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년 7월 ○○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팀으로부터 형사일반당직 접견요청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성동경찰서 유치관리팀으로 출동하여 피의자를 접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본인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임을 밝히고 피의자의 간단한 인적사항 및 현재
의 건강상태에 대해 파악한 후, 피의자가 언제, 어떤 혐의로, 어떻게 서울성동경찰서에 유치되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피의자는 201○년 7월 ○○일 성동구 모 술집에서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던 중 여자친구를 폭행, 협박을 하였고, 주변의 신고에 의해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서 현행범 체포되어 인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는 중 도주를 시도하다가 체포되어 서울성동경찰서로 인계되었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자신의 혐의사실에 대해서 모두 인정 및 반성을 하고 있었고, 여자친구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어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는 피의자가 살인죄로 복역을 하고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전과자였기 때문에 또다시 피해자를 협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와의 연락을 일체 허용해 주지 않고 있었으며, 피의자는 가족도 없고 직업도 없는 상태이어서 변호사도 선임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는 피의자가 구속을 면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혐의인 폭행·협박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가 반드시 전달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치장 수감 중인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연락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의자에게는 가족
및 변호사도 곁에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서 유치장에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살인전과가 있는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면 피의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은 커보였습니다.

형사당직변호사는 피의자에게 영장실질심사의 개념, 절차 및 구속·석방 요건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고, 폭행 및 협박의 죄는 반의사불벌죄로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법적 조언을 하였습니다.

피의자는 살인죄로 십수년을 복역하고 만기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라서 다시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교도소 출소 후 모든 것을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한 순간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또다시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절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피의자는 형사당직변호사에게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서 “진정으로 후회하고 있다. 용서해 달라.” 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형사당직변호사는 피의자가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였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가 구속을 면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서가 제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형사당직변호사는 유치장 밖으로 나와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여 피의자의 의사를 간곡히 전달하였고, 형사당직변호사의 설득 끝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불처벌의사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형사절차의 시작은 수사단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변호인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연행·구금되어 유치장에 유치 중인 피의자를 조력하는 것은, 재판단계에서 피의자를 조력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구금되어 있는 기소 전 피의자에게 ‘형사당직변호사’ 는 그들의 인권보장 및 권리보장을 위해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광수 변호사 ●신세계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