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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영화, <타임투게더>

헤드헌터인 주인공(배우: 제라드 버틀러)은 헤드헌팅을 성사시키고자 고객, 경쟁자들과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며 승승장구하는 사람이다. 그는 열정적으로 일에만 매진하여 뛰어난 실적을 올렸고, 그 결과 차기 사장 후보자에 오르게 된다. 사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경쟁자를 뛰어넘는 우수한 실적을 올려야 하는 그 때에, 주인공은 자신의 아들이 백혈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평상시 업무에만 몰두하여 처로부터는 “당신은 집에 잠만 자러 오는 것 같다” 는 이야기를 듣고, 종양으로 인하여 튀어나온 아들의 배를 보고도 아들이 운동 을 게을리 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던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 보고, 아들과 시간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토록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던 일을 내버려 둔 채.

일에만 매진하던 워커홀릭 가장이 겪는 갈등과 후회는 이미 상당히 진부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법조계에도 이미 워커홀릭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집까지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자고, 가족들이 회사로 옷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는 그리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다. 가끔 퇴근해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키가 몇 센티미터 더 자라 있더라.... 가족 누가 통 안 보여서 어느 날 전화해보니 입원실에서 받더라.... 결혼식 날짜를 잡았는데 와 달라고 연락을 돌릴 친구가 없더라.... 연인과 데이트를 하다가 파트너한테 업무지시가 와서 그 자리에서 회신하고 보니 어느 순간 연인은 집에 가고 없더라.... 등 등,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위 일화의 주인공들과 이 영화 속 주인공이 다른 점은 오직 하나이다.

주인공은 아들이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아 자신의 삶을 되 돌아보지만, 많은 변호사들에게서는 이러한 극적인 반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위 사례들은 어떠한 상황에서건 치열하게 노력하는 변호사, 목표를 향하여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적극적인 변호 사의 모범사례가 되어 회자되곤 한다. 

결코 열정적인 변호사들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각자에게는 자신의 사정이 있는 것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한정된 시간을 무엇에 할애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가 선택할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단지 돈을 더 벌거나 직장에서 승진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부과된 업무를 완벽하게 마치겠다는 책임감, 지금 열심히 일하면서 실력을 닦아 더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 좋은 결과를 내고 느끼는 성취감, 업무에 대한 보상으로 가족들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기대 등, 가족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의미있는 가치를 추구하며 일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다만, 적어도 일에 매진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하였던 순간을 두고, 그것이 변호사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라던가 변호사로서 성공하기 위하여 마땅히 지녀야 할 자세라며 주변에도 적극 장려하는 일은 앞으로는 줄어들어 야 하지 않을까? 소중한 사람들은 항상 우리 곁에서 우리를 이해해 주려 하고 우리를 배려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들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의 빈자리가 찾아왔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고, 그 때 느끼는 후회와 상실감은 늦은만큼 더 크게 마련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 그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쉽게 지나쳐버리기 쉬운 것인데, ‘프로’라면 마땅히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까지 하는 것은 변호사들의 미래에 너무나 큰 마음의 부채를 예약시키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에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변호사님들, 특히 의욕이 충만 한 신입변호사님들께 조심스럽게 이 영화를 권하곤 한다. 전형적이고 개연성 이 부족한 줄거리 때문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보기는 어렵겠지만, 제라드 버틀러가 병든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짓는 표정 속에 담긴 행복, 후회, 초조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뜯어보면서, 오로지 업무에 매진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한 열혈 변호사들의 신화들이 과연 유일하게 믿고 따라야 할 길인지, 내 자신이 그 길의 끝에서 기다릴지도 모르는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의문 정도는 가져볼 수 있지 않겠는가.

어쩌다 나가는 모임에서 이제는 ‘가족과 친구에게 미안하지만 성실한 변호사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그런 비정한 이야기가 아닌, 자기 가족이 미소 짓던 순간을 설명하면서 행복하게 웃는 그런 변호사님들의 모습이 조금이나마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 (감독 : 마크 윌리엄스, 국내 개봉일 : 2017. 11. 16., 원제는 A Family Man이다.)

 

 

 

 

 

 곽정엽 변호사

●법무법인 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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