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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드루와 드루와...

조폭세계의 냉혹한 승부세계를 그린 영화 “신세계”.. 피투성이가 된 황정민은 엘리베이터 안에 주저앉은 채 그를 쫓는 적에게 애타게 외친다 “드루와~드루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하여 터진 드루킹 사건이 두루두루 우리 사회의 치부를 건드리고 있다. 급기야 드루킹 특검까지 발동된 마당에 이 시대의 여론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며, 정치적인 댓글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여론 생태계의 오염된 민낯을 우리는 목격한 셈이다. 포털 기업은 ‘기사 유통’, ‘댓글’, ‘실시간 검색어’의 장사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도 있으며, 소극적으로 거짓여론 형성을 방조할 수도 있다. 드루킹 사건은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MB정부의 국정원 댓글 사건을 포함하여 사이버공간에서 건전한 여론에 대한 훼손 문제는 그 어느 정부에서든지 항존하고 있었다. 매크로 프로그램 등은 정치적 여론뿐만 아니라, 그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각종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특히, 대중의 반응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문화콘텐츠나 연예인들은 댓글에 더욱 민감하다. 소비자가 문화상품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타인의 소비량(차트 순위)이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음악을 들었느냐, 그리고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중 어느 프로그램을 많이 시청했느냐가 문화상품 선택에 중요한 준거로 작용한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소비했다는 자료가 있으면 해당 문화상품의 질을 믿고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손한 의도를 가진 모종의 검은 세력이 문화콘텐츠산업과 관련된 댓글이나 각종 순위에 불공정한 영향력을 뻗치게 된다면, 이는 결국 부당한 이익, 예기치도 않은 피해로 이어진다. 사생팬들의 순위 조작뿐 아니라,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로 인하여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발생하는 비극을 우리는 오랫동안 목격해 왔다. 이제는 단순한 몰표, 악성 댓글의 차원을 넘어 음원차트의 순위 조작도 음원사재기 등의 방법으로 가능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부터 아이돌, 걸그룹의 음원차트 상위권 진출에 대하여 사재기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사재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닐로를 살펴보자. 닐로는 올해 4월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지 한 달 만에, 2년 전에 발표한 곡 ‘지나오다’로 엑소, 위너같이 잘나가는 아이돌을 꺾고 600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닐로에 대한 존재감이 거의 없었고, 비정상적인 상승 추이가 그 직전에 목격되었던 남성 3인조 장덕철의 발라드 ‘그날처럼’의 차트 수직 곡선과 닮아있으며 장덕철과 같은 기획사 소속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닐로와 장덕철은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다. 기획사 측은 효율적인 바이럴 마케팅에 힘입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네티즌들은 석연치 않은 변명으로 치부했다. 닐로의 소속사에 대한 진정을 받아 사재기 의혹을 조사 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 본격적인 조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음원 사이트 등으로부터 확보할 스트리밍 데이터 등 분석을 위해 공공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사안의 민감성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7월 중순쯤 밴드 칵스 멤버 숀의 ‘Way Back Home’도 갑자기 주요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는데, 많은 누리꾼들은 또다시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끄러웠던 닐로, 장덕철의 음원 차트 깜짝 1위 행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순위가 급상승하였고, 아이돌 팬덤이 강세를 보이는 자정부터 1위를 기록하였을 뿐 아니라,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의 역주행이라는 공통점들이 이제 막 날아오르려는 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재기 논란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발라드곡들이 더 이상 아름답게만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음원차트 조작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온차트 정책위원회는 심야 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 올해 7월 초부터 멜론, 지니, 벅스 등 6개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오전 1~7시 사이에 차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빌보드차트나 UK 음원순위차트의 선정 방식에 대한 공정성 시비, 조작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특히, 2014년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는 출시가격의 전략적 인하 등 각종 마케팅 기법으로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는 음원차트의 허와 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TV의 신인등용 프로그램들에서 음원 제작사의 영향력에 따라 순위가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진정한 가치를 지니지 못한 억지스타들이 반복적으로 탄생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Gareth Gates, Will Young, Darius 등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장식한 신인 가수들은 실존하는 팬들의 인기에 기반한 스타가 아니라 기획사의 반짝 기획상품에 불과할 뿐,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방증을 들고 있다. 음악산업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도 이렇게도 뒤숭숭한데, 우리나라의 속사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소통과 신뢰의 격을 한층 업그레이드하여 진정한 민주주의, 공정한 순위문화를 이끌어야 하는 IT와 소셜미디어 등이 오히려 각계각층의 ‘드루킹’들로 인하여 선량한 시민사회에 독으로 작용한다면, 국회의 ‘매크로방지법’, ‘댓글 실명제’, ‘사재기 및 순위조작방지’ 등의 입법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사회 도처에 암약하고 있는 ‘드루킹’들에게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처럼.. ‘드루킹, 드루와~ 드루와~’

이재경 교수
●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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