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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은 검사 인터뷰

인터뷰/정리 : 김용우 본보 편집위원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님들이 보시는 회보에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검사님께서 포스팅 하신 글을 보면 오페라,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해박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그런 장르의 음악을 접하게 되셨나요?
과찬이십니다. 저는 학창시절에는 헤비메탈을 좋아했고, 세운상가에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음반 모두를 사서 참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그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 진학하여 고시 공부를 하고, 군법무관을 거쳐 검사로 임관하게 되니 꽤 오랫동안 마음 편하게 음악을 들을 만한 시간이 나지를 않더군요. 그러다가 2004년경 변호사를 하는 후배가 오페라 음악 동호회에 나와보라고 하여 짬을 내어 가보니 그곳에서 오페라 아리아 모음집 CD 한 장을 주더라고요. 그 CD를 수원지방검찰청에 출ㆍ퇴근하면서 한 달 동안 차 안에다 그냥 틀어놓고 운전하였습니다. CD 교체하기가 귀찮아서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중 한 곡이 귀에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무슨 곡인가 CD 표지를 들여다봤더니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Andrea Chénier)”에 나오는 <Come un bel dì di maggio(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이라는 아리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럼 이 오페라의 내용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보게 되었죠. 그리고 베르디(Verdi)의 “돈 카를로(Don Carlo)”라는 오페라를 DVD로 처음 보았는데, 당시만 해도 베르디가 “돈 카를로”를 썼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지만, 주인공인 돈 카를로가 스페인의 절대군주인 필리페 2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페인 역사도 궁금해지고, 음악도 찾게 되더군요. 그 때부터 오페라에 관심이 커졌고, 그 관심이 클래식으로 옮겨가고 그 이후에도 다른 장르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혹시 악기도 다루시거나 화성학도 잘 아시나요?
아니요. 저는 악보를 보는 법도 이젠 잊어버렸습니다. 예전에 알토 색소폰을 조금 배우다 말았는데, 연주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저에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주로 그냥 느낌으로만 음악을 듣는 편이지요. 제가 음악을 듣고 난 뒤에 느끼는 것은 대충 ‘좋다’, ‘그저 그렇다’, ‘별로다’ 세 가지 정도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바둑, 복싱, UFC, 테니스 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 경기를 즐겨 봅니다만, 할 줄 아는 건 하나도 없죠. 아마도 저는 뭔가를 배우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못 되나 봅니다(웃음),
 

어떤 계기로 음악과 관련한 글을 포스팅 하시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페이스북도 할 줄 몰랐고, 음악을 포스팅 하는 방법도 몰랐는데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하다가 일선으로 복귀한 이후 연수원 시절 제자들이 저에게 페이스북으로 소통하자고 하길래 딸내미한테 기초적인 사용법만 배워서 제자들과 연락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제자가 저에게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링크해서 페이스북에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오페라를 좀 소개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간간히 글을 올리면서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바빠지면서 정작 제자들과는 연락을 자주 못 하고, 오히려 오페라나 음악에 관심이 있는 다른 분들, 심지어 음대 교수님들과도 페친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한동안 포스팅을 안 하면, 페친들이 ‘요새 많이 바쁘십니까’라고 하면서 먼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웃음). 그렇게 지금까지 500곡 조금 넘게 포스팅 한 것 같네요. 요즘에는 새로 페친이 된 분들이 예전에 제가 올렸던 음악들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과거에 포스팅 한 글과 음악을 다시 올리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거나 많이 번거로운 작업은 아닙니다.

 

단지 음악만 공유해서 포스팅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곡에 대한 일화나 느낌도 함께 올려주셔서 초보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은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데에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 저는 아직까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성인 영화 속 진한 애정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그 장면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요. 이렇듯 음악은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추억을 회상하는 데에 좋은 도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하나둘 점차 쌓이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는 것 같고요.


보유하고 계신 음반도 상당하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음악은 주로 어떻게 들으시나요? 지금도 턴테이블이나 CD 플레이어를 통해서 들으시나요?
예전에는 LP나 CD를 통해서 음악을 들었지요. 어릴 적에는 세운상가에서 백판도 많이 샀고 CD도 많이 사서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CD를 많이 구입하지는 않고 대부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듣습니다. CD를 찾아서 듣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해 듣는 것이 빠르고 편하며, 버전도 다양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서는 어려운 음악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를 듣고 싶어도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중 몇 번이 가장 유명한지 알기가 어렵지요. 그런데 요새는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면 각 곡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그 곡을 연주하는 여러 훌륭한 연주자들의 버전을 두루 접할 수 있으니 음악을 접하기에는 매우 편해진 시대인 것 같습니다.

