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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

 

13년간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우연찮게 항상 선임 변호사로 일하게 된 덕에 많은 후배변호사들을 채용하고 함께 근무하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같이 근무하였던 후배변호사만 30여 명 정도이고, 채용과정에서 면접을 보고 대화를 나누었던 변호사만 거의 200여 명이 되는 것 같다.
지원자들의 모습에서 과거 나의 모습을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나와는 다른 생각 또는 나보다 더 큰 비전과 법학적 소양을 갖추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가진 분들도 알게 되었다. 최근 사내변호사 직역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사내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 등에 대해 소개되는 내용들이 많다.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은 기본이고, 조직에 대한 적응력, 직장인으로서의 성실성 등으로 대부분 그 내용이 귀결된다. 그러나 필자의 실제 경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원자의 “공감능력”이었다. 공감능력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할 수 있겠지만, 다른 말로 사회성이고, 조직 용어로 말하면 조직융화력 정도로 표현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앞서 말한 사내변호사의 덕목 중 조직에 대한 적응력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공감능력이라는 것은 사내변호사가 조직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덕목을 갖추기 위한 필요수단(능력)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내변호사제도가 활성화된 지는 최근 10여 년이 안 된 것 같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여전히 자격증을 가진 특수집단으로 사내변호사가 그 동안의 조직문화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사내변호사는 전문성이라는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동료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법률적 조언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질적 집단으로 경계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사항, 본인들이 해야 할 실무적인 판단까지 법률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사내변호사에게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사내변호사는 그들을 이해해야 하고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조금은 불합리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이처럼 공감능력이란 단순히 성격이 좋다거나 겸손하거나 대인관계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포용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는 회사를 퇴직하고 개업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생존경쟁이 치열하다는 서초동 변호사로 개업하여 걱정과 우려도 많았지만 서서히 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공감 능력은 회사생활에서뿐만 아니라 현재의 나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고객과 상담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사내변호사 시절 외부 변호사(로펌)와 미팅했을 때의 경험, 즉 회사(고객)의 대리인이었던 경험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고객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상담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공감은 모든 영역에 필요하며 이를 깨닫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공감이라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 그냥 들어 주고, “네네” 해 주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 쉽진 않다는 거다.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들은 천차만별하다. 처음 만나서 처음부터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대방도 상대방만의 생각이 있고 공감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은 절박하거나 아니면 궁금하거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소연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다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대부분 하소연의 내용을 끝까지 인내하여 듣지 못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예단하고 법률적인 판단부터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허윤규 변호사
●법무법인 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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