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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집행

 

채권집행
손흥수 저
한국사법행정학회

민사본안사건은 2002년 1,054,872건을 기준으로 하면 2014년에 1,207,673건으로 114.5%가 늘었는데, 같은 기간 민사집행사건은 256,917건에서 825,800건으로 321.4%가 늘었다. 2015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전체 민사집행사건이 819,079건인데, 그 중 경매사건이 96,339건(11.8%)이고, 채권집행사건이 645,440건(78.8%)이다. 피압류채권의 존부 등에 관하여는 채권자의 주장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로 불발로 끝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사건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이 분명하지만, 위와 같은 압도적인 숫자는 민사집행에서 채권집행이 차지하는 비중의 일면을 웅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실무를 하다 보면 의외로 큰 금액이 문제되는 경우를 가끔 접하게도 된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부동산에 자산을 쌓다가, 경제가 고도화되고 부가 늘면서 채권이나 그 밖의 다른 자산으로 부의 축적의 양상이 다양해진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다. 이는 곧 민사사건 안에서 민사집행사건의 상대적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민사집행사건 안에서는 채권집행의 비중이 계속하여 커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압류나 추심명령, 전부명령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들이고, 실무가인 변호사들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가집행선고부 판결에 의한 2중의 압류 및 추심명령, 강제집행정지 담보금에 대한 대위에 의한 담보취소 등의 분쟁을 지근거리에서접하면 접할수록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민사집행법을 보면 부동산집행에 관하여는 여러 조문이 있고, 그 법리 역시 정치하게 정립되어 있는 데 비하여, 채권집행은 포괄하는 범위가 다양하고 넓은데도 조문의 수는 많지 않다. 집행법원으로 하여금 대상재산의 성격에 맞추어 적의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그랬다고도 하지만, 아마도 예전에는 부동산이 재산의 중심이고, 그 가격도 높아 이해관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서 부동산을 중심으로 입법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거로 삼을 법조문이 적다고 하는 것 이외에도 채권집행이 부동산경매에 비하여 어려운 이유는 부동산경매의 경우 그 대상인 부동산이 실체가 있는 물건이어서 눈에 보이는 것인 데 반하여, 채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논리구조가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거기에 부동산경매는 물건인 부동산을 대상으로 함에 그치지만, 채권집행에는 그 대상물이 위치한 곳에 채권이 있고 거기에는 제3채무자가 자리하고 있다. 각설하고 부동산경매에 비하여 이러저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실무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책인 『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III]』과 채권집행실무를 담당하는 사법보좌관들이 애용하는 책인『사법보좌관실무편람(채권집행 및 배당절차 편)』을 토대로,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생각해 본 것들을 더한 것이다. 저자 나름의 공부의결과물이나 단권화 노트, 뭐 그런 류의 것이다. 그래서 특정한 견해를 고집하지 않고 실무상 문제되는 쟁점들에 대하여 빠짐없이 잘 정리된 실무가가 쓴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딱일 것이다.

2012년 장문의 인사희망원을 써 내며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단독 판사 자리로 갔을 때 저자의 가장 큰 목표는 채권집행 분야에 관하여 공부를 제대로 해서 주변에 도움이 되는 책을 내 보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의 실무경험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위와 같은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었지만,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저자 아버님의 병수발 때문이었다. 중간 중간 고향길에 오르내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고, 리듬이 끊기는 바람에 다시 시작하기를 여러 번 하였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단독 자리로 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실망감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자리가 아니었으면 아버님 병수발을 어찌 했을까 아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에는 운명적인 것들이 더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 드는 생각에는 특히나.

 

 

윤경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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