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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초심을 찾다

나의 남편은 한의사이자, 초등학교 주치의다.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병원에만 있는 삶을 갑갑해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몇 가지 활동을 하는데, 학교 주치 한의사(한의사 교의)도 그 중 하나이다. 즐겁게 의욕을 갖고 활동하고, 해당 초등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한 결과 매달 각 학년씩, 또는 저학년, 고학년씩 묶어서 수업하고, 초등학교 성교육에 대한 논문도 한 편 냈다. 수업도 자주하고, 수업할 때마다 요가, 시식 등 실습거리도 준비하고, 수업 사진이나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하는 것을 보고 흥미로워 나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음날 학교에서 스케줄을 잡자고 연락이 왔다. 주제는 학교폭력이었다. 

 

요즘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폭력의 유형이 학교에서 나타나고, 발생횟수나 강도도 성인의 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점점 가해자의 연령대가 낮아져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빈번하게 문제되고 있어 초등학교부터 학교폭력 강의는 의무적으로 하고 시행하고 있다. 학교에 강의하러 갔더니 교실마다 학교담당 경찰관이 지정되어 포스트가 붙여져 있을 정도이다. 아이들조차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보다는 강의하러 온 사람이 변호사라는 점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저학년은 너무 어려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드니 4, 5, 6학년을 대상으로 세 차례 강의를 하기로 했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4학년과 6학년의 눈높이는 매우 다르다고 하여 강의 교재는 동일하게 만들되, 설명하는 범위나 깊이를 조금 다르게 했다. 특히 학교폭력의 경우 형법상의 범죄보다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학교폭력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우리 주변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 위법행위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였고, 이후 폭력 및 학교폭력의 종류를 설명하였고, 그리고 학교와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하는지, 학교와 사회(법원)가 가해자를 어떻게 처벌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 나아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과 동영상을 넣었으며, 수업 전후의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수업 전과 후에 같은 설문지를 풀어보도록 했다. 

 

초등학생 대상 강의라… 정말 놀라움과 당혹감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적극적인 청중을 본 적이 없으며, 이렇게 시끄러운 참여자들도 처음인 듯했다. 6학년은 긴장해서 수업 전 설문지를 빼먹을 정도였다. 4학년, 6학년, 5학년 순서대로 40분 정도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학년마다 차이가 확연히 있었다. 4학년은 내가 말해주는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듯 집중했고, 6학년은 굉장히 진지했다. 특히 6학년의 경우 시간을 좀 더 할애하여 질문시간도 40분 정도 더 가졌는데, 법적인 절차 및 요즘 회자되고 있는 탄핵에 관한 것, 대통령이 변호사를 어떻게 선임하는지에 대한 시사적인 질문도 많이 나와 초등학생들의 사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5학년은 참여율은 제일 좋았고, 설문지 성적도 제일 좋았다. 

 

10점 만점에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강의 전에는 남자는 평균 6.45점, 여자는 평균 8.06점이었고 강의 후에는 남자는 7,63점, 여자는 8.68점 이이었고, 5학년의 경우 강의 전의 경우 남자는 9.69점, 여자는 8.54점, 강의 후의 경우 남자는 9.84점, 여자는 9.9점이었다. 6학년은 강의 전 설문을 하지 못해 비교가 어렵지만 강의 후 남자는 9.92점, 여자는 9.86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학년마다 점수는 달랐지만 각 학년 남여 모두 강의 후가 점수가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의 후의 소감으로는 장난이라도 범죄가 되는 줄 몰랐다, 학교폭력을 하지 않겠다, 학교폭력을 보면 신고해야겠다 등이 있었다.

 

 

 

사실 인터넷의 발달로 초등학교 학생들도 정보에 대한 접근, 수집이 용이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내용을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었고, 강의에 이용한 동영상을 본 학생들이 많았다. 하지만, 변호사가 직접 학교폭력에 대하여 강의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강의에 대한 호기심뿐만 아니라 강의를 하는 변호사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질 수 있었고, 추상적으로, 또는 대충 알고 있던 것에 대하여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막연히 궁금했던 내용에 대하여 전문가의 입을 통해 답을 듣게 되니 그런 과정들이 더욱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게도 새로운 경험이자 나 아닌 우리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었던 것 같다. 6학년 수업에서 나에게 의뢰된 사건이 변호사로서의 신념과 다른 경우에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며, 내가 처음 변호사가 되었을 때 가졌던 포부와 믿음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전문직으로서의 여유 있는 삶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지금, 잊혀지고 있는 자부심을 다시 붙잡으며 내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정경은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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