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행복을 찾고 있죠.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행복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찾는다기보다 막연히 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행복의 속성과 실체를 모른 채 혹은 잘못 알고 있는 채로 찾는다면 결국 못 찾거나, 찾아도 실망할 수 있습니다.
늘 또는 문득문득 저를 포함하여 마음이 아픈 분들을 위해 행복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매사에 질문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끌어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돈 많이 벌어 은퇴해서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일 안 하고 사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죠. 그것을 꿈꾸다가도 막상 은퇴하면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져 고독해지고, 불행해질까봐 은퇴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돈은, 만약 돈이 없었으면 무시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기 편한 도구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럴듯한 해결책일 뿐, 본질적인 해결은 아닙니다. 없거나 적으면 바로 불행해지니까요. 더구나 그 기준도 상대적으로 정해져서 ‘일희일비’가 숙명입니다. 세계 100대 부호에 들지 않고 상대적 빈곤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아마 100대 부호 안에 드는 사람들도 그 안에서 상대적 빈곤을 느끼고 있고, 심지어 1등도 상실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경제학에서 상대성 원리란 핵폭탄만큼이나 무섭습니다.
지금 그 분들 걱정할 때는 아니고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이들을 포함한 부호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속성은 ‘행복을 상품화’해서 고의적으로 행복의 우선순위를 ‘물질의 소유’로 왜곡시켜 놓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망하니까요. 그들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상태와 현재의 소유에 만족하지 못하게 끊임없이 우리를 들볶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질 수 없는 행복만을 좇게 만드는 자본주의 환경에 기를 쓰고 역행해야만 행복에 가까운 상류에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휩쓸리거나 순응하는 순간 불행의 바다에서 표류하거나 타인(자본가, 대중)의 그물에 걸려 잡아먹힙니다.
물론 최소한의 돈은 필요합니다. 다만 최소한의 기준이 상대적으로 결정 지어지거나 자꾸 높아집니다. 행복은 남과 같을 수 없습니다. 획일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상위층이나 대다수가 가는 길이 맞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대체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불행하지 않은 것이 행복한 것일까?

행복을 위해 우리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안정적인 일과 직장을 추구하고, 그를 위해 학벌과 스펙을 갖추려고 하죠. 하지만, 안정 또한 개개인의 관점일 뿐입니다. 안정적이라고 믿었던 직장과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배신할 수도 있습니다. 학벌과 스펙을 쌓으며 행복을 위해 차근차근 암벽을 오르다 보면, 남들은 헬기를 타고 훨씬 쉽게 행복에 도달하는 것 같아 힘 빠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안정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위해 안정은 필수 조건이 아닙니다.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행복은 찾을 수 있습니다. 사막에서도 밀림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더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길이 없는 곳에서 행복의 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며 안정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면, 그냥 딱 ‘불행하지 않은 인생’으로 삶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해답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고요?

정말 다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해답을 알고 있다면,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알고 있는데 다다르기가 힘든 게 아니라, 모르고 있기에, 다다르는 방법도 모르고, 그래서 안정만 추구하며 불행을 피하는 선에서 적당히 만족하고, 행복은 그저 ‘신포도’라고 생각하고 단념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행복은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두 번째 결론, 불행을 피하는 것(=안정)이 행복은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일까요?

행복은 추구하면 멀어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란 영화에서 ‘행복을 찾아 여행’하던 정신과 의사 헥터가 마지막으로 만난 코먼 교수는 강의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 모든 건 다 올라가고 있어요. 그런데 행복은 추락하고 있지. 하지만 행복 자체를 잡으려하면 행복은 달아나요. 반대로 딴 일에 몰두할 때 말하자면 집중하고, 몰입하고, 교감하고, 영감을 받을 때, 혹은 춤을 출 때 우린 행복을 경험하죠. 우린 행복의 추구보단 일종의 부수적인 효과로 뭘 추구할 때, 얻어지는 행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다” 쉽게 말하면 행복은 제사를 지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는 젯밥과 같습니다. 하지만, 젯밥에만 관심이 있으면 정작 중요한 제사를 망치게 되겠죠! 제사를 망치면 과연 젯밥이 맛있을까요? 이처럼 행복은 우리 삶에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본질을 캐다 보면 생기는 부산물인 것입니다. 따라서, 행복이란 추구하면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얻어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 또는 불행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지도 않으니 구태여 “난 행복을 추구한다”라고 목표할 필요도 없지요. 이 말은 “난 건강을 추구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질병을 추구하는 사람 있나요? 건강은 운동이나 좋은 음식, 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얻어지는 것이지요. 추구할 수 없고, 추구할 필요가 없는데도 추구하니 점점 더 멀게, 얄밉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되짚어 보면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안정을 바탕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행복을 추구한다고 달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돈, 안정, 행복, 이 세 가지를 추구하면 불행하지 않은 삶 정도에서 인생이 끝날 겁니다.

행복하려면...
자아가 몰입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세요!
타아와 교감하고 영감을 받으세요!
그러면 행복은 오지 말래도 졸졸 따라 옵니다.
 

참고: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유투브채널 〈책그림〉, 알랭드보통 『철학의 위안(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장철수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