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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다시 보기 두려운 영화이다. 가족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느지막이 10시경부터 집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시작 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들어간 영화의 처음은 주인공 김병수(설경구 분)가 치매에 걸린 상태에서 과거 여러 여자를 살해하던 장면이 연출된다. 살인의 동기는 아직 알 수 없고, 태생적으로 살인마였던 김병수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줄거리는 이렇다. 예전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치매에 걸린 병수. 접촉사고로 우연히 만나게 된 민태주(김남길 분)에게서 자신과 같은 살인자의 눈빛을 발견하고 문제의 연쇄살인범임을 직감한다. 병수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마침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이 민태주라는 경찰관. 태주는 병수의 딸인 은희(설현 분) 곁을 맴돌며 계속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혼자 태주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쫓지만 기억은 자꾸 끊기고, 오히려 살인 습관들이 되살아나며 망상과 실제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계속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은 민태주의 소행임이 분명하지만 사건은 오히려 병수에게 불리해진다.

한국형 스릴러 영화치고는 시나리오가 복잡하다.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도 자주 나와서 영화 내용이 조금 끊기는 면도 있다. 병수는 어릴 적 자살한 누이의 기억, 그 트라우마로 병적인 살인마로 살아가게 된다. 결혼은 했지만 아내마저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지고 딸이라고 생각했던 은희마저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내를 살해하게 되는 병수. 그런 과정에서 병수는 정신분열을 겪게 되고 습관적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원작의 제목도 살인자의 기억법. 병수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 사이 숱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과거에 대한 기억은 편린으로만 남아, 점점 살인마라는 현재의 모습으로만 남게 된다.

병수의 치매와 정신분열과 기억상실을 이용하여 태주는 자신의 연쇄살인 범행을 병수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 또 태주는 병수가 그래도 딸이라고 믿고 싶은 은희를 교묘히 이용하여 병수를 자신의 계략하에 빠뜨리려 한다. 이런 사실을 간파한 병수는 은희를 구하기 위해, 태주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구도는 살인마 대 살인마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된다. 잊혀진 과거 살인마 김병수. 그리고 현존하는 살인마 민태주. 그들에게 있어 살인은 아픈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한 것이라 설정되고 있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이 연출되어 눈 뜨고 보기 힘든 순간들이 자주 온다. ‘이런 영화를 계속 보고 있어야 돼?' 하는.

 

영화는 해피엔딩일 수 없다. 결국 누군가는, 아니 둘 다 죽어야 하는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살아야 하는 존재인 은희는 그러한 관계성에서 다소 무의미한 존재였다. 선과 악, 긍정과 부정, 그 어떤 색채도 띠지 않는 그녀는 두 살인마 사이에서 생과 사를 오가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과거의 아픔으로 인한 정신분열과 기억상실, 그리고 살인의 충동,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결정론적 시각. 한국 스릴러의 전형적인 틀을 따르는 영화였다. 설경구의 연기가 돋보였고, 김남길의 살인마 역할 역시 일품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나 돌아갈래’를 외치던 설경구의 데뷔작, 〈박하사탕〉의 마지막이 연상된다. 일종의 오마주. 터널 앞 철길에서 김남길과 다시 마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어떤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었을까?

 

성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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