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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동호회를 소개합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에밀 자토펙이 남긴 이 말은 인간본질의 핵심을 갈파한 경구로 받아들여진다. 어째서 사람이 달린다고 하였을까? 새가 날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은 그들에게 일상적일 일이겠지만, 사람의 일상은 대부분 달리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 보통임에도 그는 왜 사람은 달린다고 표현하였고, 이것이 어찌하여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각인을 남겼을까?

달리는 것의 본질은 전진하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이다. 42.195㎞의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에 있어서는 고통의 극복과 인내, 자기절제와 희생이 더욱 요구된다. 에밀 자토펙은 달리는 행위 속에서 이러한 특성을 간파하여 불굴의 의지와 고통의 인내를 인간의 한 속성으로 규정지었고 이는 전 세계인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안락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진의 의지와 이를 위해 고통을 인내하고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험난한 고산준봉의 등정,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 역경의 극복도 바로 이러한 인간 본연의 속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이는 바로 다름아닌 우리들 자신의 한 속성이기도 한 것이다.

마라토너는 30km를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육체적 한계점에 직면하게 된다. 발목과 무릎, 허벅지 등의 고통이 심해지면서 몸은 말을 안 듣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만진다. 어떤 때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울면서 뛰기도 하고, 왜 마라톤에 참가하여 이 고생을 할까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라톤에는 고통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완주 후에는 그 기쁨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견디기 힘든 고통 뒤에 오는 환희와 평안, 성취감과 안도감이 나를 감싼다. 그동안의 육체적 고통과 괴로움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 고통을 견뎠던 근육은 더욱 단단해지고 장기의 기능은 더욱 원활해진다. 달리는 중에도 기쁨이 있다. 투명한 햇살, 파릇하게 돋는 신록 또는 곱게 물든 단풍, 반짝이는 호수의 물비늘을 감상하는 안복이 있고, 한줄기 청량한 바람도 땀을 씻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같이 뛰는 동료 참가자들 서로 끊임없이 무언의 격려를 보낸다. 길가에 나와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료수를 건네면서 화이팅을 외친다. 평소에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내가 도움을 준 적이 없는 사람들이 기운내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나를 응원한다. 나를 격려하고 이끌며 지지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세속적인 이해타산과는 무관하게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격려에 힘을 얻기도 한다.

마라톤에는 인생에서 명심해야 할 가르침도 있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하여는 무게중심을 낮추어야 한다. 무게중심을 조금만 높여도 관절에 받는 충격이 쌓여서 결국에는 완주가 불가능해진다. 처음에 우쭐한 마음에 겅중겅중 뛰다가는 필경 절반도 못 가서 주저앉게 된다. 무게중심을 높인다는 것은 곧 실패요 패망의 길이다. 인생도 이와 같아서 실족하지 않으려면 중심을 낮추어야 한다. 마라톤이 주는 또 다른 인생의 지혜이다.

 

2001년 발족한 서울지방변호사회 마라톤동호회는 ‘달리는 변호사들’이라는 예명을 갖고 있는데, 이를 더 줄여 ‘달변’이라고도 한다. 혹자는 달변을 변호사 직무의 성격에 빗대어 ‘달변(達辯)’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달변은 초대회장이신 황의채 변호사님이 초석을 다지고 2대회장 우정권 변호사님, 3대회장 양경석 변호사님이 그 기둥을 세우셨다. 불민한 4대 필자를 거쳐 5대 이경택 변호사님이 원만하게 회를 이끌고 계시고, 총무로 서현덕 변호사님이 수고해 주고 계신다. 달변 회원 중에는 강호의 숨은 고수들도 많다. 박치수, 문광신 변호사님은 3시간 30분대에 주파하는 달변의 준족(駿足)으로 일 년에 십여 차례씩 각종 마라톤대회에 경쟁적으로 참여하여 한 분은 100회, 한 분은 200회 완주를 코앞에 두고 있다. 양경석 변호사님은 철야로 진행되는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를 완주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고백할 것은 사실 마라톤은 기록이 좋은 사람들보다 기록이 뒤쳐지는 사람들이 더 힘들다는 점이다. 뒤늦게 달리면 나중에는 춥고 배고프고, 때로는 교통통제가 해제되어 지하보도를 건너는 등 고통이 배가됨에도 포기하지 않고 이 모든 역경을 딛고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모두가 승자가 되는 모임, 그것이 바로 서울지방변호사회 마라톤동호회이다.

 

 

달변은 매년 봄가을 두 번에 걸쳐 공식적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3월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와 10월 춘천에서 개최되는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대회이다. 춘천마라톤은 매년 버스를 대절해서 다녀왔는데, 귀경길이 늘 막혀 오는 시간이 4~5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하늘처럼 파아란 북한강의 물과 화악산, 유명산, 명지산 등 경기서부 명산자락의 고운 단풍을 생각하면 그것도 오히려 즐거움이었다. 달변은 매월 3째주 토요일에 월례모임을 갖고 양재역부근의 개뜰공원에서 탄천으로 나가 한강변 잠수대교, 때로는 올림픽대교나 천호대교까지 왕복하는데, 달리면서 직업적 애환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일까지 정담을 나누다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3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초월하여 나누는 우정어린 정담이 달리는 것 못지않은 매력이다. 이를 잊지 못해 정익우 변호사님은 최근에는 발목이 안 좋아 훈련을 할 수 없음에도 손수 담근 술을 가지고 식사자리에 참석하여 회원들을 격려하기도 하셨다.

백절불굴의 노장 황의채 변호사님이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신은 몸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필자도 경험하였다. 언젠가 침울하고 바닥없는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는 듯한 마음이 달리기를 하고 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싶게 전혀 다른 곡조의 노래처럼 활기차게 변해있는 것이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그 마음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마음을 움직이는 조종간은 바로 내 몸, 내 두다리였던 것이다. 여러 가지 변호사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고 지친 분들은 지금 당장 달변 회원들이 모이는 양재천과 한강변으로 나올 일이다. 같이 강바람을 맞으며, 양재천을 거슬러 오르는 잉어들과 피어나는 수양버들의 연초록 잎들을 보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힘을 충전하여 돌아가실 수 있으리라.

● 동호회 가입문의는 마라톤 동호회 총무 서현덕 변호사(010-2720-6517, truth@naver.com)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박성원 변호사

법률사무소 光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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