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날’

문화로 온 국민이 행복해지는 나라, 그것이 ‘문화융성’의 요체(要諦)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서 내건 문화정책의 화두는 ‘문화융성’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로 내세웠는데 문화융성은 그 중 하나입니다. ‘융성’이라는 말의 사전적 해석은 ‘기운차게 일어나거나 대단히 번성함’이니 문화융성은 온 국민이 문화로 행복해지는 나라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폭넓게 확장하여 온 국민이 문화가 있는 삶을 누려 문화로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무회의에서 「문화융성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의결된 후 두 달 후 문화융성을 담당하는 자문기구인 문화융성위원회가 공식출범하였습니다. 문화융성위원회는 발족 후 ‘8가지 문화융성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그 핵심과제는 바로 <1. 문화융성을 이끌 ‘인문가치’ 정립 / 2. 전통문화의 생활화 / 3. 생활 속 문화 확산 / 4.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 / 5. 예술계 자율적 창작생태계 조성 / 6. 문화융합 모델 발굴 및 육성 지원 / 7. 문화가치의 국내외 확산 / 8. 아리랑의 재해석과 국민축제화>입니다. 이러한 정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문화는 꽃이 아니라 토양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꽃이 자생할 수 있도록 자율, 상생, 융합에 기초한 문화예술 정책 틀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화기본법’은 처음으로 국민의 문화향유권 보장과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였다

정부는 문화소외지역인 지역문화예술 진흥을 위하여 법을 보완하여 행·재정적 지원을 집중시키겠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궤도에서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발굴?육성하여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문화소외지역 없이 모든 국민이 골고루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한 ‘지역문화진흥법’과,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고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 초점을 맞춘 ‘문화기본법’을 제정하여 지난해 말 법안들을 통과시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특히 새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구현의 제도적 기반으로서 국민의 문화권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등을 명문화한 ‘문화기본법’은 총 13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는데, 국민의 문화권과 국가적 책무 외에도, 문화의 정의, 문화정책 수립과 시행상의 기본원칙, 5년 단위의 문화진흥 기본계획 수립, 문화 진흥을 위한 조사·연구와 개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국민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을 최초로 명시하였으며, 문화의 정의를 협의의 문화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 개개인의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하여 문화가 교육, 복지, 환경, 인권과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가 있는 날’

지난해가 문화융성의 기반 조성에 힘써왔다면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 1월부터는 국민의 문화향유권 신장을 위하여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여 전국의 국공립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문화시설을 대상으로 전국 주요 문화시설의 무료?할인 관람, 야간 개방, 문화프로그램 제공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한 것은 수요일이 가정의 날이기 때문에 매월 마지막 수요일만큼은 가족들과 문화향유를 함께 하도록 권장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우선, 금년 1월부터 국?공립 핵심 문화시설에 대하여 적용할 계획이며, 이후, 다양한 분야의 문화시설 및 민간분야로 협의를 통하여 확산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빵의 복지’가 아니라 ‘문화복지’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구현하려 해도 전국의 광역시·도 및 기초 지자체와 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만 하더라도 총 176개 지역 문화예술회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지역 문화예술의 거점으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활성화를 위하여 국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충분하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회관 운영비의 대부분은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는데, 운영 환경 면에서 서로 그 차이가 매우 큽니다. 문화예술을 문화복지적인 측면으로 이해하여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해 주는 지자체장들이 있는가 하면, 문화예술을 복지적인 측면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소비와 향유 측면으로만 이해하여 지원에 인색한 지자체장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나간 시절은 나라나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한 나라, 잘 살기 위한 가정을 위하여 매진했던 환경 때문에 ‘빵의 복지(사회복지)’를 우선시하였으나, 이제는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여 선진국대열에 들어선 만큼 삶의 질을 향상(better life)시키기 위한 ‘문화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따라서 지자체장들의 ‘문화복지’에 대한 관심과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역민의 대표기구인 지자체 자치구의회 의원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문화융성 국민행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간에 ‘문화복지’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 성과를 도출해 낸 지자체장들과 지자체에 정부 포상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타 지자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조급증은 일을 망치기 쉽습니다. 모처럼 새 정부가 들어서서 마련한 좋은 정책이니만큼 뚝심 있고 인내심 있게 추진하기를 바랍니다.

김 승 국 상임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