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날개처럼 보여요.”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바람이 휙 소리를 내고 지나가는 것 같아요.”, “육상선수가 지나간 자국 같기도 해요.” 우리는 캐럴린에게 많은 시간을 들여 작업한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35달러짜리 수표를 주면서 돌려보냈다.

‘나이키’의 로고가 단돈 35달러에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삼성이나 애플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이 회사의 창업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이다.
육상선수였던 필 나이트는 사업을 스포츠 경기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것 같다. 그는 창업을 결심할 무렵의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스포츠와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바로 이것이다. 공이 공중에 떠 있을 때, 권투선수가 공이 울릴 때가 가까워졌음을 느낄 때, 육상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달려갈 때, 관중이 하나되어 일어날 때, 바로 그런 순간에 행복, 아름다움과 진리가 있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기 직전의 숨 가쁜 순간에 명료함을 느낄 수가 있다. 나는 바로 이런 명료함이 나의 삶이자 일상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이키가 성장해 가는 과정은 스포츠처럼 명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신의 육상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과 함께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일본 신발회사인 오니쓰카 타이거(現 아식스)의 운동화를 수입·판매하기 시작한다. 이후 오니쓰카는 적대적 M&A를 통해 블루리본 스포츠를 인수하려고 시도한다. 이때 필 나이트는 오니쓰카와의 관계를 끊고, ‘나이키’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러닝화를 제작·판매하게 된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필 나이트는 신발판매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발을 파는 일을 왜 좋아하는 것일까? 그 일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 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나의 믿음에 공감했다. 믿음.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했다.”

나이키가 성장하는 과정은 사내변호사의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하나의 예로 오니쓰카와 계약 연장을 하는 과정에서 필 나이트는 다섯 개 문단으로 된 엉성한 계약서에 사인하게 된다. 계약서의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하고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 그는 결과적으로 오니쓰카와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영업부서의 경우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협상력이 약할수록 더욱 그러한데, 이때 적절한 조언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사내변호사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뉴노멀’이라고 이름 붙여진 세상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성장이 끝나버린 것 같다. 하지만, 아디다스가 지배했던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작은 무역상에 불과했던 ‘나이키’를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로 성장시킨 필 나이트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울림이 있다.

고지훈 변호사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법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