 

포스팅 하신 글을 보면 음악뿐만 아니라 소설에 대한 것도 많은데요. 검사님의 글 중 ‘근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역사책, 철학책, 그 밖의 인문ㆍ사회과학책, 예술서적, 처세서, 에세이, 전기류, 시집, 동양고전, 자기계발서 등에서 얻은 것보다 소설을 통해서 배운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소설을 많이 읽는 분위기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어떠한가요?

확실히 그런 것 같더라고요. 소설을 읽는 것은 드라마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소설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가 맞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에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것이 인생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소설을 통해서 어떤 유익한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다 더 풍성하게 해준다고 할까요. 소설을 통해서 자신이 몰랐던 세계, 예를 들면 노동자 또는 하층민의 세계뿐만 아니라 권력자의 고독 같은 것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소설을 통하여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확실히 인생이 ‘덜 찌질해진다’라는 느낌도 받게 되지요(웃음).



검사님은 사법연수원과 법무연수원 교수를 역임하셨는데, 제자들과 자주 연락하며 소통하시는 편이신가요? 강의하시는 것과 일선에서 수사하시는 것을 비교해 보면 어떠한가요?
네. 제자들과 같이 소통하면서 많이 젊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비교적 제자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웃음), 아무래도 강의를 할 때가 수사할 때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보람과 재미도 조금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일선에서 수사할 때와 같은 다이나믹한 면은 덜한 편이지요. 하지만 일선에서 수사하는 것이 강의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운 작업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파견 근무하셨던 것도 눈에 띄는 이력입니다.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법무보좌관으로 근무하였습니다. 당시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이슈가 되어서 헌법재판소에 계속 중인 헌법소원에 대응하였고, 아직 제정되지 않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작업에도 일부 관여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검찰 조직 외에 다른 행정 공무원 조직의 위상과 기능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민의 고충이나 민원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요. 국민권익위원회에서만 해결 가능한 여러 유형의 민원을 접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덤으로, 검찰에서 근무할 때는 잘 몰랐던, 입법기관인 국회의 중요성과 막강한 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요.



후배법조인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후배법조인 여러분들 대부분은 아마도 지금까지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에 일로매진하여 목표를 달성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맛보는 그런 유형의 삶을 살아오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의든 타의든 경쟁의 수레바퀴 속에서 대학입시, 사법시험, 로스쿨 입학시험, 변호사시험, 사법연수원 등을 거쳐왔을 것이고, 심지어는 판사나 변호사, 검사가 된 지금도 좋은 보직과 승진 또는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좇아서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20여 년 법조생활을 하면서 보니 속칭 부와 명예, 출세 같은 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검사를 예로 들자면, 담당하는 개개의 사건과 제반 업무 처리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내공을 쌓고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모든 삶을 다음 인사 때 좋은 보직 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삶 자체가 황폐해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만약에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속칭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하여 입시 공부에만 올인하고 독서나 여행, 동아리활동 등을 포기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법조인으로서 ‘성취동기’가 없는 삶이란 어불성설이겠죠. 하지만, 주제넘은 감은 있습니다만, 성공이나 성취, 목표 같은 것에만 너무 집착하여 순간의 즐거움과 치열함을 지나치게 포기하지는 마시라는 정도의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제 경험상 법조인들은 아무래도 모범생 콤플렉스 비슷한 것이 있다 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려고 노력하면서 서로 비교하려는 경향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골프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골프를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삶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는 법조인이 성공한 법조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담입니다만, 군법무관을 마친 후 20년 넘게 검사로 생활하면서 훌륭하신 상사, 선·후배, 동료 검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즐겁게 일하고 최선을 다하며 매사에 솔선수범하셨던 검찰수사관인 모 계장님입니다. 저는 그런 분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언젠가부터 청년실업문제가 화두 비슷하게 거론되고 있듯이, 청년법조인들의 현실 또한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만, 용기를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에 대한 공감도가 점점 더 높아가는 것을 느낍니다. 당시에는 생사여탈을 좌우할 것처럼 중요하게 생각되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실 별일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무쪼록, 후배법조인 여러분들의 건승과 건투를 빕니다

 

약력
1991. 제33회 사법시험 합격
1994. 제23기 사법연수원 수료
1994~1997. 육군법무관
1997.3.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
1999.2. 광주지검 목포지청 검사
2000.7. 서울지검 검사
2002.7.~2003.7. 장기해외연수(미국)
2004.2. 수원지검 검사
2006.2. 광주지검 부부장검사
2007.3. 서울고검 검사
2008.2.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장검사
2009.1. 사법연수원 교수
2011.9.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
2012.7. 대전지검 형사2부장검사
2013.4.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장검사
2014.1. 법무연수원 교수
2015.2. 부산고검 검사(국민권익위원회 파견)
2016.1. 서울고검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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