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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전 프로 골퍼 인터뷰

 

●인터뷰/정리 : 정지원 본보 편집위원

 

박지은 선수 시절 사진

우리나라 LPGA 1세대 골퍼이자, 1세대 미녀골퍼인 박지은 선수를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매우 감사합니다.
네, 고맙습니다. 부끄러운데 변호사회 회보는 처음인 것 같아요.

 

우선 은퇴 이후 현재 근황이 어떤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요새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은퇴하고 결혼해서 지금 두 딸 아이의 엄마이고, SBS 골프 해설위원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결국 현재 생활의 대부분은 육아입니다.
2017년 7월에 은퇴하고 같은 해 11월에 결혼하면서 처음 3년은 골프 관련 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수생활을 25년 가까이 하면서 집에는 머무르지도 못하고 집시처럼 전 세계를 떠도는 생활을 해서인지, 은퇴 이후에는 집에 머물면서 좀 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거든요. 또 쉬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골프에서 잠시 떨어져 평범한 신혼생활을 즐기면서, 아기 준비도 하며 지냈습니다. 또 저는 골퍼 박지은이기 때문에 골퍼로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나, 골프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로 가끔 방송이나 자선 행사 같은 데 참석하고 흔쾌히 플레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두 아이가 너무 어리고, 다섯 살까지는 아이에게 엄마가 제일 필요한 시기라고 하니, 아이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아직까지는 Full-time Job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변호사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육아를 하면서 전문직 여성으로서 일까지 동시에 해낸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박지은 선수 또한 골퍼로서 일과 육아의 균형과 관련해서 많이 힘들것 같습니다.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전문인으로서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지금 제 어린 딸들과의 시간은 평생 한 번밖에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또한 놓치지 않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저는 외골수 타입이라, 한 번에 단 한 가지밖에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현재 육아에 올인을 하고 있고요. 제가 우스갯소리로 부모님께 ‘나는 꿈이 현모양처야’라고 말했었는데, 저희 아버지가 요즘은 ‘너꿈 이뤄서 좋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비록 결혼 5년 차지만, 아직까지는 아내, 엄마로서의 삶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또 완벽주의자라 더 일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선수생활 시절에도 100프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현재는 예를 들어, 방송 같은 경우 저에게는 낯선 분야라서 제가 완벽하게 하지 못하다 보니,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만족스럽지 못해서 그게 더 스트레스로 작용하더라고요. 이러한 저의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지금 바로 Full-time Job을 할 마음의 여유는 없는 것 같아요.

 

2012년 7월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LPGA 통산 6승, LPGA 톱(TOP) 10 58회를 각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요새는 한국 여자 골퍼들의 전성기이지만, 박지은 선수가 활동할 때에는 한국 여자 골퍼로서 위 기록들은 정말 더 대단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저희 1세대들이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선도자이기 때문에 당시엔 모든 기록이 새로운 기록이었고 만들어지는 기록이었어요. 저는 그걸 떠나서 우승횟수는 6번밖에 안 되지만, 오히려 우승횟수보다는 톱 10을 60회 가까이 했다는 게 더 어렵고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톱 10을 유지했다는 것에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안타깝게도 전성기 기간이 좀 짧았어요. 제 불찰이지만, 몸 관리를 잘못해서 부상이 너무 심했기에 6년 정도 풀 시즌을 뛰고, 나머지 6년은 거의 부상으로 시합을 못 뛰었던 시간들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많이 안타깝죠.
저는 사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후원사조차도 한국후원사를 한 번도 가진 적 없고, 모든 후원사가 미국후원사였어요. 그래서 저를 교포로 아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골프 관련 조기유학 1세대이기 때문에 ‘Grace Park’이라는 영어 이름을 썼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미국에서 지내는 등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서의 기록은 거의 없어요.

 

박지은 선수 시절 사진

미국 사람들은 ‘Grace Park’에 대해서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Amazing Grace’(웃음), ‘Grace under fire’ 이런 것도 많이 있었죠. 그래서인지 대회에 나가면 외국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봐요. 어제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미국 PGA 대회(공식명칭: 더 CJ컵 @나인브릿지)에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거든요. 개인적으로 아는 선수들도 많고, 영어도 할 수 있다 보니까, 더 외국선수들에게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초대받아 다녀왔습니다.

 

미국 PGA 대회에서 누구누구를 만났는지 자랑 좀 해 주세요.
어제 ‘제이슨 데이’를 만났어요. 제이슨 데이와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제이슨 데이는 지금은 조금 떨어졌지만 한때 세계랭킹 1위 선수였거든요. 스윙이나 플레이 스타일도 너무 좋지만, 무엇보다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인간적인 모습, 작은 질문에도 친절하고 섬세하게 답변해 주는 멋있는 모습에 더 큰 팬이 되었습니다.
제이슨 데이가 저보다 열 살 정도 어린데, 제가 우승했던 시합(당시 제이슨 데이는 10대)도 기억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화를 주고받는 데에 있어서 더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더 CJ 컵에서 제이슨 데이와 함께 찍은 사진

