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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226km IRONMAN Gurye Korea!!!구례아이언맨대회를 마치고

손끝밖에 볼 수 없는 지리산 호수 구만제 물 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내 등을 손으로 누르며 몸 위로 타고 올랐다. 순간 호흡이 가빠지면서 살기 위해서는 그 손아귀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도 족히 3㎞는 더 수영을 해야 대회의 첫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데, 완주에 대한 걱정이 앞서면서 초반부터 이번 대회는 포기할까 하는 유혹이 마음 속에서 꼬물꼬물 기어 나왔다.

조금만 더 나아가 보기로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 몇 차례 나를 짓누르는 몸싸움에 익숙해질 때쯤 멀리 부드럽게 뻗은 지리산의 산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구만제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지리산 산자락을 넘어 운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번 구례에서 열린 아이언맨대회는 국제 철인3종 경기로 21개 국에서 1,549명이 참가했고, 외국인 선수도 무려 600여 명이 넘게 출전한 역대 최고의 대회였다. 수영 3.8㎞, 자전거 180㎞, 달리기 42㎞ 3개 종목 총 226㎞를 완주해야 하는 경기이다. 작년 봄에 고등학교 동문 동호회인 단대부고 철인동호회 회원들의 손에 반 강제로 끌려 ‘송도 미추홀 듀에슬론’(Duathlon, 달리기 5㎞, 자전거 40㎞, 달리기 10㎞)대회에 출전한 것이 인연이 되어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철인3종 경기 중 킹코스로 불리는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두 차례에 걸쳐 올림픽 종목(수영 1.5㎞, 자전거 40㎞, 달리기 10㎞ 3개 종목 총51.5㎞)을 완주한 경험은 있었지만, 하루 종일 226㎞를 완주해야 하는 경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꿈조차 꾸지 않았다.

사실 나는 매일 아침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등 4알을 먹는 고혈압 환자다. 본태성 고혈압이 있는 데다가 대학 때부터 20년을 넘게 피우던 담배와 스트레스를 잊고자 퍼먹던 술 탓으로 만 40살이 되던 2008년 초기 동맥경화증과 고혈압 판정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15년 전에 중풍으로 쓰러져 말씀을 제대로 못 하시는 어머니를 뵈면서 항상 고혈압에 대한 염려를 하고 살아왔다. 철인3종 경기를 해보자는 친구의 권유를 받고 뇌졸증으로 쓰러지거나 심장마비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피해 다니기만 했다. 사실 철인대회에 나가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에게도 선뜻 철인대회에 나갈 생각이 있다는 말을 비칠 용기가 없었다.

 

그동안 가끔 저녁에 석촌호수를 빠르게 걷고, 2주에 한 번 정도 등산을 해 온 체력을 밑천 삼아 마치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수영과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수영을 할 당시에는2주가 지나도 100m를 넘기기 힘들더니 어느새 500m, 1,000m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스스로도 대견스럽고 신기하기까지 했다. 사실 철인3종 경기에 도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수영인 경우가 많다. 실내에서 수영을 어느 정도 한다고 하더라도 발이 닿지 않는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을 해야 하고, 그 거리가 최소 1.5km가 되다 보니 첫 시작이 너무 두렵게 느껴지기만 한다.

일렁이는 파도, 익숙하지 않은 물살, 변화가 심한 수온, 선수들 사이의 몸싸움을 극복하기도 어렵지만, 가장 힘든 것은 공포다. 갑작스러운 물 속에서의 상황 변화로 심박동이 빨라지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면 통제하기 힘든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아직도 2016년 9월 정식으로 첫 출전한 ‘은총이와 함께 하는 철인3종 경기’를 잊을 수가 없다. 한강 난지도에서 열린 경기였는데, 시합 전날 연습수영을 하러 실제 한강에 들어가 보니 도대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오른쪽으로 숨을 쉬는 선수들은 오른쪽에 부표를 연결한 안전선을 보면서 수영을 할 수 있지만 난 왼쪽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넓디넓은 한강만 보일 뿐이었다. 정말 수영하는 내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셀 수도 없이 했고, 거의 실신 상태로 겨우 수영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내가 무려 3.8km를 1시간 35분 만에 무사히 마치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벼들이 익어가기 시작한 구례의 들판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도로로 떨어지는 밤송이와 나뭇잎들 사이로 가지런히 잘 가꾸어진 벚나무 길을 달릴 땐 정말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르막이 있으면 오르고, 내리막이 있으면 달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120km를 통과할 때부터 아파오기 시작한 허리가 140km가 넘으면서 통증이 더 심해졌다. 자전거 위에서 허리를 펴보기도 하고 몸을 세워 보기도 했지만 고통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도로에 나와 응원해 주던 구례군민들의 박수소리와 아름다운 구례의 풍광이 진통제 역할을 해 줄 뿐이었다.

 

6시간 31분의 대장정을 마치고, 다시 마라톤 풀코스를 뛰기 시작했을 때는 벌써 3시를 넘고 있었다. 180km를 자전거를 타다가 다시 달리기를 하면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서 쉽게 근전환이 되지 않아 발을 떼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제 3분의 2는 왔다는 생각에 새로운 기운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5시간을 더 뛰어야 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아픈 허리를 끌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생각보다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 시간을 뛰고 또 한 시간을 뛰고, 한 시간을 더 뛰고 나니 이제 더 이상 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함께 달리던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논두렁으로 쓰러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포기하고 도로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구급차를 기다리면서 도로에 눕혀 있기도 했다. 내가 왜 뛰어야 하는지, 철인3종 대회가 내게 어떤 이득을 주는 것인지, 완주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를 반문하게 됐다. 그런 생각에 빠져 관성적으로 뛰다 보니 어느새 35km를 넘고 있었고, 생각에 대한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딱히 있지는 않고, 삶을 마칠 때도 어떠한 대가나 보상도 없을 것 같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성실하게 정해진 규칙에 따라 가다보면 종착역에 다다르는 것 같다. 먼저 도착하는지 늦게 도착하는지, 걸어서 가는지 뛰어서 가는지는 별 차이가 없다. 삶과 이 대회가 다르지 않다.

 

어느새 결승점이 2km밖에 남지 않았다. 결승점에서의 환호와 감동을 생각하니 머리가 쭈뼛 서면서 가슴속에서는 뜨거운 피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어떤 세레모니를 할까’ 하는 여유도 부리다 보니 눈앞에 결승점이 있었다. 무사하게 완주를 한 안도감이 온몸에 퍼지면서 하루 종일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함께한 동료들이 모두 무사하게 완주를 하게 된 일,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부모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을 마칠 수 있게 용기를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만 생긴다. 226km를 13시간 21분 10초에 달려 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삶도 배우고, 감사함도 배우고, 건강의 소중함도 배웠다.


자전거를 탈 때까진 엉덩이에 찰싹 붙은 속옷을 뗄 때면 눈이 질끈 감기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기는 어렵다. 행복한 완주였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구례였다.

이승태 변호사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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