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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livion(망각)과 의인(義人)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 여운국입니다. 먼저 친숙한 음악 얘기로 제 편지를 시작합니다.

Oblivion(망각)은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명인 피아졸라가 1984년 작곡한 탱고 곡입니다. 서정적이면서도 애잔하고 몽환적인 선율을 가졌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항상 무언가 중압감이 머릿속을 짓누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세상만사를 잊고 싶을 때 Oblivion을 듣습니다. 망각은 달콤하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 살기가 참 어려워질 것입니다.
우리가 망각의 기쁨을 만끽하면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탱해온 의인(義人)들입니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법치주의·사법권 독립을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Oblivion이 작곡된 1984년의 한국 사회만 되돌아보더라도 그것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의인들의 치열한 투쟁의 산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을 무료변론하고 그들의 가족을 돌보기까지 했던 의인 김병로, 이인, 허헌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또한 저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권의 탄압을 예상하면서도 국가배상법에 대하여 위헌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판사들을 의인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정치권력의 반작용으로, 유신헌법은 헌법위원회를 만들어 법원의 위헌법률심사권을 박탈하였고, 정치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 법관의 파면과 임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위헌판결을 했던 대법원 판사 9명은 모두 재임명에서 탈락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면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의인 변호사들이 많았고, 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 법치주의, 사법권 독립이 있는 것입니다.

정치권력이 법원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정보기관이 재판에 관여한다고 생각하면 섬뜩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도 인권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변호사들은 Oblivion을 들으며 좋지 않은 기억은 마음속의 망각에 묻더라도, 이 땅의 민주화와 사법권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그리고 지금도 헌신하고 있는 의인 법조인들을 잊지 말고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인권보장과 법치주의가 확립된 대한민국을 위한 변호사님들의 노력에 미력하나마 일조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무더위가 가고 청명한 결실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가정과 사무실에 건강과 보람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2017. 10.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 여운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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