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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변호사의 이미지… 바꾸고 싶다!드라마 모니터링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

◈ 시작하며

변호사는 극작가들에게 미움을 받아왔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제2부 제4막 제2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우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법률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일이다”


그로부터 5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극작가들은 변호사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2016년 11월 16일부터 2017년 1월 11일까지 KBS 2TV에서 방영한 드라마 ‘오 마이 금비’는 가족드라마지만 법률자문을 위해 2명의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작품이다. 친권상 실심판 등 생소한 가족법 분야에 대해 다루면서도, 시나리오 제작과정에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현실에 가까운 법정공방의 모습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변호사 캐릭터의 역할은 전형적인 TV드라마의 ‘사악한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의 법률자문을 담당한 변호사로서, 실제 드라마 제작에서 법률자문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변호사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 간단히 서술하고자 한다.

 

 

 

◈ ‘오 마이 금비’에서의 변호사

‘오 마이 금비’는 치매와 유사한 희귀병을 앓는 10세 소녀 금비가 우연히 사기꾼인 모휘철을 만나고, 서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변호사는 금비를 위해 신탁된 재산을 관리하다가, 금비의 양육과 관련된 소송이 끝나자 ‘이 서류에 서명하면 보다 빨리 재산을 찾을 수 있다’는 식으로 금비와 금비의 친모를 기망하여 서류를 교부받고, 신탁재산을 가지고 잠적한다.
이 드라마는 극 초반에 등장하는 모휘철의 형사재판절차와 극 후반에 나오는 금비의 친권상실심판절차를 현실성 있게 그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현실적인 법정공방을 그려냈지만 등장인물 중 변호사의 역할은 근대소설의 ‘악역 변호사’일 뿐이라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 드라마에서 변호사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변호사’라는 직업이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믿고 의지하는 변호사가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과 당혹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변호사의 배신이 필요했기 때문에, 작가로서는 변호사를 악역으로 등장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변호사가 재산을 잘 관리해서 금비에게 전해주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글을 쓰는 순간, 그것은 이미 드라마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

단지 아쉬운 점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변호사가 입체적이지 못하고, 너무나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드라마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있지만,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변호사 캐릭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변호사는 드라마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의뢰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천사’ 아니면 ‘돈을 떼어먹거나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당’ 외의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일들을 해줄 수 있는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 드라마 제작에서의 변호사의 역할

실제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법률자문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작가와 만나 드라마의 시놉시스에 대해 듣고, 설정에 처음부터 무리가 있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수정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조언을 하게 된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법적 분쟁이 현실성이 있는지, 실제 법정에서는 어떤 절차가 이루어지는지 등을 조언하게 된다. 그러나 법률자문 변호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법률 관련 분야에서의 조언’일 뿐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극 전체의 내용에 대해 조언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TV드라마의 제작은 촬영이 진행되는 중에 계속해서 다음 회의 대본을 써나가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시나리오 전체를 읽어볼 시간이 주어지기 힘들고, 변호사의의견이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들에 대해 ‘법률적인 고증이 부족하다’고 단순히 비난만 하는 것은 드라마의 제작현실을 생각지 않은 비판이 될 것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조력하고, 드라마 제작 스케줄을 따라 계속해서 조언을 하는 한편, ‘변호사’라는 직업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드라마 내에서 충분히 보여질 수 있도록, 작가들에게 변호사가 실제 하는 일을 보여줄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박서영 변호사

법률사무소 미우

드라마 ‘오 마이 금비’ 법률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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