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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로서의 경험

회사 소유 건물에 입주한 입주업체들, 즉 임차인들이 장기간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아 법무팀에 법률자문을 해 왔을 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해지가 최선의 해결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입사 5년이 되어 가는 지금, 계약해지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회사의 정책 결정은, 법률적 문제만이 아닌 계속적 거래관계 여부, 회사의 손익 여부, 계약 해지에 따른 회사의 이미지, 특히 공사(公司)라는 특성에 따른 공익성 문제, 언론의 질타 등다양한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조절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초동을 떠나 회사에 사내변호사로 일하게 된 지 5년이 되어 간다. 어쩌다 보니 이제 7명의 법무팀 내에서 가장 오래된 팀원이 되었고, 이런저런 사건을 접하고 경험을 하다 보니 회사 업무도 나름 익숙해졌다. 우리 회사는 공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이 주된 업무이지만, 공항 관련 종사자만 약 3만 명인 곳에 있다 보니 복잡하고 특이한 사건사고가 많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외국 항공사가 공항시설사용료를 미지급하여 미지급채무를 원인으로 항공기를 압류한 일이다. 외국국적의 항공기라 동산집행의 방법에 의하여야 하는데, 관할법원 재판부도 집행관도 이를 해 본 적이 없고 비행기감정을 할 만한 감정기관도 국내에 마땅치 않아 굉장히 애를 먹었다. 비행기가 있는 곳은 공항 주기장 內여서 집행관이나 감정인, 훗날 매수희망자가 방문할 때 몇 단계에 걸친 출입허가를 받아야 했기에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다행히 매수자가 나타나 매각이 이루어졌지만, 수년간 정박된 낡은 비행기를 인도해 가기도(해체하여 갈 것인지, 별도의 장치를 이용해 끌고 갈 것인지 등)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외부 변호사로 있었다면 겪지 못할 경험이었던 것 같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일은, 최근 TF팀에 참여한 일이다. 사내에 있다 보면, 법무 업무 외에 현업의 업무나 직접 운영부서 업무를 해 보고 싶기도 하다. 법무 마인드를 떠나 통상의 회사업무에 몸담아 보는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 반은 며칠이 지나 몽땅 사라졌다. 정부의 정책 방향, 각 부처의 다양한 요구, 경영진의 의도,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 등 수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매일 매일 터져 나오는 각종 언론기사의 대응까지 겹쳐 그야말로 격동의 8개월을 보내니, 하루 빨리 법무로 복귀해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TF를 떠나면서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내 책임하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법조인으로서 살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그리고 법무서비스 외에는 그닥 소질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회사마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겠지만, 우리 회사는 정부가 주주인 공기업으로서 주무기관과 감독기관, 각종 규제와 정책 등 오만 군데에 시어머니가 계시고, 항상 잘 모셔야 한다. 그래서 대관업무에 참여해야 할 일도 많고,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서 사기업보다 더 결정장애를 겪기도 하고 법적 해결책과 무관한 이야기를 법무팀에서 정리해 주길바랄 때도 있다. 가끔은 성질을 참지 못하고 무분별한 인격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법무가 아직 존중받고 있구나 라고 선해하면 그렇게 못 견딜 일은 아니다. 다행히, 조직 생활은 일찌감치 적응하여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9년을 서초동에서 일하다 회사로 들어오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는 아직 젊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경험으로 득한 지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하기에, 변호사 고유 업무만 하게 되면 겪지 못할 일들을 경험하고 싶었다. 아직까지 이 결심은 옳은 결정이었음을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느낀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려면 항상 초심을 되새기고, 오늘도 새로운 이슈로 팀을 찾아올 동료들을 기꺼이 반겨보겠다.

 

 

 

 



김선희 변호사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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