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특별기고
슈트 잘 입고 다니십니까?

____들어가며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 때문에 출근하는 날의 열에 아홉은 슈트를 입게 됩니다. 학생의 교복이나 군인의 제복처럼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변호사에게 슈트란 예의와 격식을 차려 입어야 하는 옷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법령은 변호사가 법정에서 어떠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점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지는 아니하였기 때문에,법정에 출입하는 변호사들의 슈트는 그 색상과 소재 및 형태가 다양할 수밖에 없고, 저와 같은 사람들은 슈트를 살 때 언제나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글에서 저의 슈트 경험담을 소소하게 나누고자 합니다.

____첫 슈트
15년 전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한 면접을 준비하기 위하여 어머니와 처음 백화점으로 슈트를사러 갔습니다. 당시 여러 브랜드의 슈트를 입어보며 슈트와 코트, 구두 등 면접을 위한 옷들을 준비하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템은 슈트였습니다. 대략 10여 곳의 브랜드 옷들을 입어보고 옷을 선택하였는데, 네이비 투버튼 슈트, 화이트 드레스 셔츠, 검정 구두와 푸른색 계열의 레지멘탈 타이 등 면접을 위한 전형적인 옷들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S사의 P브랜드 매장에서 슈트를 구매한 후 『The Classic Taste』라는 복식에 관한 책을 받고 이를 읽어보면서 어떻게 옷을 입는지 처음으로 공부하게 되었는데, 슈트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옷이며, 아울러 지켜야 할 규칙이 많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당시 구매하였던 P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브랜드의 옷을 입고 여러 회사의 면접을 볼 당시, 자사의 옷을 알아챈 면접관과 슈트에 관해서 대화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마 해당 회사에 입사하였다면 진로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____첫 맞춤 슈트
첫 직장에서 엔지니어로 주로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하였는지라, 면접 때 샀던 슈트를 입는 날이 일 년에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갈 때 빼고는 슈트를 입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던 중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며 면접을 위해 다시 슈트를 제대로 입을 일이 생겼고, 4년 전 구매하였던 슈트가 체형의 변화로 맞지 않아(보통은 살이 찌는데, 오히려 10kg 정도 감량하여 전의 옷이 맞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로운 슈트를 구매 하여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당시 집 앞에 있던 프랜차이즈 맞춤 정장 집에서 슈트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맞춤을 하는지라 지식이 많이 부족하여, 매장의 디자이너가 권하는 사양으로 맞추게 되었는데, 완성품을 입어보니 원단도 괜찮고 몸에는 잘 맞았지만, 디자인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첫 맞춤은 실패한다는 속설이 사실로 입증되어 다소 씁쓸하기는 하였지만, 덕분에 슈트에 대해서 다시금 제대로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때 구매한 슈트를 입고 법학전문대학원 면접도 보고, 변호사 생활 초년 때까지 해당 슈트를 입고 출근하거나 법정에
출석하였습니다.

____슈트를 고르는 방법
저는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매일 입는 슈트에 대해서 책과 인터넷을 통하여 공부하고, 여러 차례 경험이 쌓이면서, 적어도 슈트를 입는 데 실패할 확률을 많이 낮추었지만, 아직도 옷을 구매할 때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합니다. 슈트를 마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3F(Fit, Fabric, Fashion)입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본 지면 관계상 다루기가 어렵고 향후 기회가 된다면 각 분야별로 언급을 하였으면 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슈트를 살 때는 입어보고 내 몸에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____결
몇 년 전부터 부산 남포동 꽃할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여용기”라는 분이 있습니다.환갑이 넘는 저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이시지만 그 나이에 슈트부터 캐주얼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 등에 게재하여 재단사라는 본업보다 패션 인플루언서로 더 명성을 떨치며 ‘한국의 닉 우스터(Nick Wooster)’라는 별칭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여용기 옹처럼 핑크색 슈트나 원색의 드레스 셔츠까지 소화할 능력도 자신도 없지만, 적어도 은퇴할 때까지 복식을 지키며 나에게 맞는 슈트를 입고 일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남기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

1 법정에서 입는 법복에 관하여, 판사는 법관, 사법보좌관 및 법원사무관등의 법복에 관한 규칙으로, 검사는 검사의 법복에 관한 규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변호사의 법정 복장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2 EBS 다큐멘터리, ‘인간과 패션’ 참조
3 [엠빅인터뷰] ‘꽃할배’ 여용기 “옷은 내 인생 아이가”

김재문 변호사

 

 

김재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