당시 함께 활동하던 여자 골퍼들과 현재까지 친목을 유지하고 있나요?
네, 저는 다 연락하고 있어요. 일단 대표적으로 박세리 언니랑 지난주에 소주 한 잔 했고요(웃음). 한희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는데, 그 친구도 현재 아기 엄마이고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주 만나요. 그리고 장정은 루키시즌이 같았던 후배인데, 올해 둘째 아이를 낳다 보니, 자주 연락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당시 함께 활동하던 여자 골퍼들이 같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언제 한번 재미로 ‘라운드를 한 번 나가자’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모임명을 ‘엘사(엘피지에이를 사랑하는 은퇴자들의 모임)’로 정했어요. 재밌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모임을 만들어서 지난달에 처음으로 4명(박지은, 한희원, 장정, 김주연)이서 라운드를 나갔는데, 제 골프 인생에 손에 꼽을 정도로 즐거운 라운드였어요. 원래는 라이벌이었는데 이제는 공이 반대쪽으로 날아가든, 샷이 어떻게 맞든 20년을 가까이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와 한희원이 70년대 생이라 70모임, 장정과 김주연이 80년대 생이라 80모임, 이렇게 70, 80팀으로 2대 2로 나누어서 시합했는데, 당연히 저희가 이겼지요(웃음).

 

동료들과 최근 라운딩 사진

요새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세계대회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까닭을 한국 골프 교육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한국인의 특유의 저력 같은 것이 있는 건가요?
둘 다인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 1세대도 한국 골프 교육이 발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요. 골프에 올인을 하고, 또 경쟁자들도 많고요. 뿐만 아니라 좋은 주니어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고, 이로 인해 당연히 큰 선수들이 나오고, 또 그 큰 선수들에게 맞게 뒷받침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 선수들이 입문을 해서 더 열심히 한달까요? 정말 많이 바뀐 게 예전에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가는 것이 일종의 코스였는데, 요새는 반대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전 세계를 제패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더 체계적이고 더 많은 선수들이 있어 상호작용이 되기 때문에 굳이 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골프 대회 해설을 직접 하면, 일반 해설전문가보다 골프 선수로서의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구체적인 에피소드도 많이 떠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는 전문 해설자가 아니고 게다가 미국 생활을 너무 오래 했기 때문에 모든 골프용어를 영어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 방송에서 골프해설자로 5시간가량 방송하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순발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었거든요.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겼어요. 지난 한화금융클래식 때는 더 편안하게 해설을 하게 되다 보니, 제가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또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심리상태나 상황별 대처, 구체적으로는 어떤 샷을 쳐야 하는지, 실수가 나왔을 때 왜 실수가 나왔는지 이런 것들은 경험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레슨을 잘하는 사람들도 시합을 보면서 캐치하기가 어렵거든요.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기다 보니,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의 해설이 아직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제는 점점 더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혹시 후배들을 양성할 생각은 없나요? 그런 제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만.
먼 훗날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감사하게도 여유로운 부모님 덕분에 처음부터 엘리트코스만 밟아서 이 자리까지 왔거든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이점이 있었고, 그때는 몰랐지만 저보다 풍족하지 못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을 치는 후배들이 너무나도 훌륭한 선수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골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저의 우선순위는 육아예요.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 두 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1순위고요. 꾸준히 해설위원으로는 활동할 것입니다.

 

본 회보를 보시는 많은 회원님들이 가장 궁금해 할 부분이 골프를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지 그 노하우 같은 것일 텐데요. 초급, 중급, 상급으로 각 조언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장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초급자분들은 성급히 필드에 나가지 마시고,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꼭 레슨을 받거나 연습을 해서 기초실력을 탄탄히 다지고 필드에 나가기를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골프가 정말 빨리 늘 수 있는데, 그 기초가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라운드를 나가는 분이 많아요. 그러면 돈만 들고, 즐겁지도 않으면서 실력은 자꾸 떨어지게 됩니다. 필드에 나가는 기준을 정한다는 게 조금 조심스럽지만, 골프는 14개의 클럽이에요. 그 14개의 클럽을 마음 편히 다 칠 수 있을 때, 그때 필드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중급자분들은 어드레스를 거울로 많이 자주 확인하세요. 어드레스는 그립, 스탠스, 볼포지션, 어깨, 무릎 방향인데요, 어드레스라는 게 라운드를 많이 나가다 보면, 자꾸 변합니다. 왜냐하면 연습장은 평평한 땅에서 치는데, 실제 필드는 높낮이도 다르고 샷을 접하는 상황이 연습장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기본 어드레스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어드레스가 바뀌는 게 처음엔 0.1mm에서 결국 1cm, 5cm, 심하게는 10cm까지 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스윙이 망가지는 것이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스윙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스윙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어드레스가 바뀌어서 샷이 이상하게 되고, 스윙이 달라져 보이는 겁니다. 그러니 매일 거울 보고 1~2분만 어드레스를 체크하시면 될 것 같아요.
상급자분들은 다양한 샷을 구사해 보세요. 한 가지의 클럽으로 한 샷만 치는 게 아니라, 한 가지 클럽으로 3~4개의 샷을 치면 샷감이 생긴다고 할까요? 골프가 더 재밌어지거든요. 선수들은 이른바 ‘채를 가지고 논다’고 하는데, 그렇게 다양하게 샷을 치시면 골프가 더 재밌어집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은퇴한 지도 오래 되었고, 한국보다 미국에서 활동한 시간이 훨씬 많아서 저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지금까지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많은 분들이 골프를 사랑해 주시는데, 외국에서는 보지 못한 모습들을 한국 골프장에서는 아직 많이 보거든요. 그래서 골퍼로서는 기본에티켓과 매너를 지켜 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갤러리로서도 선수들을 배려하고, 서로 양보하는 골프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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