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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떨고있니, 동쪽지진 동공지진

지진? 동공지진? 이웃 섬나라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다. 수년 전 발생하였던 쓰촨성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지진 소식이 몰려올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제 지진은 우리에게도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해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이 흔들렸고 심지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마저 1주일 연기되었다.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경주의 규모 5.8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거대한 자연의 불가항력은 우리 인간들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최민수의 마지막 순간처럼 바들바들 떨어야만 했었다. 그러나 지진도 지구 곳곳에 일어나는 일종의 자연현상인 만큼 음악가들은 때로는 경외심에서 때로는 담담한 마음으로 지진을 음악으로 승화시켜 왔다.


일본만큼이나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진도 노래 속의 자연스러운 은유 대상이었다. 저 유명한 “Rock around the clock”의 대대적인 히트를 통하여 록커빌리의 대명사로 떠오른 Billy Haley는 1954년 두 번째 히트곡으로서 흥겨운 블루스록 “Shake Rattle and Roll”를 선보인다. Big Joe Turner의 오리지널 버전보다 조금 더 빠른 템포로 “Get outta kitchen rattle those pot and pans”이라고 외치면서 그는 마치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부엌에서 뛰쳐나와야 하는 지진 대처 방법을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록의 전설 Led Zeppelin도 캘리포니아의 지진을 놓치지 않았다.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Jimmy Page는 여성을 찾아 헤매는 록발라드의 서두를 장식하기 위하여 캘리포니아의 지진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면서 “Going to California”를 완성한 바 있다. 이 노래와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는 믹싱 작업을 위하여 캘리포니아의 녹음 스튜디오를 그들이 방문했을 당시 마침 샌디에이고 근처에 큰 지진이 일어나서 밴드 멤버들이 혼비백산했다고 한다.

 


지진의 강도에 따라서는 거대한 재앙이 발생하여 수많은 사망자와 이재민들을 발생시키고 사방에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2010년 아이티의 대지진은 아프리카 구호 이벤트 “We are the world”의 25주년 기념 재단의 정관 목적을 변경시켜 놓았다. 제이미 폭스의 내레이션을 서두로 Justin Bieber가 “There comes a time~”으로 노래를 시작하면서 1985년도 ‘USA for Africa’가 전세계에 불러일으켰던 감흥은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의 품을 향하여 다시 파고들기도 했다.


지반이 좌우로 때로는 아래 위로 흔들리고 심할 경우에는 땅이 갈라지는 지진은 결코 경험하기 싫은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지진이 가져다주는 현기증만큼이나 어지럽고 정신없이 상대방에게 빠지는 연애의 느낌은 몇 번이고 경험하고 싶은 설레고 드라마틱한 순간일 것이다. 다리를 덜덜 떠는 댄스스텝이 저절로 그려지는 Elvis Presley의 1950년대 클래식 “All Shook Up”, Carole King의 저 유명한 1970년대 Tapestry 앨범에 담긴 인기곡 “I Feel the Earth Move”는 사랑에 빠지는 심정을 지진에 비유하면서 아름답게 그려냈다. 영국 출신의 Labrinth는 2011년 그의 데뷔 앨범에서 래퍼 Tinie Tempah와 함께 작업한 “Earthquake”를 선보이면서 지진이 낼 수 있는 소음만큼이나 시끄러운 힙합댄스곡으로 영국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느낌처럼 파티 현장을 달구었던 이 노래 덕분에 그는 무명 뮤지션을 벗어나 천지개벽하듯이 스타덤에 올랐다.


지진은 노래의 세계에서도 사랑의 불안정한 느낌 또는 인간관계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비유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지진에 흔들리는 마음만큼이나 네티즌에게는 민감한 소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년에 발생한 경주의 지진 소식을 들은 어느 인터넷방송 BJ가 나름 재치를 발휘하여 채연의 “흔들려”를 틀었지만 네티즌의 공감은 커녕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그 동안 지진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가요의 소재로 차용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작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진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도 자연스러운 이야기거리가 되었고, 발라드그룹 포맨은 올해 10월 “Earthquake”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그 자연스러운 현상을 이어갔다. 3년 5개월 만에 발표한 그들의 6번째 정규앨범 ‘REMEMBER ME(리멤버 미)’에서 포맨 특유의 서정적인 음색을 파란 가을빛에 담아 인기몰이를 재가동했다. “~Got me crying 제발 한 번만 ♬ I wanna see the light 제발 하루만 알아봐 줄래 기다려 볼래 ♪”로 이어지는 포맨의 후렴구는 한없이 아름다웠지만, 막상 포항에서 이 노래를 듣기에는 무척 민망할 수밖에... 포맨은 이제 돗자리 멍석을 깔아야 할지도 모른다. 엄청난 지진 그리고 수능 연기를 한 달 전에 미리 예언을 했으니 말이다. 이보다 한참 전인 2015년 제이환은 “지진이 나”라는 발라드곡에서 이별 후에 일어나는 남자의 심경 변화를 마치 지진이 나는 것처럼 아프다고 노래부르기도 했다.


이제는 지진이 나는 것 같은 이별 아픔보다 포항지진 이재민의 아픔을 더 생각해야 한다. 동공지진에 그치지 아니하는 우리나라의 지진 현상에 “나 지금 떨고 있니” 최민수보다 더 가슴 떨리며 마음을 졸여야 하는 2017년의 현실이다.

 

이재경 교수
●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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