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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색? 미투본색!!(#MeToo)

 연초 극장가를 강타한 천만관객 영화 “신과 함께”에는 이승의 법이 아니라 저승 법이 나온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사후 49일간 7번의 재판을 거쳐야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까지... 이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권력관계를 막무가내로 악용한 성폭력의 지옥에는 도대체 몇십, 몇백 번의 재판기일이 속행되어야 할까?
작년 10월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폭로 사건을 계기로 미국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언론계, 정치계 등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된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Too)’ 캠페인의 파장은 올해 1월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미투를 지지하는 많은 여배우들이 검정색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을 걷는 퍼포먼스를 통하여 그 파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1월 말의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흰 장미를 가슴에 꽂고 나와 미투의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레이디 가가는 공연하는 도중 음악을 멈추고 “Time’s Up”이라는 미투 캠페인의 구호를 외쳤다. 그래미 시상식의 피날레에는 만년 틴팝스타 케샤가 자신의 전 프로듀서에게 제기한 성폭행 소송에서 패한 후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을 담은 ‘Praying’을 열창하였고, 중견 가수 신디 로퍼 등도 성폭력에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은 흰 옷을 입고 케샤와 무대를 함께하였다. 그만큼, 미국 대중음악계에도 수많은 권력형 성범죄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90년대를 수놓았던 아이돌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인기 멤버 닉 카터는 작년 말에 미투 캠페인의 일환으로 터진 성폭행 폭로 때문에 곤욕을 치뤄야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걸그룹 DREAM의 멤버 멜리사 슈만이 11년 전 닉 카터의 성폭행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하는 와중에 당시 18세였던 멜리사가 22세였던 닉 카터에게 성폭행 당하면서 “닉 카터가 ‘내가 너의 남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욕실과 침실 등에서 자신에게 성행위를 강요했고 응하지 않자 성폭행했다”며 닉 카터가 자신에게 한 행동들을 자세히 묘사하였기 때문에 연예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되었다. 멜리사는 “당시 매니저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지만 업계에서 닉 카터의 영향력 때문에 신고를 포기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록밴드 Red Hot Chilli Peppers에게 2016년경 불거진 성추행 스캔들도 팬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줄리 파먼이라는 음반사 임원이 1990년대 밴드 멤버들과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창고실에서 집단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각 멤버들의 과거 성범죄, 신체노출 및 폭행 전력이 관심사에 오르기도 했다. 우리에게 “I Believe I Can Fly”로 많이 알려진 R&B의 제왕 R.Kelly는 10대 소녀들과의 성범죄 때문에 법정을 들락날락하면서 노래제목처럼 Fly하지 못하고 뮤지션 행로의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이제 헐리우드발 미투를 뛰어넘는 미투 파장이 한반도에 상륙하였다. 어느 여검사의 폭로에서 촉발된 우리나라의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Too)’ 광풍은 연극계를 시발점으로 영화, 방송 등 모든 문화예술계를 순식간에 휩쓸더니 대학가, 기업을 넘어 어느새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까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속된 말로 “한 방에 훅간다”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우리 대중음악계도 미투와 암투, 쟁투, 혈투를 벌이고 있다. 재즈 타악기 연주자 유복성의 성추행이 거론되더니, 재즈드러머 남궁연에 대한 스캔들도 기사화되면서 법적 대응으로 번지고 있다. 트로트계에서도 여자 작사가에 대한 남성 가수의 성추행 피해 폭로가 실명으로 새어나오더니 몇몇 아이돌 남성멤버에 대한 성추문까지도 터져나오고 있다. 아직 이니셜로 각 당사자들이 거론되는 상황이므로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그 후유증은 한참 남아있을 전망이다. 심지어, 인디밴드 씬에서는 밴드 남성멤버와 여성팬 사이에서 벌어진 200여 개의 성폭행, 성추행 사례들이 백서 형식으로 나오기도 했다. 공연 이후나 공연 준비 과정에서 멤버들과 팬들 사이에 더 친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인디밴드계의 생리상 각종 성범죄에 취약하다는 사실은 미투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헤라클레스, 진시황제, 심지어 백제 의자왕 시절에도 만연되었던 남성의 호색 본능은 “영웅호색”이라는 사자성어로 미화되어왔다. 현대에 들어서도 타이거 우즈의 여성 편력,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등 수많은 핑크빛 폭로 공세가 이어졌고, 금세기 들어 미투 운동은 모든 남성들에게 아랫도리 주의경보를 내렸다. 그러다 보니, 일터뿐만 아니라 쉼터에서도 여성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려하는 이른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여성 응대 철칙 “펜스룰”이 남성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남녀칠세 부동석 계몽프로그램이 아니다. 미투 운동은 권력을 향한 평등, 남녀평등을 향한 약자들의 용기이자 고독한 외침이다. 남성들이 무조건 여성을 멀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펜스룰이 부당하게 끼어들어 또 다른 여성차별을 낳는다면 미투는 한낱 가십거리로 전락하고, 정치공작 같은 꼼수에 도구로 악용될 뿐이다. 남성 개개인의 차원을 넘어 집단적으로 펜스룰이 음악계를 지배하게 된다면, 여가수의 꿈도, 여성 음원제작자의 창의성도, 여성팬들의 팬심 마저도 이전보다 더 억울하게 날라갈 수 있다. 미투를 겪으면서 남녀 음악인들 사이의 협업이 성업되어야 하고, 차별없는 공조가 더 공고해져야 한다. 2018년 새봄의 미투는 펜스(Pence)룰의 펜스(담, fence)를 뛰어넘어 더 많은 남녀듀엣, 혼성 콜라보나 피처링들이 새봄보다 더 새로운 생명으로 잉태되어야 한다. 이제는 미투를 넘어 위드유, 펜스룰의 펜스를 훌쩍 넘어 투게더로 ~~

이재경 교수
●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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