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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변호사들의 정보 공유와 교류의 장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2018 IBA 연례회의 참가 보고서

IBA 연례총회란

국제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이라면 IBA라는 약자가 낯설게 들릴지도 모른다. IBA는 ‘세계변호사협회(the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이하 IBA)’의 약자다. IBA는 1947년 설립된 국제 단위 단체다. 세계에 있는 법률가들 사이의 정보 교류, 법률가 직무 수행의 독립성 수호, 법률가의 인권 보호와 인권회(Human Rights Institute, HRI) 활동을 위해 설립됐다.
IBA는 생각보다 그 규모가 크다. 2018년 현재 170여 개 국가에서 190개 이상의 변호사 단체, 인원으로 치면 8만 명이 넘는 개인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IBA 소속 변호사는 자신의 활동과 흥미 분야에 따라 다양한 소위원회에 가입할 수 있다. 각국의 법률가와 교류하며 별도로 학회를 열기도 한다. 농업법, 기술법, 가족법, 미디어법, 자금세탁 등 79개에 달하는 다양한 소위원회가 있고 그 밑으로는 또 분과소위원회가 있다. 과연 이런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있을까 싶은 분야도 전세계적으로 놓고 보면 상당한 수가 모일 수 있나 보다.
IBA에서 가장 큰 행사는 매년 9~10월쯤 열리는 연례 회의다. 전 세계에서 변호사 6천~8천 명이 참가한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곳곳에 안내문이 붙어 있고 시내에서 택시만 타도 기사가 “변호사?”라고 물어볼 정도다. 연례회의가 2014년 일본에서 열렸을 때는 아베 신조 총리가 기조연설을 했다고 한다.

 

IBA 연례총회에 참가하게 된 과정

나는 2018년 10월 7일부터 10월 12일까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22회 IBA 연례회의에 참가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실무경력 10년 이하 청년변호사의 국제적 역량 강화를 위해 참가비를 지원해주신 덕분이었다. 서울변회에서는 이찬희 회장님, 유철형 부회장님, 염용표 부회장님, 서상윤 제2국제이사님이 본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2019 IBA 연례회의는 9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회장님과 부회장님들, 제2국제이사님은 연례회의에 참석하여 각국 변호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회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IBA 연례총회 프로그램

로마 공항에 도착하여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의 추억에 잠길 시간도 없이 바쁘게 숙소로 향했다. 총회 첫날인 10월 7일에는 새로이 총회에 참석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저녁은 유럽의 사교모임다운 웰컴 파티였는데, 장소는 로마 남동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알도브란디니 빌라였다. 16세기의 교황 클레멘트 8세가 1595년 조카인 피에트로 알도브란디니 추기경에게 하사한 건물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 사유지라 출입 자체가 쉽지 않은 곳이기에 흔치 않은 기회였다. 나를 비롯한 변호사들은 빌라 곳곳과 정원에서 예술품과 공연을 감상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하였다.
정식 총회의 첫날인 10월 8일 월요일에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다양한 세션이 진행됐다. 세션은 안건분야와 전문성에 따라 1시간에서 3시간 단위로 짜여 있었다. 각자 본인의 관심 분야에 따라 자유롭게 세션을 드나들 수 있는 분위기였다. 오전에만 30개 정도의 세션이 진행되었으니 그 규모가 대단했다.
세션에는 흥미로워 보이는 주제도 많았는데, 견고한 정신적 구조물과도 같은 법률이 새로 나온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늘 흥미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기술 소위원회(Technology committee)가 개최하는 세션에 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일부이지만 이번에 내가 참여했던 기술 소위원회가 주관한 세션의 안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IT시스템에 대한 정부의 접근(Government access to IT systems)’
'블록체인 관련 법적 책임 그리고/혹은 원장 생태계[Liability in blockchain and/or distributed ledgers ecosystem(s)]’
'ICO-기술이 금융을 만날 때[Initial coin offerings (ICOs) - technology meets finance]’
'데이터에 대한 접근 - 성장 사업에 대한 기회와 위협(Free access to data : opportunities and threats for growing business)’
'해킹당하셨습니다 : 누구의 탓인지 및 파생되는 책임 (You have been hacked : who to blame and what responsibility it entails)’
'양측에서 본 클라우드 : 2.0과 그 너머,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Clouds from both sides : Cloud 2.0 and beyond, time to get comfortable with the inevitable)’

