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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진 변호사 인터뷰

 

Q. 오랫동안 검찰에 계시다가 2015년에 변호사로 개업하셨는데요, 공직생활과 비교하여 변호사 생활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검사로 21년, 변호사로 2년 근무했습니다. 검사와 변호사 모두 좋은 직업이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검사의 길과 변호사의 길이 모두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니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굳이 변호사의 좋은 점을 들라면 아무래도 활동 반경이 넓고 담당할 사건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변호사를 하면서 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검찰 내부의 문제점이랄까 이런 것도 생각하시는지, 변호사가 된 후에 변호사들을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으신지요?
검찰 수사과정에서 수사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점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수사의 밀행성은 꼭 필요한 부분에 한정되어야 피의자가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지요. 검사 시절에는 변호사들이 간혹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변호사가 되고 보니 수사자료나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의뢰인의 주장에만 의지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확하지 못한 사실이나 의견을 주장하게 되고, 진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면 민망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수사과정도 재판처럼 공개하고 수사자료도 최대한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과다한 수사 밀행주의도 문제지만 피의자가 수사처리 과정을 외부에서 전혀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송치된 날 바로 사건을 처리해 버리는 일도 있는데, 이것도 재판처럼 기일을 정하고 피의자에게 통보해서 충분히 준비할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Q. 국내 유일의 필적학자이기도 하신데요, 필적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공부를 하셨는지요?
글씨를 쓴 사람이 누구인지, 동일인의 글씨인지 여부를 구별하는 필적감정과 달리 필적학은 글씨를 보고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행태를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평검사 근무기간의 대부분을 살인범, 조직폭력배, 마약사범을 다루는 강력부에서 보냈습니다. 그때 피의자들에게 자필 진술서를 쓰게 했는데 강력범죄자들의 필체는 특이하게 필압이 높고 행간이 좁으면서 글자들이 서로 침범하면서 들쭉날쭉한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들의 글씨를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항일운동가와 친일파 친필을 수집하면서 글씨체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글씨는 넓은 행간에 크기가 작고 필선이 깔끔하면서 경직되어 있는데, 친일파들의 글씨는 크기가 크고 곡선이 두드러져서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글씨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서양에 필적학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의 책을 구해서 보았습니다. 책을 보면서 실제 사례들을 검증하는 식으로 공부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Q. 『필적은 말한다』(2009), 『어린아이 한국인』(2015)은 필적과 관련하여 집필하신 책들이지요? 집필하시게 된 동기와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내용인가요?
중간점검을 하고 싶었다 할까요. 그간 수집한 글씨들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반응을 보고 싶었습니다. 『필적은 말한다』는 제가 수집한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글씨를 소개하고 그 차이를 분석한 책입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필적학을 다룬 책이었는데 문화일보 1면 톱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어린아이 한국인』은 울주 천전리 각석을 보고 고대로부터 내려온 한국인의 특성을 분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고대에 한국인은 어떤 존재였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글씨를 분석해서 풀어낸 책입니다. 한국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조선시대는 글씨가 존재하지 않아서 6세기 무렵 신라 글씨부터 분석하였는데요, 금관총에서 나온 환두대도의 이사지왕(尒斯智王) 명문(銘文)을 보면 크기와 줄이 정연하지 않고 흩어져 있습니다. 금관총에서 나온 다른 유물들의 세공이나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이사지왕 명문이 이렇게 쓰여진 것은 결코 수준이 낮아서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이 대단히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후 우리 민족이 고른 크기의 글씨로 줄에 잘 맞춰 쓰게 된 것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책 역시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인터뷰하는 등 국내 주요 언론이 모두 큰 비중으로 다루었습니다

 

