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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어려움

글쓰기는 어렵다. 시작도 어렵지만 마무리도 어렵다. 소장, 준비서면, 변호인 의견서, 법률의견서 등 법률문서(이하 모두를 칭하여 ‘서면’이라고 함) 작성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글쓰기가 쉽다고 말한 변호사를 본 적이 없다.

법률문서를 쓸 때 수많은 고민을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 같지만 경우에 따라 구분해서 쓸 필요가 있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볼 수 없다’와 ‘보기 어렵다’, ‘추정되지 않는다’와 ‘추정이 번복된다’,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등이 그렇다. 물론 시간에 쫓겨 서면을 쓰다 보면 구분하지 않고 쓸 때가 많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하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변호사는 매일같이 서면을 작성한다. 거창하게 표현하여 서면을 하나의 작품이라고 칭하면, 변호사는 작가나 시인보다 더 많은 작품을 출고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작가나 시인의 작품에 비하면 변호사의 서면 작성은 어렵지 않다(당연히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의미이지 쉽다는 말은 아니다). 어려운 비유나 미사여구를 쓰지 않아도 되고, 있는 사실을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쓰면 된다.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하여 인고의 시간을 거쳐 고민하며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가나 시인의 작품과 같이, 서면에도 변호사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서면을 쓸 때에는 신중하여야 한다. 선배 변호사들이 늘 이야기하듯이 서면은 그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서면에 적힌 한 문장으로 인하여, 작게는 소송의 승패에, 크게는 의뢰인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변호사는 서면을 쓸 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서면을 쓸 때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다 보면, 글쓰기가 두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는 서면을 쓸 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립된 판례가 없고 유사 사례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주장하기 망설여지거나, 그 주장이 다른 이해집단에게 불리하여 그 다른 이해집단이 반발을 할 수 있더라도, 법리적으로 타당하고 의뢰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 주장을 서면에 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의뢰인이 착한 사람이고,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된다고 하여, 의뢰인과 하나가 되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상대방 변호사를 무시하는 글을 써서는 안 될 것이다. 가끔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상대방이 우리 측 의뢰인을 비방하거나 모함하는 서면을 볼 때가 있다. 아직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인지, 수련이 부족해서인지 솔직히 그런 서면을 보면 울컥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악의적 주장을 무시하고 보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두서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쓴 것 같은데, 결론은 글쓰기나 서면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서 글이나 서면을 쓰다 보면, 좋은 변호사, 좋은 글쓴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배상현 변호사
●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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