세션에 들어가기 전에는 각국의 법령 소개나 진행 사건 정도를 이야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보니 의외로 로펌, 기업의 입장에서 해킹/클라우드/데이터관리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대보다 전문적인 내용이 깊게 다루어지지 않는 느낌도 있었는데, 업계에서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변호사라면 기본적이라고 느낄 법한 내용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5~10명쯤 되는 패널이 발표를 하는 세션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대화 시간을 지체시킬 정도로 논란이 될 내용은 애초부터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띈 건 2018년 5월 25일부로 시행된 유럽연합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에 대한 관심이었다. 유럽과 미국의 변호사들은 새로운 법이 가져온 파장에 다들 긴장하는지 발표나 토론 중간에 GDPR을 언급하는 변호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11년 3월부로 GDPR 수준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어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다들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다양한 세션이 IBA의 전부는 아니다. 나처럼 세션에 최대한 참여하는 변호사도 있는 반면 각국 변호사와의 교류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변호사도 많았다. 낮 시간 동안 회의장 한켠에 마련된 테이블석에서 타국의 다른 로펌과 만나며 혹시 가능한 업무협력이 있는지, 앞으로 교류할 요소가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변호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나도 몇 명의 외국 변호사와 알게 되었다. 인도에서 온 마니시 팔리왈(Manish Paliwal), 프랑스의 필립 드루이(Philippe Drouillot), 이탈리아의 다니엘 페레티(Daniel Ferretti) 등은 30대 변호사들인데 최근 개업했다면서 해외 로펌과 교류하여 앞으로 사건을 수임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인지 각국의 변호사와 하루에도 몇 번씩 친목 회의를 가졌고, 세션에서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률시장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자연스럽게 해외 로펌과의 교류를 모색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모양이었다.

저녁이 되면

IBA 연례회의의 밤은 낮 동안의 진지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네트워킹 행사가 활발하게 개최된다. 첫날 밤에는 웰컴 파티, 마지막 날 밤에는 클로징 파티, 회의기간 중에는 매일 저녁 각 로펌과 법률 서비스회사가 개최하는 리셉션 행사가 열렸다.
리셉션 행사 일정은 미리 공지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주는 초청장을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낮 동안 세션을 들으며 변호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오늘 저녁에는 어느 리셉션에 가나요?”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정보를 확인하면서 그날그날 갈 곳을 정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리셉션 파티 장소는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정하나 싶을 정도로 화려하거나 남달랐다. 영화 촬영장이나 로마의 유적지에서 리셉션을 여는 주최측도 있었다. 내년 서울 연례회의에서도 서울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섭외해야 할 것 같았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변호사들 중에서는 2019년 IBA 서울 연례회의에 반드시 오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싸이, BTS 등을 언급하면서 전통과 현대가 함께 교차하며 발전하는 한국에서의 회의가 기대된다는 이들의 말이 단순한 공치사같지는 않았다. 상당수의 변호사가 한국 고객의 사건을 수행했거나 서울에 출장으로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법률시장도 세계화의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다녀와서

1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리무진 버스 안에서 이메일을 열자 이미 이메일이 많이 와 있었다. IBA에서 만나서 명함을 교환하고 새로 알게 된 해외 변호사들에게 온 메일이었다.
메일은 놀랄 정도로 정성스러웠다. “만나서 반가웠다”같은 식의 형식적인 문구를 보낸 변호사는 없었다. 잠시 꺼냈던 농담까지 언급하는 등의 정성을 들인 메일이 많아서 내심 감동하기도 했다. 몰타에서 온 어떤 변호사와 세션 중간 쉬는 시간에 블록체인에 대해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그는 그 이야기를 잊지 않고 몰타의 블록체인 입법 법령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 메일을 보내 주었다. 기술 소위원회에서 만난 어느 영국 변호사는 나의 질의를 기억하고 “구두 답변으로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더 자세한 답변과 발표 슬라이드를 보내주기도 했다.
매일 이어지는 일정을 따라가다 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각국의 변호사와 공통의 관심사를 주제로 교류했다. 그 과정에서 대형 로펌은 물론 중소형 로펌도 법률시장 세계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체감했다.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기술의 변화를 다른 나라의 동료 변호사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다.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교훈과 위안이었다.
2018년 IBA 연례총회 참가비를 지원해 주신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다른 청년변호사들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김경진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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