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복서라면 누구를 생각할까? 홍수환? 장정구? 유명우? 박찬희? 유제두?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김기수’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젠 나도 어언 68세가 되어가니 거짓말 할 필요도 없고 ‘김기수가 누군가?’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 챔피언이 바로 김기수 선수다.

나는 그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학교만 끝나면 한국체육관에 가서 그의 연습을 모두 보았다. 목욕탕까지 책가방을 들고 쫓아다녔다. 그런 김기수 선수가 1965년도 일본의 고라쿠엔에서 가이즈 후미오 선수를 KO로 이기고 동양 챔피언이 되었다.

어머니가 참고서를 사라고 주신 돈으로 나는 장충체육관에서 김기수 선수 복싱 시합을 보았다. 그는 이제 동양에서는 마땅한 상대가 없을 때 나의 영웅이 될 일을 저지른다. 아마추어 시절 로마 올림픽 시합에서 졌던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당시 전적 66전 65승 1무승부) 선수를 1966년 6월 25일 장충체육관으로 불렀고, 김기수 선수는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이 된 것이다. 중앙고 1학년이던 나는 세계 챔피언이 된 김기수의 카퍼레이드를 보고 복서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후 8년. 1974년 7월. 김기수를 바라보던 한 고등학생이 챔피언이 되어 제2대 세계 챔피언으로서 대를 잇는다. 사실 우리는 모두 김기수가 열어놓은 복싱시대 때문에 들락날락할 수 있는 것 아닌가?

2016년 6월 25일은 나에게는 가장 슬픈 날이었다. 김기수 선수의 대를 이어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얻은 후배선수로서 김기수 선수 세계 챔피언 50주년 기념시합을 장충체육관에서 꼭 하고 싶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우상 김기수를 손기정과도 비교하기 싫다. 어쨌든 그분은 일장기요, 김기수는 태극기였다. 체중을 빼고 얻어맞고 때리고 이겨야 하는 복싱이야말로 그 값어치를 더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내 자신을 이겨도 결국은 시험에 붙어야 하고 상대를 이겨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면 전쟁인 것을...

우리는 지금 이런 김기수 같은 스타가 필요한 때에 있다. 우리는 지금 각자의 분야에서 영웅 만들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웅이 된 사람을 박수로 맞이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잘 되기 위해서는 김기수 같은 분들은 잊지 않아야 한다.

나는 아직도 김기수 선배님이 보고 싶다.

홍수환 회장 사단법인 한국권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