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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폭염을 피하는 방법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6월 초부터 우리는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정지훈과 함께 계속 찾고 있지만 아열대 폭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올해 폭염의 기세는 작년의 살인적 무더위를 이미 뛰어넘었다. 피부를 괴롭히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각종 화장품이나 비치파라솔만으로는 태양과 폭염을 피할 수 없다. 시원한 여름 노래들이야말로 시원한 얼음 생맥주만큼이나 태양, 폭염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우와, 여름이다” 쿨 김성수의 외마디 비명이 안겨주는 “해변의 여인”의 즐거움도,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에 실려있는 흥겨움도, 올해에 여름 정취를 편안하게 느끼기에는 더워도 너무 덥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분노가 시작된 지도 한참 지났지만, 아무리 기다려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월간 윤종신과 같이 “팥빙수”를 “싸랑해! 싸랑해!” 하면서 연일 장복하더라도, 소녀시대 제시카 표 “냉면”을 폭풍 흡입하더라도 푹푹 찌는 폭염에 이만 시리고 가슴만 시릴 뿐, 입맛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설악산 계곡이 너무 멀다면 우이동이나 청계천에서 발 담그기, 찜질방에 갈 돈이 없으면 에어콘 빵빵한 은행, 백화점, 심지어 도서관에서 하루 보내기... 그동안 폭염에 대처하는 각양각색 피서법들이 있었지만, 문화적으로는 엄정화, 주영훈이 이미 20년 전쯤 예언한 특별조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제는 웃는거야 Smile again, ♬ 행복한 순간이야 Happy day”의 페스티벌이 각지 각층에 입맛대로 마련되어 있다. 록의 기운이 부족한 이 땅에서 어느새 2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페타포트 락페스티벌 등에서 록의 열기가 치솟을 때, “폭염의 슬픔을 잊고 뜨거운 태양 아래♪ 언제나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면” 된다. 기기묘묘한 그루브 템포의 전자댄스음악도 폭염과 싸우고 싶어한다. 유명 맥주회사가 주관/협찬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은 대형 스타디움 안에서 수많은 젊은 영혼들의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한다. 대구의 치맥 페스티벌, 전주의 가맥 (가게+맥주) 축제도 다양한 음악으로 전국의 맥주 애호가들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아무리 페스티벌이 폭염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더라도, 열질환 대책은 각자의 몫이다. 어느 힙합페스티벌에서는 수백 명의 참가자들이 열사병을 호소하던 끝에 8명이 탈수현상 때문에 “응급실”로 피서를 떠나야 했다니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라고 위로해 주고 싶다.


가요 반세기를 돌아볼 때, 1960년대 초키보이즈의 “해변으로 가요”,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 등에 이어 1970년대 초반 통기타 세대가 폭염 전사로 등장한다. 트윈폴리오를 해체한 윤형주, 송창식은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갔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여름을 대표하는 노래를 내놓는다. 그것도 마치 두 사람의 성격을 거울처럼 반영하듯이 조용하고 지적인 윤형주는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로 시작하는 번안곡 “조개잡이”라는 노래로 바닷가 캠프를 사르르 녹여버렸다. 이에 뒤질세라, 순박하면서도 시원한 풍모의 송창식은 “자 ! 떠나자 동해바다로”의 “고래냥”으로 무더위에 지친 젊은이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던 것이다. 트윈폴리오의 영향력이 잠잠해질 즈음, 각종 대학가요제 입상곡들이 한반도에 등장한다. 임백천, 왕영은 등으로 구성된
징검다리의 1977년 해변가요제 대상 “여름”을 비롯하여, 밀물과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김창환의 산울림 초창기 히트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꺼야”, 높은 음자리의 “저 바다에 누워”까지 여름을 시원하게 녹였다.


한때는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가 여름을 대표하던 시절도 있었고, N.EX.T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속주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여행을 떠나요” 연주곡도 여름을 거듭할수록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남성 2인조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와 혼성 3인조 “쿨”의 “해변의 여인”이 등장한 이래 여름의 왕좌는 슬쩍 넘어갔다. 그 이후 여름을 둘러싸고 수많은 도전과 응전이 있었다. 듀스의 클래식 “여름 안에서”, 김장훈과 조PD의 휴게소 단골메뉴 “고속도로 로망스”, 듣기만 해도 수상스키를 타는 듯한 UN의 “파도”, 신화의 풋풋한 “으쌰 으쌰”, 추억의 댄스그룹 UP의 “바다”, 포지션의 리메이크곡 “Summer time”, 여름 거성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가 찌는 듯한 세기말 무더위를 향하여 뻥뻥 울려퍼졌다. 2010년 이후 K-Pop 전성시대에는 여름을 대표하는 걸그룹 씨스타의 “쉐이크잇” 등 히트곡들이나, 고품격 걸그룹 F(x)의 “Hot Summer”, 산이와 레이나의 기막한 앙상블 “한여름밤의 꿀” 등을 젊은 세대의 여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가요계 여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대를 가질 수 있다면 ♬담배라도 끊겠다”던 인디고 “여름아, 부탁해”에서의 금연 다짐도 무색해지는 35~36도를 넘나드는 도시의 열돔 안에서는 DJ DOC가 말하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까만 생머리 그녀”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늘은 우리를 향해 열려 있고 환한 미소와 함께 서있는 푸른 바다의 그녀♬”를 진정 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불멸의 2인조 듀스와 같이 손잡고, 영원한 2인조 클론을 따라 당장 “도시 탈출”을 감행하여 그 어디론가 시원하게 떠나야 한다.

 

이재경 변호사
●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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