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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가습기살균제 참사

2018년 11월 27일!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90% 이상을 공급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흉 SK 케미칼(현 SK 디스커버리)과 SK 케미칼이 제조·생산한 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애경산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형법 제268조)의 죄로 재고발을 하였다. 그 후 2016년 8월 8일 첫 고발 후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중지된 수사를 재개하라는 검찰청 앞 1인 시위를 한 지 한 달여가 된 지난 1월 4일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25분까지 장장 12시간 25분 동안 고발인 조사를 받고 나오는 그날 저녁 얼굴을 스치는 싸늘한 바람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끝나지 않은 전쟁,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1994년 유공케미칼(현 SK 디스커버리)이 인체에 전혀 무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광고를 하며 판매를 시작한 후 1995년 8월 첫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2006년부터 의학계에서는 원인미상의 소아사망 발생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2011년 4월부터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산모와 태아 및 신생아의 잇단 사망 사건으로 인하여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후 그 해 11월 가습기살균제의 독성이 확인되고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지만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SK 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 옥시RB, 롯데쇼핑, LG생활건강, GS리테일 등은 가습기살균제 독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여 처벌되지 않다가,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검찰에서 전담수사팀이 구성되어 옥시RB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제조·유통사를 조사하여 신현우 전 옥시대표 등이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되었고 2018년 1월 25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흉이자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90% 이상을 판매한 SK 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의 독성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조차 받지 않고 있다가 2018년 9월 환경부의 CMIT/MIT 독성에 관한 동물실험 결과와 많은 전문가의 증언, 그리고 CMIT/MIT 독성에 관련된 국내외 논문을 바탕으로 현재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2017년 5월 28일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 제품 수거 명령 및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진 18년 동안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사용자 수는 350만~400만 명으로 추산되며, 그중에서 건강피해자만 49만~56만 명에 달하고, 그 건강피해자 중 중증피해자만도 4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1일 현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피해자로 접수된 피해자 수는 6,284명(전체피해자 수의 약1.2%에 해당)에 불과하며, 그중 사망자 수는 1,384명에 이른다. 지금 이순간에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끝났다고 말하는가.

1995년 공식적인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후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장장 18년 동안 자신이 도대체 무슨 원인에 의하여 고통을 받고 있으며, 죽어가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채 살아왔던 그 수많은 시간들. 내 자식이, 내 부모가, 내 형제가 그리고 본인 자신이 왜 죽어야 했는지조차도 모르고 죽어간 수천수만 명의 통계에도 없는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막히고, 눈시울이 붉어지며,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2018년 1월 25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은 정작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그 고통의 세월을 참고 견뎌야 했으며, 2011년도에 17명의 산모와 태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협소한 판정기준으로 인해 아직도 피해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여 정부지원도 없이 하루하루를 병마와 싸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있다. 이래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지겹단 말인가? 그만 좀 했으면 하는가? 다 끝난 얘기 더 이상 듣기 싫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이익만을 추구하고 소비자는 안중에 없는 기업문화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안일하게 대응한 국가의 책임이 더 해진 대참사이며, 아직도 고통 속에 살아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끝나지 않는 전쟁인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요구한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전신질환을 인정하고, 가습기살균제 노출확인자들을 조속히 피해자로 인정하고,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기업들을 엄하게 처벌하고, 가해기업의 가습기살균제 유가족 및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및 책임있는 배·보상을 요구하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안일하게 대응한 국가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싶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은 제조물책임법에 관련된 사건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제의 도입과 제품을 만든 가해 기업이 자신의 제품이 안전한 제품임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책임 전환, 마지막으로 소송을 하지 않은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하자 있는 제품을 사서 피해를 본 많은 소비자들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의 조속한 도입을 주장한다.

더 이상 소비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책임한 기업의 희생자가 될 수 없다. 피해자에게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라는 현실에서는 더 이상 피해자가 가해 기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으며,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받을 수도 없다. 우여곡절 끝에 승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기업들은 하자 있는 제품을 판매하여 얻은 이익이 소송을 통한 보상액보다 현저히 많아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기업문화가 여전히 팽배하여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피해자인 원고를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원고 측의 피해를 입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소송이라는 것은 일반 피해자에게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므로, 조속히 집단소송제의 도입으로 선량한 피해자들의 소비자로서의 권리가 폭넓게 구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여전히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끝나지 않는 고통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그들의 피해자로서의 권리가 정당하게 구제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가슴속 깊이 기도한다.

김기태
미국 뉴욕주 변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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