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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기난부(免飢難富)

면기난부(免飢難富). 굶는 것은 면할 수 있으나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연수원동기 변호사가 필자에게 “연수원 시절 변호사실무 시간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인데, 변호사 생활을 해보니 정말 면기난부가 맞는 것 같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 ‘면기난부’도 이제는 이전 선배들이 활동하던 시대에서나 통용될 수 있었던 말이 아닐까. 이미 인터넷의 발달과 컴퓨터화, 자동화 등에 의하여 변호사업무는 대체되고 있다.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도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소송 서류 양식과 절차를 찾아 자신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변호사 없이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날지 모르겠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변호사법 제1조는 규정하고 있지만, 밥을 굶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살아가는 변호사가 그 사명감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의해 대체될 운명에 직면해 있는 현 시점에서 어떤 노력과 준비를 해야 대체불가능한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어려운 때일수록 자기 자신이 변화하기에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10년 동안 검사로 일하다 2011년 3월부터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당시 심정이 마치 황야에 배고픈 늑대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변호사로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쥬라기공원 같은 곳으로 느껴졌다. 검찰 조직이라는 전기펜스가 잘 작동하여 그곳에 있을 때는 눈 앞에 큰 공룡이 버티고 있을 때에도 전혀 겁이 나거나 무섭지 않았으나, 조직을 떠난 후 맞이한 야생의 세계에서 부딪친 그 공룡은 대단히 사납고 영악하였다. 그나마 때때로 미약하나마 전기펜스가 작동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순전히 변호사 라이센스 덕분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야생의 세계에서 필자가 만난 변호사들은 대부분 솔직하고 순진한 듯 보였다. 라이센스를 보유한 관계로 바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에 처해 있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런 변호사들에게 무한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골치아픔과 상처를 떠안아야만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들은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으로 의뢰인들에게 끝없는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업자들이 아닌가. 그러하니 변호사일을 하고 있는 동업자끼리 서로를 아끼며 격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변호사로 살아온 지난 6년 반을 되돌아보니, 그동안 영혼과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멀리 떠나보냈던 것이 확실하다. 당신도 그러하지 않으신가.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먼 산을 바라보거나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조차 제대로 들을 여유도 없이 지내고 있지 않은가.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자신이 만든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다가 바쁘지 않게 된 어느 여름날 문득 ‘면기(免飢)’도 할 수 없을 미래를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혼자 자신이 발견한 광야에 나가 ‘나는 왜 변호사가 되었나, 나는 왜 변호사로 살고 있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변호사로 살 수 있을까’ 자신만의 고독, 번민, 두려움 속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방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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