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고 좋은 것이 분명한 사람은 명쾌하다. 그래서 친구도 많고 적도 많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고 좋아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싫으면 언제든지 하지 않을 수 있고 좋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매우 드물다. 그래서 더 참 행복하다는 거다.
싫고 좋은 것이 분명한 사람은 일단 자기 혼자 행복할 수는 있겠지만, 왔다갔다 ‘갈지자(之)’로 때에 따라 말도 바뀌고 행동도 바뀌게 되면, 어느새 명쾌했던 쾌도난마(快刀亂麻)의 보검은 혼자 미쳐 추는 칼춤으로 전락한다.
싫고 좋음이 분명해서 싫은 적과 좋은 친구들이 생긴다 해도, 그 후의 갈지자로 ‘싫고 좋음’이 ‘좋고 싫음’으로 뒤바뀌면, 적은 그대로인데, 친구들마저 적이 된다. 더구나 그걸 몇 차례 반복하게 되면, 그의 주변에는 친구가 남아나질 않는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좋다는 몇 안 되는 맹신도(盲信徒)만 겨우 초라하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마당발이면서 친화력도 있어 많은 사람들과도 잘 알고 지내는 듯한데, 정작 주변에 있는 사람이 만날 때마다 수시로 바뀌고 좋다던 사람들은 나중에 보이지 않고 새로 만나 좋다는 사람만으로 계속 바뀌어 가는 사람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일관성은 없기에 좋아했던 사람들은 계속 떨어져 나가고, 친화력은 있기에 몰라서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은 계속 만들어 나가는 사람은 결코 오래 가까이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살이가 어찌 무 자르듯이 언제나 분명하게 싫고 좋을 수만 있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싫어도 해야 하고, 좋아도 할 수 없는 걸 살아가면서 그야말로 싫든 좋든 터득하게 된다. 또 그래야 살아남는다.
한편, 싫어도 좋거나 좋아도 싫은 경우가 있다. 자기 자신의 이익(利益)과 대의(大義)를 구별하는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자신의 개인적 취향과 이익에서 볼 때, 도움이 되면 좋고, 도움이 안 되면 싫다. 그건 솔직한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게 작은 패거리 속의 의리와 동정심 때문에 그리 된 것, 그리 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부합되어 용인하게 되는 것, 다 그리 되어도, 그래도 대의에는 맞지 않을 때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그나마 그런 내적 갈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양심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개인적 취향도 다르고 개인적 이익에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의에 맞을 때 싫어할 수 없어 좋아하는 때도 있다. 이른바, 대의명분에 따른다는 ‘비판적 지지’가 그것이다. 사실 지지(支持)면 그냥 지지이지, 비판적 지지가 뭐냐 하겠지만, 뭔가 충분하지는 않아도, 그에 합당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을 때 결론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는 차선의 선택을 할 때, 비판적 지지란 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참 사람들은 복잡하다. 좋고 싫다는 두 가지의 조합이 현실에서는 그렇게나 많은 경우의 수를 뿜어내다니 말이다. 도저히 어떤 하나로 획일적 개념 규정을 할 수 없는 게 복잡하고도 오묘한 인간이다 보니,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지, 진심(眞心)이 통하면, 무조건 좋거나 비판적 지지로 싫어도 좋거나, 아니면 속는 셈 치고 좋거나 좌우지간 좋게 될 수 있다. 만약 진심(眞心)이 통하지 않으면, 당장 좋아도 못 믿겠다거나, 좋아도 결코 지지할 수 없게 되거나, 처음엔 좋았다가도 자연히 싫어지거나 좌우지간 결국엔 싫어지게 된다.
그래서 아무리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뒤엉켜 살게 되더라도 결국 끝에서 통하고 남을 사람들은 바로 싫든 좋든 진심(眞心)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끼리다.

임영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