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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사건에 관한 몇 가지 단상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편의상 ‘공단’이라고 함) 소속변호사로 일하면서 일반 로펌에서 통상적으로 다루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소송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수한 것이 난민사건 소송대리 업무이다. 이러한 사건은 공단 내에서도 거의 서울중앙지부 소속 변호사들이 맡게 된다. 이는 대부분의 난민사건이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되고 있는데 공단 내부 규정상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된 행정사건은 서울중앙지부에서 맡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대략 40건 정도의 난민사건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러한 특별한 경험을 다른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난민소송은 난민불인정처분취소 소송을 의미하는데, 사건 흐름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➊ 난민신청자가 한국에 입국한 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➋ 행정청인 출입국관리사무소(주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출입국관리사무소장 명의로 난민불인정처분을 하게 되면, ➌ 난민신청자가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관할 법원에 제기하는 식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다만 난민신청자는 바로 난민불인정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보다는 그 전에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이의신청을 하고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그 때 비로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의 경험상 2016년 이전에는 난민인정신청부터 난민불인정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될 때까지, 즉 전심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그러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난민사건에 대응하기 위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면접조사 담당인원을 증원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 및 법무부에서 심사절차를 신속1)하게 진행한 결과, 최근에는 대체로 난민인정신청 시로부터 1년 이내에는 전심절차가 종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전심절차를 거치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리는 데다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판결이 확정2) 될 때까지 다시 2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많은 수의 난민사건은 분쟁이 시작되는 시점으로부터 대략 4년이 지나서야 종결되었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명백히 난민인정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일단 난민인정신청을 하고 한국에 수년간 체류하면서 불법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게 되는 문제3)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난민사건에는 위와 같이 어두운 단면도 있지만, 본국으로부터 인종, 종교, 국적,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찾아온 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 난민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편 난민사건에서 적용되는 근거법령을 살펴보면, 국내법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국제법인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른바 ‘난민협약’)이 있고, 국제법인 난민협약의 국내이행법률로서 제정된 난민법이 있다.


난민법은 2012. 2. 10. 제정되어 2013. 7. 1.부터 시행된 법률로서 그 역사가 매우 짧다. 그 이전에는 1994. 6. 30.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난민인정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여 난민제도를 도입하였으나 2000년까지 난민인정자가 한 명도 없어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4) 2013. 7.부터 난민법이 시행된 이후 난민제도에 전기가 마련되었고, 2016년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난민으로 인정된 자는 672명5)이라고 한다.


위 숫자를 어떤 이는 생각보다 적다고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생각보다 많다고 느낄 것이다. 여하간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가위상이 높아질수록 난민인정신청을 하는 외국인은 늘어날 것이고, 대한민국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질수록 난민으로 인정되는 외국인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민사건 의뢰인과 면담할 때 주로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은 왜 많고 많은 나라 중에 대한민국을 선택했느냐’인데 종종 ‘한국이 살기 좋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살기에 안전하기 때문에’라는 대답을 듣곤 했다. 과연 의뢰자의 답변이 어느 정도 맞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뢰인 중에 아프리카 부룬디6) 출신 의뢰자와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의뢰자는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이웃이 행방불명된 사건, 공포적인 분위기에 누군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고향 상황,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3선 연임 등을 얘기했다. 수십 년 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시간이 흘러 지구 반대편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도 놀라웠다.


아쉽게도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에는 아직 난민불인정처분이 취소되어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가 없다. 이 점은 소송을 통해서 난민지위를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민소송에서 승소하기 어렵다고 해서 난민소송 의뢰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난민사건을 통하여 변호사의 첫 번째 사명인 ‘기본적 인권 옹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도 의뢰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각주)

1) 신속하게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난민심사절차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 대법원까지 상고하는 경우를 상정할 때
3) “불법 체류자에 돈 받고 허위 난민신청 대행…3명 실형”, 2017. 12. 1.자 연합뉴스 기사 참조

 

 

 

 

 

 

강문혁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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