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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바람부는 날 집을 짓는다

2018년은 미투의 불길이 전 세계로 번졌고,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과 함께 남북회담, 북미회담 등 그간 꽁꽁 얼어있던 소통의 장에 훈풍이 불어 온 한 해였습니다. 남성성 중심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욕구의 상승과 소확행, 워라밸, 욜로 등 자존의식과 개인의식이 높아지고 사회정의를 구현해 가는 사회 각 부분의 노력에 대한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권익구제를 위해 30여 년간 옴부즈맨 활동을 지속하며 행정분야에서 법 집행이 바르게 되는지 살피고, 갈등관리와 제도개선을 통해, 인간애를 가지고 바른 시각으로 눈앞에 닥친 억울함들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니 빠르지는 않아도 행정과 제도는 변함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옴부즈맨 제도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지점입니다.

옴부즈맨제도는 국가별로 헌법의 특수성과 정치·역사적 경험에 따라 조금씩 변형시킨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옴부즈맨이라는 용어가 고충민원을 취급한다는 공통의 의미를 내포하고는 있지만 국가에 따라 대리인, 중재자, 호민관, 보호자 등과 같이 조금씩 다른 명칭과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1)

옴부즈맨의 대표적 특징인 시정권고는 강제 집행력은 없으나, 조치결과 통보요구권, 언론에 대한 공표권, 정치·행정적 최고 책임자에 대한 보고권 등으로 사실상의 집행력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결국 옴부즈맨은 서비스 지향적이며 국민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무를 다하도록 하기 위해 행정기관에게 시정권고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지지할 뿐만 아니라 행정과 시민 간의 대화통로로 작용하고, 처벌이 동반되는 감사제도와 차별화하여 “부드러운 법률(soft law)”적용을 통해 강제력에 의존하지 않고 행정의 변화를 도모한다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세금·이행강제금·과태료 부과에 대한 다툼, 개발제한구역관리 과정 중에 발생하는 원망, 산업단지와 택지개발등 대규모 개발사업 실시 중에 발생하는 보상문제 등 집단갈등, 어린이집을 비롯하여 각종 복지시설의 재인가 과정상에 발생하는 일관성 문제, 또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중앙과 광역에서의 예산 결정과정을 거쳐야만 하다 보니 예기치 않은 사업 지체에 따른 소송에 휩싸이는 현상, 일선 공무원들의 경우 시민들과 만나야 하는 현안의 압박감으로 소송업무 등에 쏟을 여력이 부족하여 패소할 경우 실질적으로 시민 세금이 소송비용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 지역별로 행정과 정책 운영에 차이가 있다보니 형평성에 관한 이의제기가 빈번하다는 사실 등 옴부즈맨이 다루는 사건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관할 업무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치 운영하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국가옴부즈맨과 지방자치단체 관할업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지방 옴부즈맨제도가 존재하고 지방옴부즈맨도 일반행정을 다루는 시민(감사)옴부즈맨과 분야별 전문옴부즈맨으로 구별할 수 있으며, 환경옴부즈맨 성평등 옴부즈맨, 복지옴부즈맨 등이 있습니다.

 2005년도에 권익위법에 최초로 지방옴부즈맨을 둘 수 있는 근거 규정이 만들어진 후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33개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지방옴부즈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자치의 성숙도와 관계된 일인지라 많이 아쉽습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하는 옴부즈맨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행정처리의 견제기구로 작동하는 특성상 선거를 거쳐 정권이양절차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정치바람에 따른 제도자체의 흔들림이 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새들은 바람이 심할 때 집을 지어 더욱 공고히 한다고 합니다.

1809년 옴부즈맨제도가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후 전세계 200여 개 옴부즈맨 기관이 가져온 경험과 성년을 거친 20여 년의 지방자치를 새로이 해석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새로운 과거, 오래된 미래”의 가치를 열고, 공공행정을 시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부드러운 법률을 적용하여 상시 권익구제를 하는 옴부즈맨 제도를 이루길 바랍니다. 또한 제도를 흔드는 바람속에서 집짓기를 계속하여 더욱 공고한 제도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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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를 들면, 스페인, 아르헨티나, 페루, 콜롬비아 같은 스페인어권 국가들에서는 “Defensor del Pueblo”가 옴부즈맨의 직함이다. 스리랑카와 영국에서는 “Parliamentary Commisioner”, 프랑스, 가봉, 모리타니아, 세네갈에서는 “Mediateur de la Republique”, 남아프리카에서는 “Public Protector”, 퀘벡에서는 “Protecteur du Citoyen”, 오스트리아에서는 “Volksanwaltshaft”, 이탈리아에서는 “Difensor Civico”, 잠비아에서는 “Investigator-General”, 아이오와에서는 “Citizen’s Aide”, 파키스탄에서는 “Wafaqi Mohtasib”, 인도에서는 “Lok Ayukta” 가 옴부즈맨의 직함이다.

 






지영림 경기도 시흥시 시민호민관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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