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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 제1편. 두바이 입성 4년,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특별연재 - 제1편. 두바이 입성 4년, 새로운 가능성을 보다.

 

 

“7년의 고생 끝에 찾아온 사법시험 합격과 10년간 사랑해 온 아내와의 결혼으로 행복의 대로가 시작되는 줄 알았으나, 2년간의 군생활은 또 다시 고난이었고 부침은 거듭되었다. 이립(而立)을 지나 경험한 사병생활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당시 사법연수원 지도교수께서는 이런 필자의 상황을 잘 알고 두바이에서의 실무수습을 권하셨고, 고심 끝에 결심했던 두바이에서의 LG전자 변호사 실무수습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자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 원천이 되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김현종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한국 변호사로는 처음으로 두바이로 진출하여 중동아프리카의 법률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김현종 변호사의 경험과 생각을 회원님들과 공유함으로써 국제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취지에서 특별연재 코너를 마련하였습니다.

 


 

아침 6시 눈을 뜨면 아이들 등교를 챙긴다. 아내는 벌써 일어나서 아이들 가방, 도시락, 교복 등 등교 준비를 마쳐 놓았다. 아침을 먹으면서 모바일로 회사 메일을 확인한다. 오늘도 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심호홉을 하고 집을 나선다. 아이 둘을 학교에 내려 주고 8시 출근시각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다.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메일을 확인한다. 작지 않은 이슈들이 여럿이다. 머리가 복잡하지만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8시 30분 팀원들과 간단한 미팅을 한다. 주로 개인적인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리아 출신의 변호사에게는 두바이 인터넷 시티 당국자와 면담을 통해 사무실 이전 가능성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고, 미국 출신의 변호사에게는 UAE 상법 개정에 따른 변화를 확인해 보라고 한다. 한국인 변호사에게는 주요 이슈들에 대한 지역대표 보고를 준비하자고 한다.

 

Outlook 일정을 보니 하루 미팅 일정이 빼곡히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서는 비서가 없으니 내가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해야 하고, 이견이나 충돌이 발생해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바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하여, 우선 본사와 통화를 하고, 급한 메일에 회신한다. 9시 이후가 되면 이란, 사우디, 요르단 등 같은 시간대의 법인과 통화하고, 오후가 되면 알제리, 모로코 등의 법인과 협의한다. 각 법인 및 지점들과 협의를 하고 예정되어 있던 미팅을 마치고 나니 벌써 저녁 7시다. 고민이다. 내일은 두바이 소재 대형 로펌에서 주최하는 경쟁법 관련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니, 오늘 일은 오늘 중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하지만 작년부터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늦어도 8시 전까지는 모든 회사 업무를 끝낸다. 오늘 일을 내일로!”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자고 아내가 이제 한 달 된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잠시 쉬었다 레바논에서 중재재판차 두바이에 온 친구 변호사를 만나러 나간다. 레바논 식당에서 식사와 맥주를 한 잔 한다. 오랜만에 물담배도 하자고 한다. 업무 이야기도 하지만, 자기 나라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 한다. 레바논과 한국은 비슷한 측면이 있으나, 그래도 한국은 레바논에 비해 종교ㆍ문화ㆍ계층 간 갈등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고 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열심히 살자고 서로 다짐한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오니 12시가 넘었다.

 

 

이렇게 4년이 흘렀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해외 출장을 다닌다. 여권에 도장을 찍을 곳이 부족해 추가한 사증도 거의 다 채워 간다. 그래도 아직 가 보지 못한 나라가 많다. 내가 간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니 모든 나라를 가보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체력도 챙겨야 하는데 아직은 괜찮다는 위안을 해본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고, 세상도 나의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10년 5월 1일, 두바이 3터미널 공항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며 10년 후에는 중동지역 전문가가 되어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었는데, 세상은 내 생각처럼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 같다. 당장 무엇인가를 내놓기를 원한다.

 

회사 그리고 업무적으로도 자리를 잡아서 중동아프리카 산하의 법인 뿐만 아니라 본사, 계열사, 심지어는 전혀 연고가 없는 분들로부터도 자문요청을 받는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지만 이제는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옆에 든든한 한국 변호사가 있고, 영문 서류를 책임져 줄 미국인 변호사와 아랍어 문서 및 소통을 담당해 주는 시리아 변호사가 옆에 있다. 두바이 소재 지역본부에 4명의 변호사가 한 팀이 되어 일을 하고 있으니 안정적인 법무 지원을 하고 있다.

 

법무 조직이 아직 낯설던 때에 부임을 해서 법무 조직을 세우고, 그 조직을 통해 회사의 법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가 되었다. 내가 없어도 이 조직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 든든한 후배 한국 변호사가 후임으로서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많은 분들이 두바이를 거쳐 갔고, 나는 이곳을 지키는 터줏대감이 되어 있다. 한국어를 잘하는 변호사가 아닌, 조직에 충분이 녹아 들어갈 수 있고 조직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지역법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실력도 부족하고 네트워크도 충분하지 않지만, 법률 서비스 및 법무 리스크 관리가 전무하던 상황에서 내가 만들어 내고 보유하고 있는 것들이 가치 있어 보인다.

 

 

셋째 아이를 두바이에서 낳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랍인들과 친구가 되어 간단한 인사는 아랍어로 나누고,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단기적으로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들에게도 진심이 통하기를 바란다. 나도 그들이 편하고 그들도 나를 중동의 player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두바이는 이제 제2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오직 비전 하나만 믿고 두바이 땅을 밟았던 청년 변호사가 이제는 또다시 변화를 꿈꾸고 있다. 한국 변호사가 한국어를 이용한 한국법이 아닌 외국에서 외국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첫 직장을 로펌이 아닌 기업에서, 그것도 한국 본사가 아닌 해외 지역에서 시작했고, 조직의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로 시작해서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소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청년 변호사를 어떻게 중동아프리카 지역으로 데려올 것인지와 이 지역의 법제와 문화를 한국으로 전달하는 가교 역할에 대해 고민 중이다. 각 국가별 전문가가 생겨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중동은 석유를 바탕으로 아직도 전 세계 경제의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고, 아프리카는 앞으로 세계 경제의 심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세계 경제의 흐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다. 너무나도 큰 시장이고 아직 열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새로운 기회와 변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 길인지, 그 길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 필요한 것을 지금 나이에 새로 도전해서 성취할 수 있을 것인지, 성취한다면 그 결과를 얼마나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을 것인지…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지만, 변화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또 다른 길을 열어 놓는 것이 먼저 눈길을 걸어간 사람이 따라올 사람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김현종 회원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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