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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시간의 변론

요즘과는 달리 필자가 법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민·형사 외의 다른 전문분야를 접하기가 쉽 지 않았고, 특히 조세사건의 경우는 그 진입장벽이 높았다. 따라서 필자로서는 서울행정법원, 대법원 조세조 총괄재판연구관과 수원지방법원 조세전담 부장을 거치며 7년 동안 많은 조세사건을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특별한 혜택이었음이 틀림없다. 이를 바탕으로 조세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가 된 지, 다시 7년째가 되었다. 조세사건은 국가의 과세권을 다투는 것이라서 승소하기가 쉽지 않은데, 필자가 변호사로서 항소심 에서 ‘하루 7시간의 변론과 3번의 재판’으로 극적으로 승소한 조세사건의 특별한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필자가 변호사로 처음 담당한 조세사건 중 하나가 골드뱅킹 사건이다. 골드뱅킹이란 고객이 은행에 원화를 입금하면 은행은 금시세 및 환율을 기준으로 금을 그램(g)단위로 기재한 통장을 교부하고, 고객이 해지하면 그 선택에 따라 원화나 실물 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금적립계좌 상품이다. 이때 고객이 골드뱅킹 거래를 하면서 금시세의 상승으로 얻은 이익이 소득세법상 배당소득 과세대상인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과세관청은 골드뱅킹 거래를 고객이 금가격에 연동하여 기획한 금융상품에 가입하여 투 자하면 은행이 투자금을 재투자하여 헤지·운용한 후 그 수익을 분배하는 거래로 이해하였다. 따라서 위 이익은 금의 가격변동과 연계하여 미리 정하여 진 방법에 따라 이익을 얻기 위한 계약상의 권리를 나타내는 일종의 파생결합증권에서 얻은 이익이고, 집합투자기구(펀드)로부터 발생한 이익과 유사하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배당소득세 과세대상으로 보았다. 
필자는 제1심 단계에서는 회계사 자격이 있는 김수희 변호사 등과 소송팀을 구성한 후 이 사건을 맡아 배당소득세 및 파생결합증권과 관련된 법리검토를 시작하였다. 골드뱅킹은 그 태생 자체가 문란한 금지금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은행을 통해 그램(g) 단위까지 금매입을 하도록 국가가 만든 은행상품이고, 따라서 금실물 없는 금의 양도거래로서 과세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또한 당초 소득세법은 증권 거래법상 파생결합증권에 대하여만 과세하기로 한 것인데, 금을 매입·매각하는 골드뱅킹 거래에 있어서 금 매각 시의 시가는 미리 정해진 방법이 아니고 금의 시세 차이로 얻은 이익은 증서로부터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필자는 연혁적이나 법리적으로 골드뱅킹은 파생결합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선 강조하여 소장과 관련 증거를 제출하면서 소송업무를 진행하였다. 제1심 재판 시 원·피고의 변론, 증인신문과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졌다.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공개 법정으로 원·피고 PT에 의한 구두변론, 재판부의 질문과 답변, 쌍방 구두공방이 이어지는 등 마치 한편 의 드라마와 같은 재판이 이루어졌고, 공개법정을 참관한 법대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는 등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결국 제1심에서는 골드뱅킹 거래로 얻은 이익이 파생결합증권으로부터 얻은 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을 받았다. 제1심에서 승소한 후 배정된 항소심 재판부가 법 정 변론을 강조하는 재판부로 유명하여 긴장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재판부로부터 장문의 석명준비명령이 송달되었고, 이에 나타난 재판부의 궁금사항에 대하여 철저히 준비하면서도 어떻게 변론이 진행이 될지 긴장한 상태에서 제1회 변론기일에 들어갔다. 재판부의 첫 질문부터 예상하지 못한사항이었고 그에 대한 답변이 쉽지 않았는데, 재판부로부터 원고의 사법상 거래가 소비임치인지, 은행의 회계처리가 실물 금 매매나 소비임치의 법률관계에 부합하는지, 은행의 재무재표상 금예치 계정은 금 실물이 있는 것인지, 실제 은행이 영국은행에 원고의 금 실물을 보유하고 있는지, 은행이 운용수익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골드뱅킹의 실질과 관련한 법리와 사실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치밀한 질문이 쏟아졌다. 오전 10시부터 재판이 시작되었으나, 재판부가 당일 재판을 종결하자고 요청하여 쌍방 대리인 모두 오후 재판이나 회의 등 일정을 전부 포기하고 오후까지 변론이 이어졌고, 결국 그날은 하루 종일 변론이 진행되어 저녁 7시에 종료되었다. 당시 필자와 소송팀이 느낀 재판부의 심증은 골드뱅킹이 파생결합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한 법리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어서, 결국 그대로 결심이 된 다면 원고 패소로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이에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한 번의 변론기회를 더 달라고 요청하여 겨우 받아들여졌지만 재판부가 허락한 시간은 단 2주 일뿐이었다.  
