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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무죄판결 받은 사건

2018년도에 1심에서 전부 무죄를 받았고,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그대로 확정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을 처음 수임할 때에 의뢰인으로부터 그의 사연을 들어보니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연관계에 있는 고소인과 함께 서로 현재의 가정을 저버리고 딴살림을 살자고 마음을 먹고 고소인과 막역하게 돈을 같이 사용하고 돈을 벌어서 생활할 생각을 하였는데, 그만 고소인으로부터 “피고인이 고소인을 기망하여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하였다”라는 식의 고소를 당하고, 그 고소 내용대로 공소가 제기되었으니 이를 잘 방어해 달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차근차근하게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연녀였던 고소인으로부터 돈을 받기는 했지만 이는 고소인으로부터 투자금 내지 차용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모두 선의적으로 받았던 것으로, 자신과 고소인이 현재의 가정을 저버리고 딴살림을 차리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서로 돈들이 오고 갔던 것이지, 자신이 해외 호텔에 투자한다는 식으로 기망하여 고소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취지이다. 단지 예전에 해외 호텔과 관련된 투자에 관여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고소인을 알아가기 시작할 무렵에 한 적이 있었을 뿐인데, 이를 가지고 고소인이 기망행위를 하였다는 식으로 덮어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뢰인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에 고소인이 주장하는 기망행위와 관련하여 별다른 부연설명을 하지 아니하고 수사기관이 오해할 만하게 마치 고소인에게 고소인이 주장하는 말을 한 사실이 있다는 식으로 진술하였던 것으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어 있었다.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임의성이 없는 경우 이외에는 증거능력이 부여되고 있기 때문에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왜 위와 같이 마치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진술을 하였냐고 물어보니, 고소인이 자신과의 내연관계도 부인하고 자신이 실제의 목적, 즉, 딴살림을 차릴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고소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식으로 진술하게 되면 고소인의 가정이 풍비박산 날 수 있다고 생각되어, 그나마 한때 내연관계를 유지하였던 고소인의 가정을 보호해주려는 마음에서 자신의 형사적인 불리함에 대하여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위와 같이 진술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소 제기된 이후에도 내연관계에 관하여 절대로 그런 적이 없었다는 식으로 고소인이 끝까지 우기고 오로지 돈을 받기 위하여 자신을 사기범으로 매도하고 있어 억울하니 법정에서 자신의 무고함을 변호해 달라는 것이다.

고소인이 주장하였던 금원 편취행위는 무려 40회를 훌쩍 넘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중에는 소액의 금원, 즉, 10만 원 편취행위도 제법 있는 것으로 기소되어 있어서 의뢰인의 말처럼 내연관계에서 같이 소비하면서 사용된 돈들에 관하여는 쉽게 의뢰인의 억울함을 소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제법 큰 액수와 관련하여 위와 같은 피고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소인과 피고인의 내연관계가 먼저 규명되어야 했다.

고소인이 수사단계에서 피고인과의 내연관계를 완강히 인정하지 않아서 고소인이 법정에서 피고인과의 내연관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술을 도출시키는 것에 골몰하던 차에 내연관계가 아니면 피고인이 알 수 없는 사항들에 관하여 고소인에게 반대신문하니 고소인이 이를 인정하면서 연이어진 고소인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고소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들을 쏟아냈고, 결국에는 다른 증인들의 증언 등에 의하여 고소인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이 드러나 1심 판사님은 공소사실 전체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항소심에서도 고소인에 대하여 재차 증인신문이 있었지만, 결국 고소인의 1심 증언과도 상충하는 증언을 하는 등 고소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더욱 밝혀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어려운 난관, 즉, 형사소송법 소정의 증거능력 부여와 관련된 난관을 극복하고, 1심 및 항소심 재판부로 하여금 피고인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가장 혁혁한 공을 하였던 것은 바로 고소인에 대한 반대신문이었다.

형사사건이건 민사사건이건 결정적으로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의뢰인과의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을 취득하고 이를 잘 정리하여서 이를 법정에 잘 현출하여야 한다. 특히 말밖에 별로 다른 입증방법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에서는 증인들의 증언을 충분히 탄핵함으로써 피고인들의 억울함을 재판부에 제대로 호소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충분히 의뢰인의 고민을 들어보고 합당한 주장인지, 근거는 충분한지, 현재에는 미확보 상태이지만, 추후 확보할 수 있는 증거들은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고, 항상 탐구하려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위 사건을 처리하면서 위와 같은 마음가짐을 많이 가졌다. 비록 내가 하는 일이 고되고 힘들다 하더라도 의뢰인의 결백함을 밝히기 위하여 나름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위 사건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두 번에 걸쳐서 전부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때에 피고인의 억울함을 벗겨주었다는 데에서 많은 직업적인 소명감을 느낀다. 비록 형사사건의 지난함과 그간 많은 경우 ‘재판부가 혹시나 유죄추정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많은 변호사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상황에서, 무죄변론을 의뢰받을 때에 느끼는 변호사로서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고,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수임한 형사사건을 대하면 나름 직업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강인철 변호사
●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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