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변호사제도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전문변호사제도의 방향성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전문변호사라는 것은 변호사를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분명 소비자를 위한 것일 테다. 즉, 소비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쉽게 찾기 위한 제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변호사제도의 방향성은 소비자들의 시각에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법률상담을 하는 소비자들은 전문가들에게 무엇을 원할까? 소비자들은 질문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을 원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명확한 답을 말이다. 그뿐인가? 소송이 문제된다면, 명확한 승소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소송의 승패를 명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변호사가 소송의 승패를 명확하게 알려준다면, 그 변호사는 전문가라기보다는 장사꾼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생각하는 전문변호사는 질문에 대한 즉답이 가능하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소송이 진행된다면 일어날 여러 가능성을 충실하고 세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변호사다.

전문변호사를 위와 같이 정의하게 되면, 전문변호사 등록분야는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 개별변호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등록분야 세분화는 인접직역과의 다툼에서도 장기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는 포석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대한변협이 전문분야를 축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질문에 대한 즉답이 가능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즉, 관련 법률 공부는 물론이고, 관련 산업 공부, 많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한 숙지, 직접적인 전문분야 소송실무 경험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문변호사 등록요건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까?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면, 진짜 전문가를 전문변호사로 추천(등록)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등록요건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닌가?

필자뿐만 아니라 동료 내지 선후배 변호사님들도 변호사 업무의 특수성을 알고 계시겠지만, 전문성 못지않게 성실성도 변호사의 중요한 자산인데, 전문성 이외에 성실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전문변호사의 양성이라는 측면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전문변호사의 양성문제는 도제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단독 개업을 한 변호사도 제외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전문변호사 등록요건을 한 없이 강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즉, 성실하되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변호사가 단독개업을 한 경우라도, 전문변호사가 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전문분야등록요건으로 소송수행 건수를 지나치게 요구할 경우 기득권이 고착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소송수행 건수가 많으면, 전문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소송수행 건수가 좀 모자라더라도, 다른 등록요건(예: 변협 등 교육수료 내용, 관련 대학원 수료 여부, 증빙 가능한 관련 상담 건수, 대학 내지 대학원 전공, 집필서적, 변호사가 되기 전의 직업 등)의 보완을 통하여 전문변호사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변호사의 양성 및 전문분야 세분화는 최근 문제가 심해지는 변호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고, 인접직역과의 마찰에서도 장기적으로는 다툼을 극복할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한다.

이승주 변호사 티에스 법률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