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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회사에서 사는 법

어느덧 법원에서 나와 인하우스 변호사로 일한 지 6년째가 되어 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룹 법무 부문으로 입사했지만, 지금은 한 계열사의 특허센터장으로 수 년째 일하고 있다. 법무 부문의 사내변호사가 하는 일은 일반 변호사의 업무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도 여전히 법무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특허 조직의 업무는 R&D나 사업과 더욱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법무적인 성격이 다소 약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로서의 특색이 있는 업무보다는 조직관리나 기획, 전략 등의 일반적인 회사 업무가 필자의 주 업무가 된 지 오래다.

한편으로는 예전에 일하던 것처럼 사건의 사실관계, 주장을 정리하고 법리나 판례를 찾아 결론을 내고 수십 페이지씩 판결문을 쓰곤 했던 것과 같은 수고스러운 일들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기는 하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러다가 무늬만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가끔 남몰래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법률신문을 본다든가 혹은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자료도 시간을 내서 읽고는 한다. 그나마 업무와 관련되어 진행되는 특허 사건이나 계약 건 등을 접하기는 하지만 센터 내 유능하고 부지런한 직원들이 외부의 훌륭한 변호사들과 함께 실무적인 일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로, 필자로서는 보고나 리뷰를 통해 한 번 걸러진 상태로 사건을 다룰 수밖에 없다. 사실 그 사람들만큼 내용을 잘 알 수도 없는데 오히려 오지랖 넓게 아는 체를 하면 행여라도 사건을 망칠까 싶어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소심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지난 경험이 전혀 기여하는 바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법조인으로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서면으로 풀어낸다는 다소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사고와 소통의 틀을 익힌 것이 회사라는 조직에서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많은 회사들이 그러하듯이 하나의 중요한 판단이 있기까지는 내부적으로 많은 토론과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주장을 펴고 반박하며, 다시 재반박하는 일은 변호사들이 흔히 법정에서 접하는 일상의 모습과 본질적으로 많이 다르지 않다. 법정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추어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잘 정리해서 함축적으로 말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오해하지 않도록 단어와 문장의 선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평소 생각이나 반박 내용을 사전에 예상해서 대비해야 하는 것도 필수이다. 때로는 입증책임 원칙에 따라 근거가 부족해서 분루를 삼킬 때도 있다. 재판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상사나 결정권자의 스타일과 심중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의 업무라는 것이 단순한 논리만을 갖고 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사업가의 본능과도 같은 감이나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 그렇지만 사내변호사로서의 고유한 판단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자기 논쟁의 과정을 거친 후에 가장 설득력이 있다. 오늘 회의에서는 또 어떻게 나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갈지 고민이 되는 하루다.

 

 

 

 

 

 

민경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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