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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 테크의 트렌드와 한계:머신러닝은 법원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는가?

 최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발전하면서 법률 서비스에도 머신러닝을 적용하려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리걸 테크(legal tech)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머신러닝이 어느 정도까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얼마나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다양한 법률 서비스 영역에서 머신러닝이 이용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머신러닝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는 것은 변호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인데, 최근 머신러닝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머신러닝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머신러닝은 규칙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사전에 사람이 규칙을 미리 정의하고 설정해야 했다. 반면 현재의 머신러닝은 사람이 규칙을 설정하지 않더라도 데이터를 통해 AI가 스스로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의 구조와 인과관계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해도, 반복적으로 오류를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학습이라고 한다. 머신러닝이 기존 판례를 학습하여 패턴을 파악하면, 새로운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머신러닝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법원 판결을 예측

머신러닝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한 대표적인 학계의 연구로 Katz 교수팀의 2017년 연구가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례 2만 8천 건(1816년~2015년)을 머신러닝을 통해 판례를 학습한 뒤 판례 결과를 예측하였는데, 정확도가 70.2%에 달했다.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이다.
리걸 테크 기업들이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토론토 대학 법대 교수들이 설립한 Blue J Legal사는 노동법과 세법 영역에서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판례를 학습한 뒤,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고 있다. 일례로 세법은 독립적인 사업자와 근로자를 세제상 다르게 처리하고 있다. Blue J Legal사는 600여 개의 관련 판례를 학습하여 근로자성을 결정하는 20여 개의 요인을 추출하였다. 이러한 요인에 기초하여 작성한 객관식 질문에 의뢰인이 답하면, 머신러닝이 해당 사안에서 근로자성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다. 정확도는 90%가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머신러닝으로 법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 소송의 결과가 확실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합의를 하게 되고, 불필요한 소송은 줄어들 것이다. 또한 머신러닝의 예측력이 향상된다면 일반인들은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미리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은 회의 중에라도 머신러닝을 통해 특정 전략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체크한 뒤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무원들도 법규 집행과 해석에 머신러닝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머신러닝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모형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머신러닝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도 있다. 먼저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문장의 맥락(context)과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머신러닝은 반복적인 미세 수정을 통해 오류를 줄여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가 인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가공해야 하며 적절한 머신러닝 모형을 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머신러닝이 세팅된 일부 영역에서만 법원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머신러닝은 다양한 사실관계를 다루어야 하는 민형사 사건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행정법은 적용되는 법조문을 직관적으로 알기 쉽고 사실관계의 패턴도 다양하지 않지만, 민형사 사건에서는 어떠한 법조문이 적용되는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민형사 사건에서는 다양한 법률이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법원이 데이터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판결문뿐만 아니라 소장, 준비서면, 상고장 등 소송에 관련한 데이터 일체를 학습해야 사실관계에서 법원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법원은 PACER를 통해 소장부터 준비서면까지 모든 문서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판결문을 공개할 뿐 나머지 문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측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제한적으로만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머신러닝으로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당분간은 개별 법률 조문에 대해 일일이 머신러닝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법 영역에서라도 머신러닝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머신러닝이 법원의 판단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면, 법률 서비스 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병순 선임연구원
●LG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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