그날부터 소송팀을 보강한 후 필자는 국세청 출신의 구종환 변호사와 함께 전담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처음부터 다시 사건을 검토하기 시작하여, 거의 매일 회의를 하고, 2회 변론기일까지 남은 2주일간 밤을 새다시피 검토하였다. 자본시장법과 소득세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의 조문을 연혁별로 또 조문별로 하나하나 비교해서 해석해 보고, 그 당시에 나온 파생결합증권과 관련된 논문을 거의 모두 찾아 보면서 과연 골드뱅킹이 파생결합증권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연구하였으며, 사무실 내 파생상품 전문가들 및 택스팀과도 상의하여 사건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에 증권거래법이 개정됨에 따라 당시 자본시장법상 파생결합증권의 정의규정이 최초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에 포함될 때와 달리 포괄적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소득세법 시행령상 과세요건인 ‘파생결합증권으로부터의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외에 골드뱅킹 상품은 고객과 은행 의 1:1거래로서 고객의 개인결정에 따른 이익일 뿐 집합 투자기구로부터 얻는 지분투자의 대가나 출자지분별 이익이 아니므로 위 시행령 규정의 모법인 소득세법상 과세 요건이었던 ‘집합투자기구로(펀드)부터의 이익과의 유사성’ 및 ‘수익분배의 성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더욱 강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2주일만에 골드뱅킹 거래에서 얻은 이익은 모법인 소득세법상 과세요건인 집합투자기구(펀드)로부터의 이익과 유사한 이익이 아니고, 수익분배의 성격도 없다는 측면을 강조하여 준비서면을 작성하였다. 두번째 변론기일에 출석하여서는 골드뱅킹은 집합투자기구가 구성되지 않고 출자의 반환이 아니라는 점, 만약 파생결합증권을 집합투자기구로부터 이익과 무관하게 모두 과세한다면 모법에 위반된다는 점, 골드뱅킹과 동일한 엔화스왑예금이나 금거래소의 경우 배당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더욱 강조하여 변론하였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도 소송팀의 이와 같은 주장에 수긍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다소 안심한 상태에서 결국 결심이 되었다. 그 후 선고기일 직전에 변론이 재개되어 한 번 더 마음이 철렁했으나 다행히 동일 쟁점의 후속사건들이 있어 같이 선고하려 하였던 것 이었고, 그 이후 1회의 변론기일이 한 번 더 진행된 다음 필자가 강조한 주장이 받아들여져 제1심 판결과는 다른 측 면에서 원고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결국 위 사건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한 번은 하루 7시간의 변론을 하고, 단 3회의 재판으로써 결론이 났지만, 마치 3년간은 재판을 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에 7시간 변론한 경험도 특별한 것이었고, 그로부터 단 2주 동안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여 처음부터 사건을 새롭게 검토하여 다시 정리 한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선례가 없는 첫 사건으로서 소득세법상 배당소득에 있어서 유형별 포괄주의와 관련하여 법리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깊은 사건이었다. 뒤돌아 볼 때 재판부로서도 진정한 사건 해결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던 것이고, 대리인으로서도 사건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한 것이었다. 필자로서는 조세소송이라는 전문분야에 있어서 특별한 노력을 다하고, 법원과 공동으로 노력하여 의미있는 선례를 남기는 훌륭한 결과를 얻어 실로 보람이 있었고, 모든 사건이 이처럼 재판부와 대리인의 공동노력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다면 정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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