것입니다. 의뢰인의 아내도 어느 정도 위로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장면은 제가 기억하는 법정에서 가장 훈훈했던 순간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공익법무관 1년차로 지방에서 일할 때입니다. 의뢰인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금지급청구를 당하였는데 의뢰인의 주장은 보증서류를 친척이 위조하였고 자신은 보증을 서 준 사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장은 위조사실에 대하여 형사판결을 받는 등 증거가 없으니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패소판결 하였고 이에 의뢰인은 사문서 위조 등으로 형사고소를 하면서 항소하였던 사건입니다. 저는 항소심을 맡아 법정에 의뢰인과 같이 들어갔는데 재판장이 고소장을 보더니 대뜸 의뢰인에게 “당신이 친척을 고소해서 범죄자로 만들었구만”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1심의 판사는 형사판결이 없다고 하여 패소판결을 하더니 2심 판사는 도리어 고소 사실을 비난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재판장의 생각은 친척 간의 문제이고 하니 위조 사실 등을 따지기보다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을 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형사고소는 이미 공소시효가 경과하여 공소권없음이 되었고, 결국 원금 지급 정도로 조정되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의뢰인이 고소하게 된 계기가 1심 판사의 지적 때문이었다는 것을 2심 재판장이 알았다면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2심 재판장은 별생각없이 위와 같은 말을 하였지만 의뢰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판사마다 왜 다르게 이야기 하는 거야?”라고 의아해했을 것이고, 좀 심하게 말한다면 법원에 대한 불신감을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위 두 사례를 생각하면 진부하긴 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될 수 있고, 반면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상처를 주는 것에 더 나아가 제도에 대한 신뢰감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문병화 변호사

정부법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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