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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해상 적하 책임보험 계약의 피보험자에 대한 제3자 직접청구권의 준거법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42599 판결

사실관계 요약

▶ 2007. 5. 콘 로즈호(M. V. Corn Rose) 소유자 콘 로즈 리미티드와 용선자 브라이트해운 사이 콘 로즈호에 대한 정기용선 계약 체결
▶ 알와하 페트로케미컬 컴퍼니가 발주한 공사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던 대림산업은 2007. 6. 공사 설비·자재를 태국 램차방 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주베일 항까지 운송하는 내용의 계약을 브라이트해운과 체결하고 선하증권 수령(송하인 대림산업, 수하인 알와하)
▶ 운송인 브라이트해운은 2007. 6. 21. 동부화재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Shipowner’s Liability Clause(OnDeck)를 적용한 해상 적하 책임보험 계약 체결
▶ 갑판에 적재되어 운송되던 화물 중 일부가 황천으로 인하여 바다에 떨어져 멸실되거나 해수로 인해 손상되었고, 수하인 알와하 등이 해상 적하 책임보험의 보험자 동부화재에게 제3자 직접청구권 행사
▶ 제1심 원고 일부 승소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2. 24. 선고 2009가합119080 판결)에 불복한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15. 6. 9. 선고 2012나29269 판결) 상고

 

대법원의 판단

1. 보험자에 대한 제3자 직접청구권의 준거법 :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름
 우리 상법은 제3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을 넓게 인정하는 반면(제724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영국법에 따르면 우리 상법과 달리 피보험자인 운송인이 도산한 경우 등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인정되므로, 이 사안에서 제3자 직접청구권의 준거법부터 우선 확정해야 한다.
 이 사안은 외국적 요소를 지닌 법률관계이므로 준거법 결정에 국제사법이 적용되는데,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정하지 않았고 국제사법에도 직접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국제사법 규정의 해석을 통하여 정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므4133 판결 등).
 한편 책임보험 계약에서 보험자와 제3자 사이 직접청구권과 관련한 법률관계의 성격은 법률에 의한 병존적 채무인수이고(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다6819 판결 등), 외국적 요소가 있는 책임보험 계약에서 제3자 직접청구권의 행사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그 기초가 되는 책임보험 계약에 적용되는 국가의 법이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해상 적하 책임보험 계약의 준거법인 영국법을 제3자 직접청구권 행사의 준거법으로 판단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

2. 영국법상 직접청구권 행사 요건 충족 여부
이 사건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인 영국법 중 제3자 권리법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제3자 권리법 제1조에 규정된 파산 등 지급불능 상태 등에 있어야 제3자 직접청구권이 인정된다. 하지만 피보험자 브라이트해운이 ‘사실상’ 파산했을 뿐 ‘법적’으로 파산절차 또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상태는 아니었으므로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1. 제3자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
 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해석하는 ‘손해배상청구권설’과 법률 규정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으로 보는 ‘보험금청구권설’이 대립하고, 독자적 손해‘보상’청구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절충적 견해도 있다. 한편 보험금청구권설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과거 일부 판례도 있으나(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6521 판결 등), 그 외 대부분의 경우 대법원은 제3자 직접청구권의 성질을 손해배상청구권으로 파악했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
 물론 손해배상청구권설을 취하면 피해자인 제3자를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첫째, 보험자에게 손해발생에 관한 귀책 사유가 전혀 없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점, 둘째, 책임보험은 보험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를 보험자가 전보하여 주는 것으로서 피해자인 제3자를 위한 보험이 아니므로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려는 보험자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 셋째, 보험자가 제3자에 대하여 채무인수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상법 제659조에 따라 피보험자의 고의로 사고가 생겨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을 면하게 되는 경우에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지급을 거절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점, 넷째, 보험자의 책임이 보험금액 한도 내에서만 인정되는 점, 다섯째, 손해배상청구권설을 취하면 피보험자가 손해를 배상한 후 보험자에게 손해 전보를 구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보험자가 부당하게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점 등을 볼 때 보험금청구권설이 타당하다.

2. 국제사법 제34조 적용
 대법원은 제3자 직접청구권을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보고 제3자에 대한 피보험자의 손해배상 채무를 보험자가 병존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파악한 후, 국제사법 제34조에 의하면 채무인수의 준거법은 인수되는 채무 자체의 준거법이므로 책임보험 계약에 적용되는 국가의 법인 대한민국 법이 제3자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3자 직접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손해배상청구권으로 보더라도, 제3자 직접청구권의 준거법을 정함에 있어 국제사법 제34조 제2항을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국제사법 제34조 제2항은 면책적 채무인수를 전제로 제정된 규정이고 병존적 채무인수에 적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규정이 아니다. 둘째, 대법원은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와 법률에 의한 채무인수의 차이를 간과하였다. 우선 계약에 의하여 인수인에게 채무가 인수되려면 인수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때 인수인은 동의하기 전 여러 요소를 검토하여 판단할 수 있고그 과정에서 준거법 부분 역시 살펴볼 수 있다. 반면 제3자 직접청구권의 경우에는 보험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제3자가 보험자에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처럼 둘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대법원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3. 국제사법 제7조 적용
 원고들은 상법 제724조 제2항이 국제사법 제7조에서 말하는 ‘준거법에 관계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에는 준거법과 관계없이 상법 제724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제사법 제7조의 ‘국제적 강행규정’이란, 당사자가 합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음은 물론 준거법이 외국법일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 ‘국제적 강행법규’로 해석된다. 그런데 제3자 직접청구권이 피해자 보호에 기여하지만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사익’에 관한 것이므로 사회질서 유지 등 ‘공익’을 위한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서울고등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나16900 판결). 따라서 준거법과 관계없이 상법 제724조 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대법원의 판단에 동의한다.

4. ‘선택적 연결’을 통한 피해자 보호 강화
 판례 사안에서 원고들이 실제로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독일 민법 시행법 제40조 제4항 및 스위스 국제사법 제141조를 근거로 불법행위의 준거법 및 계약의 준거법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인정된다면 제3자의 직접청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별도의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현행 국제사법 규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수호 변호사
● 법무법인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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