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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여정– 블록체인 그리고 메디블록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철저히 모바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필름 사진만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마저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고 있으며, 쇼핑, 비행기 티켓 예약, 심지어 은행 대출까지 모바일로 처리하고 있다. 일상의 많은 영역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추세이다 보니 어느새 USB 마저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조차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모바일 시대에서 여전히 종이와 CD를 고집하는 분야가 바로 의료계다. 환자가 진료를 받은 후 의무 기록 사본을 요청하면 병원 담당자는 의무 기록을 종이로 출력해서 원본대조필이라 써져있는 도장과 병원 직인을 찍은 후 환자에게 전달하고, X-ray, CT, MRI와 같은 디지털 영상 데이터의 경우에는 CD에 저장해서 전달한다. 이제는 CD를 읽을 수 있는 컴퓨터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말이다.
만약 스마트폰의 사진첩처럼 나의 모든 의료기록을 담을 수 있는 앱이 있다면 어떨까. 그 앱에서 스마트폰에 저장된 나의 건강정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가정용 의료기기에서 얻은 혈압, 당 수치, 체온, 체성분 데이터, 그리고 맞춤형 의료 시대의 중심 축이 될 유전체 데이터까지 모두 관리할 수 있다면?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새로운 병원을 방문할 때 나의 과거 의료기록을 손쉽게 전달함으로써 혁신하게 되는 의료 경험이다.
이미 다른 병원에서 한 검사를 중복하는 일이 없어지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병원 밖에서 생성된 나의 여러 건강정보까지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진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검진 후 받게 되는 결과와 의사 소견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챗봇이 부연 설명을 하며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생활패턴에 대해 알려줄 것이며,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다음 정기검진은 언제쯤이 좋을지까지 제시해줄 것이다.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이 얼마만큼의 보험금을 받게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앱이 판단할 것이며, 서류 제출 및 보험금 청구까지 자동으로 처리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특성상 사용목적에 맞게, 그것도 아주 깔끔히, 편집될 수 있다. 나만이 보는 용도의 데이터라면 원하는 방식으로 편집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스마트폰에 저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 청구를 하거나 암 환자 등록을 요청할 경우 백이면 백 거절당한다. 전치 2주를 20주 인 양 위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데이터라도 이 데이터가 위변조되지 않은 원본과 동일한 사본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병원에서 의료기록 사본에 원본대조필과 직인을 찍어주는 것처럼, 디지털 데이터에 ‘도장’을 찍고 이 도장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것이 바로 전자서명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디지털화되어있는 의료 데이터에 신뢰를 불어넣는 것이 바로 ‘메디블록’이 하려는 일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료 데이터를 전달할 때 일반 파일처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전자서명을 첨가하고 이에 대한 이력과 전자서명에 관한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이다.
환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자신의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병원을 방문하거나 보험사 등에 의료기록을 제출할 때 스마트폰에서 사진이나 메일을 보내듯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주체 및 원본과 동일한 사본이라는 것이 확인된 양질의 의료 데이터는 병원, 보험사, 연구기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등에서 연구 목적이나 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블록체인을 통해 이력과 서명에 대한 기록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메디블록’은 상술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의료정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계획 중인 서비스를 제공 가능한지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수의 대학병원들과 함께 가상 데이터를 이용한 개념 증명, 서비스 테스트 및 보안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8년 말에는 플랫폼의 정식 버전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의료 경험을 혁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메디블록은 작년 한 해 동안 서비스 기획, 백서 작성, 그리고 개념 증명을 하며 실제로 구현 가능한 플랫폼과 서비스라는 것을 입증한 후, 블록체인의 원료가 되는 암호화폐를 분배하기 위한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준비하였다. 2017년 11월 중순부터 12월에 이르기까지 약 한 달간 ICO를 진행한 후 성황리에 마쳤으나,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국내에서 ICO를 진행하지 못하고 지브롤터 법인을 통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 서비스를 기획하였던 2017년 초, 국내에는 ICO,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에 대하여 관련 법률이나 근거 조항이 갖춰져있지 않았다. 이런 불확실성이 컸기에 해외 법인을 통한 ICO 진행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사업 전개가 더뎌지고, 국내외 로펌과 회계법인 등에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 ICO가 끝난 현재도 상당한 비용을 세금, 행정, 법률 비용 등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블록체인의 명과 암은 분명하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상황을 피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모두가 미래로 나아갈 때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아무도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처럼, 블록체인이 바꿀 미래를 지금 시점에서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기술이라는 것은 분명하며, 다른 기술과 결합되었을 때 엄청난 시너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메디블록’이 꿈꾸는 모습처럼 이상적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대한 규범을 정리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불명확성과 이에 따른 불안요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미래는 스마트 사회, 페이퍼리스(paperless) 사회가 될 것이다. 종이로 정보를 전달하는 비율은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완벽하게 스마트 기기로 대체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페이퍼리스 사회의 구성원들을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해주고, 그들이 가진 정보와 데이터에 신뢰성을 부여해줄 수 있는 주요한 기술로 쓰이게 될 것이다.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페이퍼리스 사회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경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 기록을 전자문서 형태로 제공하게 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디지털 형태의 의료기록을 법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환자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무 기록 사본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형태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는 활용도가 낮지만 쉽게 제공해줄 수 있으며, 기존의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는 종이와 CD로 의료기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도 조금만 변화한다면 현재 의료기술 수준에 걸맞은 스마트 사회로 나아가는 동시에 관련 산업도 눈부신 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리고 여러 논란 속에서도 많은 인재와 자본이 블록체인 산업에 쏟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이 IT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여러 공룡을 만들어 냈듯이 우리도 이러한 기회를 남들보다 빠르게 잡을 수 있다면 앞으로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에도 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은솔 대표
●㈜메디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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