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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내변호사의 소송이란

 

 

6년간 언론사 한 곳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해 오면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저작권 협상·보도 내용 사전 열람 등의 언론사 특수업무부터 소송 관리·계약서 검토·직원 교육 등의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했다. 회사 관련 소송을 관리하는 이외에도 허용된 범위에서 매년 일정 수의 민사소송을 직접 대리했고, 형사 기소된 회사 직원의 변호인이 되어 보기도 했다. 법무팀이 없는 1인 사내변호사였기에, 소송 관련 기안은 물론 인지대와 송달료 계산을 포함하여 경유증표도 직접 구입해야 했다.


사내변호사는 회사가 부여한 소송에 있어서는 사건을 선별하여 맡을 수가 없으며, 여직원이나 비서의 도움 없이 대개는 혼자서 회사와 관련된 여러 분야의 소송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언론사의 특성상, 일부 민사사건을 제외하면 필자가 맡은 소송은 대부분 언론소송과 저작권법 관련 사건이었다. 언론사에 들어오는 사건들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청구, 그리고 손해배상청구 등의 소송이 주를 이루고, 소송 전 단계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도 중요하다. 특히 세월호 사건과 구원파 보도 등으로 많은 조정 사건들이 있었는바, 5년간 다루었던 조정사건이 1,246건이나 되었다는 사실은 필자도 문미옥 의원의 2016년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보고서야 알았다. 운 좋게도 일괄 합의 등에 성공하여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건수가 가장 적었고, 그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던 일은 사내변호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를 통해 보도대상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반론보도가 많이 청구되고 있는 나머지, 우리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도 반론은 매우 쉽게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반론보도청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 현실에서는 반론보도청구가 남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기자가 적법하게 취재한 사안에서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부한 정치인 등 공인이, 보도 후 슬그머니 반론보도를 청구해 오는 악습은 기자나 언론사로 하여금 취재와 보도를 위축되게 한다.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공동피고가 되었던 민사 손해배상사건과 성명표시의무 위반이 문제되었던 회사 직원의 저작권법 위반의 형사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 직원의 형사책임을 줄여주고 싶어서 자원한 형사변호의 결과 회사의 양벌규정 위반만 선고유예를 받아낼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사내변호사로서 처음 담당해 본 형사재판의 경험은 소중했다. 그리고 저작권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이 문제된 재판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위법하게 무단사용을 할 때의 손해배상액이 적법하게 이용허락을 받고 저작물을 사용할 때의 이용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산정되는 현실이 뭔가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주로 피고의 입장임에 불구하고 저작권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은 현재 진행 중인 박사과정 논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감한 이슈 중의 하나인 사내변호사의 소송건수 제한에 대해서는, 사내변호사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터라 의견 개진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위와 같이 ‘사내변호사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송을 계속 해 본 필자의 솔직한 입장은, 소송 외에도 많은 회사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내변호사에게 있어 소송대리 건수에 대한 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승소에 대
한 인센티브 보장도 없이 사내변호사의 소송 건수에 대한 제한마저 없으면, 사내변호사는 회사의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소송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될 뿐 아니라 외부 로펌에도 기업들의 사건 자체가 나가지 않게 되어 결국 변호사업계 전체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초래될지 모른다.

사내변호사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사내변호사에 관련된 법적 규율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회는 사내변호사에 관련된 각종 위원회나 정책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일선의 사내변호사들에게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최소한 소송 건수의 제한이나 회무 참여의 보장만이라도 적정한 의견수렴을 통해 향후의 논란을 줄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중혁 변호사

TV조선 사내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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