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차 법조인입니다. 2008년 공익법무관으로 임관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그사이 로스쿨이 도입되고 등록 변호사 수는 2배가 훌쩍 넘었습니다. 제가 연수원 때 고민했던 처우하락이 지금은 배부른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10년간 변화의 바람도 거세졌습니다. 10년 사이에 성범죄, 이혼 등 특화된 법무법인이 성장하고, 변호사가 더 다양한 법률분야 심지어 비법률직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으며, 법률사무소의 위치도 넓게 분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많아진 만큼 변호사의 서비스가 더 좋아졌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은 여전히 변호사를 만날 기회가 적습니다. 제가 20~30대 대기업 직장인 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중 절반이 변호사를 처음 봤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은 인터넷 검색, 인터넷 법률카페 또는 사무장에게 의존합니다. 변호사들이 접점을 찾는 데 소극적이지는 않나 돌아보게 됩니다.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여전히 고객은 충분히 많습니다.

국민이 ‘신뢰할 만한 변호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아직도 신뢰의 원천은 ‘믿을 만한 사람의 소개’가 대부분입니다. 홈페이지나 인터넷 광고로는 의뢰인 자신과 잘 맞는 실력 있는 변호사인지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변호사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신뢰재’*입니다. 개별 사건의 수임은 변호사와 충분히 접촉, 상담하여 ‘신뢰’를 획득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국민에게 접촉과 상담을 통해 변호사에게 신뢰를 부여하는 프로세스가 아직 미흡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 중개’제도나 소위 ‘리걸테크(legal-tech)’ 플랫폼들이 신뢰할 만한 변호사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동업금지라는 해묵은 논쟁거리가 있지만, 개개 국민에게 맞춤형 변호사 정보를 제공한다는 대의와 명분은 거역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이왕이면 독점보다 자유경쟁, 외부 기업보다 변호사들이 주축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신뢰재는 “소비자가 효용성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운 재화이며, 경험재와는 달리 상품의 소비 이후 효용성의 증가 및 감소에 대한 신빙성을 입증하기 힘든 특징이 있다” (위키백과 참조)

남중구 변호사 ●법무법인 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