Q. 의뢰인이나 상대방의 필적을 보면 성품을 짐작하실 것 같은데 이런 점을 업무에 참작하시는지요? 의뢰인의 글씨를 보고 업무수임을 거절한 경우라든지요(웃음).
글씨체를 보면 상대방의 성품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으면 업무를 하거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의뢰인의 경우 수임을 해야 필적을 보게 되므로 아직까지는 글씨를 보고 수임을 거절하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웃음). 검찰에 있을 때는 피의자의 필적을 보고 거짓말을 잘하는 성품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Q. 고미술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압니다. 소장하고 계신 작품 중에 소개해 주실 만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수집한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구석기 시대의 돌도끼부터 현대미술까지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수집을 했습니다. 본격적인 수집품은 손병희 선생, 박은식 선생, 김좌진 장군 등 항일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친필입니다.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항일운동가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친필이 없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이런 글씨들을 찾아서 확인하고 소장하고 있다는 데 큰 보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카이브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입니다.
저는 고미술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현대미술에도 관심이 많고 일부 소장도 하고 있습니다. 석사와 박사 논문을 쓰면서 모두 미술 관련 법률을 다루었는데 현대미술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법은 현실 세계를 다루는 것이어서 현대미술이 주된 쟁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흐름을 읽고 브레인스토밍하는 데 현대미술만한 것이 없습니다.

 

Q. 필적이나 고미술에 조예가 깊으시니 지적재산권 업무도 많이 하시겠습니다. 관련하여 진행한 업무가 있다면 기억할 만한 것을 하나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미술 관련 법으로 석사(민법)와 박사(지적재산권법) 학위를 받았고, 또 미술이나 문화재 관련 인사들과 오래 교류하다 보니 관련 사건들을 맡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문화재 취득이나 미술 저작권 문제 등 여러 가지 사건을 다루었고 현재 진행 중인 것도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그 분야의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고 또 좋은 결과가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미술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후배들이 연락하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미술법을 다루려면 창작 능력보다 미술에 대한 이론, 미술품 거래 현실 등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지적재산권은 워낙 다양한 대상과 권리를 다루고 있다 보니 변화가 빠르고 이슈도 쉬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미술 관련한 이슈는 주로 미술가의 권리, 특히 정신적 권리가 폭넓게 주장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갈 일들이 이제는 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서비스 유형이 계속 나오다 보니 기존 저작권법에서 정하는 권리 중 어디 하나에 명확하게 해당되지 않고 판례도 없어서 다툼이 많습니다 .
진행한 사건들은 상세히 공개하기 어렵지만 국립해양박물관이 구입한 이순신 관련 문화재에 관한 문화재보호법위반 사건에서 대상물이 분실유물과 같다는 증거가 없었던 점을 들어 무혐의 처분을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Q. 좋은 취미를 개발하고 업무까지 연결 짓게 된 비결은 무엇인지요? 또 후배들에게 더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지요?
그냥 좋아서 했을 뿐입니다. 취미 생활을 하다 보니 자료를 찾고 관련된 분들과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식이 쌓이게 되고 업무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비결은 없고 굳이 들라면 곁눈질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판 것입니다. 
후배들에게는 선배법조인들을 무조건 따라가려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항상 질문하고 답을 찾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법을 다루는 일은 긴장되고, 고독한 결정을 해야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잘 견디려면 취미가 한두 개 있는 게 좋은데 수집을 권하고 싶습니다. 좋은 테마를 정해서 십 년 이상 수집하다 보면 공부도 많이 하게 되고 보람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독립운동가 친필을 모았듯이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인터뷰/정리 : 채정원 본보 편집주간

 

* 구본진 변호사 약력

1889. 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학과 졸업
2010. 2.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박사(지적재산권법 전공)
1988. 10. 제30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20기)
1994. 3.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
2003. 4.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2007. 3.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2008. 3.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장
2012. 7.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
2013. 4.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지청장
2014. 1.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2015. 2. 명예퇴직
2015. 4. 법무법인 케이씨엘 구성원 변호사
2015. 5.~ 법률신문 논설위원
2016. 1.~ 매일경제신문 명예기자
2016. 5.~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변호사
2016. 9.~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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