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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s maketh man!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는 동네 불량배들의 무례한 언사를 듣자마자 펍(Pub)의 문을 잠그며 다음과 같은 대사를 날린다.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다가오는 불량배들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가르쳐 주겠다는 콜린 퍼스의 독백 다음 장면들은 매우 통쾌하다. 처절한 응징은 복수감정의 완벽한 실현을 보여주면서 사이다와 같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진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부조리들을 보며 분노하고 가슴이 꽉 막힐 때가 많지만 문을 잠그고 사람을 때려서 시원하게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고, 결코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Manners maketh man!”을 외치며 가해자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데 요즘에는 회사 내 갑질과 괴롭힘 문제가 특히 그렇다.
세계 3대 철학자, 세계 3대 음식점같이 어떤 분야에서든지 3대를 붙이길 선호하는 일본에서는 회사 내 3대 괴롭힘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고 한다. 불쾌한 성적 발언이나 신체 접촉, 접대 강요 같은 성적인 괴롭힘을 의미하는 세쿠하라(Sexual Harrassment), 이른바 힘희롱으로 불리며 상사의 직원에 대한 폭언 등 괴롭힘을 의미하는 파워하라(Power Harrassment), 임신한 여성에 대하여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마타하라(Maternity Harrassment)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우리의 현실은 위 세 가지 유형의 괴롭힘이 백화만발하듯이 펼쳐지고 있는 듯하다. 상사들의 폭언과 폭행이 문제된 사건들이나 사내 성폭력 사건들,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모성보호를 회피하는 부당노동행위 사건들은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상상 밖의 형태로 벌어지며 충격을 안겨주고 있고, 이러한 행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상적 사회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피해자들의 처지는 안타까움을 넘어 슬픔과 분노의 감정까지 불러온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에도 만연하였으나 쉬쉬하고 넘어갔던 일들이 개인의 권리 의식 신장과 법제도의 점진적 발전 등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일부 대기업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만 기업들은 이른바 윤리경영을 내세우며 회사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하고 문제발생 시 진상조사와 징계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갖추어 가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법조계는 위와 같은 문제들에서 자유로운가? 개인적으로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서글프다. 최근까지 법조계에서 벌어졌던 세쿠하라, 파워하라, 마타하라 모두 인터넷에서 간단한 기사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고, 개인적 경험이나 지인들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여기에 더해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과도한 노동 등 관행처럼 여겨지던 것들도 심심치 않게 보거나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변호사 근로분쟁 조정센터를 설립하여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도 특별위원회 등 각종 사업을 통해 변호사들이 겪는 고충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일가정양립 법조문화상 시상과 같이 바람직한 근로문화 정착 활동에 나서는 등 여러 가지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고,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이 지속되리라 믿는다. 다만, 그 노력의 효과가 조금 더 구성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강하고 실효성 있는 사업의 추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부터 성희롱 하지 않고, 힘희롱 하지 않고, 모성을 보호하고, 바람직한 근로 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킴으로써 사회적 모범이 되고 존경을 받는 직업군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이 오롯이 실현됨으로써 결코 영화에서처럼 “Manners maketh man!”이 울려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승현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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