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새내기 변호사로 첫발을 디딘 날이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중견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제법 시간이 흘렀다. 내가 처음 변호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도, 기업거래를 자문하거나 기업법률실사를 진행하거나 낯선 거래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들이 두렵고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변호사들의 세계에는 법과대학에서도 사법연수원에서도 전혀 배워보지 못한 일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그 동안 변호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선발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새내기들의 실무 교육에 대한 목마름은 아직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법조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새내기가 노련한 고참과 같이 일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 차이가 단순히 실전 경험의 부족이 아닌 양성 과정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보다 내실 있는 준비 과정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행 법조인양성제도를 외부에서 들여다보는 실무가의 시각으로, 개선 내지 강화가 필요한 법조실무 과목들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법조실무교육 과목의 다양화 및 세분화

(1) 법률상담실무
변호사들의 업무는 의뢰인과의 상담으로 시작된다. 자문을 하든 소송과 같은 법률절차를 대리하든,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파악하여 답변을 하는 과정은 모든 변호사들이 피할 수 없는 업무다. 의뢰인의 표현력이 부족하든 낯설고 복잡한 거래에 관한 것이든 일단 상담을 시작하면 문제를 파악하는 것은 변호사의 몫이고, 이것을 못하면 변호사는 의뢰인이 필요한 답을 줄 수 없다. 이처럼 상담은 모든 변호사 업무의 단초이므로, 변호사교육 과정의 첫 단추도 “법률상담실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인 법률이론을 공부한 후라면 이혼이나 상속, 채권회수, 노동이나 주주총회/이사회, 행정절차, 형사고소 및 수사, 헌법소원 등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학생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형식으로 상담연습을 하게 하여 구술회의에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고양하도록 하면 좋겠다.

(2) 법률의견서 작성실무 및 재판실무
자문분야에서는 법률의견서의 작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교육 과정에서도 다양한 법률 및 거래분야에 걸치는 법률의견서 작성연습이 필요하다. 의견서는 개인업무보다 공공분야나 기업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므로 공법과 기업거래분야를 중심으로 의견서 작성연습을 하되, 구술답변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상세한 내용들을 다루게 하면 “법률상담실무” 과목의 심화과정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재판실무는 학생들로 하여금 개별적으로(실무교육의 획일성이나 단체 견학으로 인한 시간 및 장소의 제한을 피하기 위하여) 거주지 인근 법원의 민사 및 형사 재판을 수시 견학하고 변호사 대리사건의 진행사항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후 보고서로 제출하도록 하면 좋겠다. 학교 외부에 실무지도 변호사를 지정하여 학생마다 하나 이상 사건의 재판과정을 소제기부터 선고 시까지 관찰한 후 과제물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3) 기업자문 연습
변호사들은 기업의뢰인들의 준법절차뿐 아니라 거래의 향방을 자문하기도 하고 기업의 내부정책과 규정을 마련하거나 사업 프로젝트의 절차와 구성을 짜 주고 법률적 위험을 진단해 주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관하여는 아직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포괄하는 다양한 기업의 내부정책과 규정들을 작성하는 연습을 해 두면 실제 업무에서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재무제표와 회계장부, 세법과 상업등기 절차, 상장회사의 각종 신고와 공시 업무들을 교육하고, 합병 및 주식인수와 같은 거래는 기업실사를 포함한 모의 기업양수도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한편, 거래 향방이나 위험진단 및 사업프로젝트 자문은 단체수업으로 하기에 대상분야가 너무 다양하므로, 학생이 선택한 분야에 관하여 다른 단과대학이나 대학원과 연계하여 관련 강의를 듣고 연구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시험은 기업 내부규정의 해석이나 일정 유형의 사업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 합병 절차 설명 등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4) 협상 및 계약작성 연습
우리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협상을 대리하는 경우는 아직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사내변호사들이 늘고 있으므로 기업거래분야부터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본다. 협상은 모든 거래의 시발점이므로, 대립 당사자로 구성되는 수개의 모의협상팀을 구성한 후 용역제공, 물건의 판매, 분쟁합의, 공동사업 등 특정 주제에 관한 협상을 연습하게 하면 좋겠다. 모의협상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면 계약작성 연습실무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 나아가 이렇게 작성된 계약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다른 팀의 학생들로 하여금 지적하게 한 후 해결방안을 답변하게 하거나 모의 조정/중재/재판의 주제로 삼으면 위험진단 및 분쟁해결 연습까지 연결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유형의 계약서를 연습해 볼 수 있도록 하려면 가능한 한 여러 팀을 나누어 서로 다른 유형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의협상이 계속되는 동안 학생들의 대처 과정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거나 협상결과를 옮긴 계약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게 하여 수업과정을 시험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5) 대관업무
대관업무는 광범위한 분야에 무수히 포진해 있는 법률절차임에도, 아직 우리 변호사들이 많이 소홀히 하고 있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해당분야의 법률 외적 전문성을 필수로 하는 탓에 변호사의 업무로 일반화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변호사 수가 늘고 업무분야가 세분화됨에 따라 대관업무 대리도 좀 더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다만 대관업무는 각 분야별로 많은 차이가 있어서 해당분야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건설업허가 등 비교적 규모가 있고 흔히 알려진 분야를 단체수업으로 연습한 후 해당분야 기업 내지 정부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실무수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들이 각 선택한 분야의 가상 인허가신청서 등을 제출하게 해 보면 어떨까 한다. 시험은 단체수업으로 공부한 분야의 가상 신청서를 작성하게 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다양하고 세분화된 실무교육을 위하여는 교과 과정의 보완과 개선에 앞서 실무 교수진의 증원이 선결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의사들인 것처럼,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수들 또한 법조실무가여야 보다 목적에 적합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예비변호사들에 대한 실무교육의 내실을 기하려면 수업과목을 반드시 변호사시험 과목과 연계시켜야 한다. 아직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변호사시험 과목을 제쳐두고 변호사가 된 후 할 일을 준비하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 언급한 바와 같은 실무교육을 하는 경우 변호사시험 과목은 소송 및 수사절차에 필요한 각종 서류의 작성에 더하여 법률상담 및 협상실무(면접형식으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와 법률의견서 작성, 정관이나 기업규정 작성 및 기업거래 관련 논술, 계약서 작성을 포함하게 하고, 대관업무는 건설/에너지/식품의약 등 각 분야별로 선택하여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면 좋겠다.

채정원 변호사
●법률사무소 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