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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공유

2019년 벽두 서울 강남 어느 잘 나가는 클럽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하지만, 이 사건의 여파는 일파만파 나비효과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클럽 손님과 업소 측 관리인력의 물리적 충돌에서 시작되었으나, 빅뱅 멤버이자 클럽의 운영진인 승리(본명 이승현)의 성매매 알선, 마약 혐의와 함께 슈퍼스타K 출신 방송인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유포, 심지어 경찰 유착, 동료 출연진의 내기골프 사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의 집합체였다. 1989년 아카데미상을 휩쓸은 동명 타이틀 영화처럼 인간군상의 모든 잡다한 욕망과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 의혹을 용광로에 녹여냈으니... 국내 미디어는 물론, CNN, BBC 등 외신들도 K-Pop의 추악한 뒷모습을 다투어 보도하면서, 방탄소년단이 어렵사리 일구어낸 세계적인 한류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닌지. 아무리 잘 나가는 팝스타라도 비디오 스캔들에는 속수무책이다.

199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인 R. Kelly는 소울뮤직의 대명사 마빈 게이의 타계 이후, R&B를 접수한 최고의 흑인 뮤지션이다. 우리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I believe I can fly”를 비롯하여 그가 발표한 무수한 히트곡들은 장르와 지역을 초월하여 세계적으로 7,500만 장 이상의 음반판매량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파리끈끈이보다 더 끈적거리면서도 우리의 오장육부를 향하여 꽃뱀 풀뱀처럼 척척 감겨오는 그의 관능적 음악처럼 그의 지저분한 성생활이 담긴 동영상들이 아직도 그를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1994년 당시 15세였던 흑인 여가수 Aaliyah와의 혼인 연령 미달 결혼이 무효되는 소동을 이미 겪었던 그는 결국엔 2002년 미성년 여성들과의 변태 성관계가 담긴 동영상이 발각되면서 시카고 검찰에 의하여 14개 아동 성범죄 혐의들로 기소되었다. 그는 동영상 속의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자기의 남동생이라면서 완강하게 범죄를 부인하였지만, 대중에게 노출된 동영상의 남자는 누가 보더라도 알 켈리였다. 섹스 뒤에는 모종의 거짓말들이 항상 수반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비디오테이프나 동영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재판에서 피해자 증인은 증언을 거부하였다. 결국, 2008년 알 켈리는 극적으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알 켈리의 무죄 방면을 비난하는 여론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그는 슬그머니 다시 음악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그동안 R. Kelly 소속 음반회사 관계자들이 알 켈리의 성범죄를 잘 알면서도 그가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음반 판매 수익 때문에 고의로 이를 방치 또는 사실상 방조했던 것으로 드러나 미국 음반계의 도덕성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공영 지상파방송국을 포함하여 많은 프로그램들에서 승리나 정준영의 비행들에 면죄부를 부여하였다는 국내의 비난이 여기서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승츠비, 황금폰은 어쩌면 이 사회 어른들과 시청률 압박의 산물인지도...

 2018년 미투운동이 미국 전역을 몰아쳤을 때, 미투운동 단체에서는 알 켈리의 음악에 대한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소셜미디어에서도 #MuteRKelly라는 태그를 퍼뜨리며 그의 퇴출을 요구하였다. 이뿐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의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2018년 5월, 알 켈리의 음원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 것을 비롯하여 애플 뮤직 등 유수의 음원 유통업체도 미국 내에서 알켈리의 신곡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그는 설 곳을 점점 잃어가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 케이블방송국 Lifetime에서 2019년 1월 방송한 “Surviving R. Kelly”라는 다큐멘터리는 6회 분량에 걸쳐 그의 감춰진 범죄사실들과 2008년 무죄 판결의 부당성을 대대적으로 폭로하면서 알 켈리의 사법적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부끄러운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위 다큐멘터리 제작자 및 출연진에 대하여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선포하면서 강력하게 맞섰다. 그러나 IT시대의 정의 구현에는 비디오가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알 켈리가 미성년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가진 동영상들이 새롭게 발견되었고, 2019년 2월 일리노이 주 검찰은 그를 다시 기소하였다. 이번에는 철저한 범죄 입증을 통하여 알 켈리에게 절대로 의문의 1승과 극적 소생 무죄 판결을 선사하지 않겠다는 도원결의와 함께...

 R. Kelly뿐 아니라, 적잖은 뮤지션들이 동영상 때문에 곤욕을 겪었다. 흑인 뮤지션으로는 내한공연도 가졌던 Usher와 전설의 래퍼 故 2Pac 등의 섹스 비디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록스타 중에는 Poison의 보컬 브렛 마이클스와 Motley Cure의 드러머 토미 리가 1990년대 금발 섹스 심벌 파멜라 앤더슨과 각 가진 성관계 동영상들이 경쟁적으로 인터넷을 도배하면서 역관광 당하였다. 2000년대엔 Limp Bizkit의 보컬 Fred Durst, 그리고 Kid Rock의 동영상이 그들이 자초한 악명과 상처에 더 쓰라린 소금을 뿌린 바 있다. 국내에서도 모 양 비디오 등 확인되지도 아니한 동영상 소문이 연예계 안팎에서 시끄러웠지만, 이번처럼 전면적 수사가 벌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변해도 한참 변했다. 모 양 비디오 시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여성인권 신장, 페미니즘과 맞물려 이번 사건은 다른 성추문들과 함께 우리에게 지워지지 아니할 상처자국과 뼈아픈 교훈을 남길 것이다. 섹스와 거짓말은 비디오가 반드시 심판하니까...

이재경 교수
●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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