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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곤 변호사 인터뷰

회보의 새로운 코너 ‘발로 뛰는 변호사’에 첫 번째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영광입니다. 제가 개업을 앞두고 있거나 개업 중인 청년변호사들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해 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서초동의 풍경이랄까,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렇죠. 경쟁도 치열해지고. 이젠 변호사들도 기본적으로 자영업자라는 걸 알아야 해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봐도 알겠지만, 우리는 요리만 배워 가지고 나온 채로 식당을 경영해야 하는 사람과 똑같아요(웃음).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에서는 음식 만드는 법만 가르쳐 줬을 뿐 식당을 차리고 운영하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거죠. 변호사도 경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가사전문법관으로 계시다가 개업한 지도 5년여가 되셨는데요.
이제 판사로 재직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완전한 변호사가 된 것 같달까. 개업해서 1년 정도는 반은 판사, 반은 변호사 같았는데 이제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법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심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않죠. 그런데 이제는 변호사에 머무르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어요. ‘경영자’가 되고 싶은데,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전관으로서 대형 로펌으로 가지 않고 개업을 하셨어요.
법원에 있을 때도 ‘내가 개업을 하게 되면 로펌으로 가지는 않을 거다’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로펌도 어차피 조직이고, 그저 조직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달까. 내 뜻대로 하고 주인으로 살려면 역시 개업을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법원이나 검찰에 있다가 대형 로펌을 가는 걸 선호하는 게 물론 처우가 좋기도 하지만 사실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에요. 보호막을 찾게 된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렇게 있다 보면 벗어날 수가 없어요. 들판으로 나올 수가 없죠. 저는 그냥 들판에서 야생화처럼 살고 싶었어요(웃음). 성공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사실 쓸데없는 고민이죠. 보통사람들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 치킨집을 차리고 카페를 차리고 하는데 그분들하고 비교해 보세요. 우린 자격증이 있잖아요. 사무실 차리는 데 전 재산이 드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랑 전화만 있으면 되죠. 별산제 법인에 들어가서 사무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도 있고 비용도 더 줄일 수 있죠. 결심하기 나름이에요.

요즘 너무 어렵다는 말들 뿐인데요.
5년 전까지만 해도 변호사들이 경영을 잘 해야 한다거나 노하우가 필요하다거나 뭐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전관출신은 사무실만 열면 무조건 잘되고 그랬죠. 대형 로펌은 로펌대로 그들만의 길을 가고, 서초동도 서초동 나름의 시장이 있어서 각자 잘 살아왔죠. 그런데 변호사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영역 침범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혹시 그러면서 시장이 투명해졌다는 생각 안 드세요? 저도 처음에 개업했을 때 의뢰인들이 “담당 재판부랑 친하냐, 연수원 몇 기냐” 이런 것만 따졌어요. 그러면 사실 ‘경영’이런 건 필요 없죠. 하지만 확실히 지금은 그런 게 옅어졌어요. 결국에는 경영이론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할 수 있는 시절이 드디어 온 거죠. 음식점으로 치면 ‘맛’으로 경쟁한다고 할까. 그래서 저는 지금이 참 변호사하기가 좋다고 봐요.

말씀하신 경영이라는 건 어떤 부분일까요?
자기만의 장기,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과 연관이 있죠. 다 경영의 일부거든요. 저는 평소에 경영과 관련된 책이나 TV프로그램을 많이 봐요.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자주 보니까(웃음).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가격이 낮다거나 성실하다는 것도 경쟁력이 되죠. 내 전문성과 장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선택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그렇게 나만의 경영이론을 만들어가야 해요.

개업을 해서 어떻게 전문성을 쌓아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은데요.
내가 파산전문이 되고 싶어서 파산 공부 좀 한다고 그 사건을 꼭 많이 하게 되는 건 아니에요. 결국 그 분야에 어떻게 접근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변호사의 전문성이란 결국 의뢰인과 사건을 통해서 쌓게 되거든요. 전문성이라면 하나는 학문적 전문성, 또 하나는 업계의 전문성이 있어요. 예를 들어 건설사건을 한다면 법리도 잘 알아야 겠지만, 그 업계를 잘 알아야 ‘언어’까지 통할 수가 있어요. 신뢰도 거기에서 쌓이는 거죠. 그러니까 단순히 법리만이 아닌 해당 분야에 대한 접근까지 고민해야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고 봐요.

개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많죠.
의뢰인한테 배우겠다는 각오만 한다면 괜찮아요. 만나고 듣고 물어보고 하면서, 발로 뛰어야 되는 거죠. 그래야 전문성도 쌓이는 거고요. 사실 다른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 정도 노력은 다해요. 법조계가 워낙 둔하고 늦게 발전하는 곳이라서 잘들 모르는 거죠.

여성변호사의 개업은 더 드문 편인 듯 한데요.
여성으로서의 장점을 살려야죠. 그런데 여성변호사들이 가사로 몰리는 건 정말 문제예요. 여성변호사분들도 불만이실 텐데. 오히려 그러면 여성변호사로서의 메리트가 없어져요. 제가 서울가정법원에서 남성으로 가사전담을 하다 보니까 오히려 상당히 경쟁력이 있었어요. 개업을 해서도 남성변호사가 가사전문인 게 특이하게 보이고. 그런데 이제 성별이 뭐가 중요한가 싶네요.

법조계의 변화가 아무래도 늦죠.
저는 사실 다른 분야와 법조계의 차이를 강남역과 교대역의 차이라고 봐요. 강남역 일대와 교대역 부근을 보면 한 20년 차이는 나는 것 같아요. 가장 발전하고 있는 IT 분야도 그렇고 금융업을 보세요. 아주 빠르거든요. 거기가 강남역이라고 치면, 법조는 여전히 교대역인 거죠. 자격증이 있다 보니까 더 안주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조건에서 조금만 노력하면 정말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요? 워낙 변화가 없는 곳이라 더 눈에 띌 거예요. 요식업계에 비유해 볼까요? 피 튀기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법조는 어떤가요? 저는 처음에 사건이 없고 하면 법무사 사무실 가서 명함도 뿌리려고 했었어요. 그게 뭐가 창피하죠? 식당 차린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방식으로도 홍보를 하는 게 당연한데. 이상하게 변호사들은 그걸 못해요. 열린 마음으로 고민을 했으면 좋겠어요.

홍보는 어떻게 하시나요?
주로 SNS로 하죠. 돌아다닐 시간은 없으니까. 가사사건을 주로 하다 보니 아무래도 여성 의뢰인이 많은데, 사실 여성 의뢰인들의 어려운 점이 만족했을 경우 소문을 아주 잘 내주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그 소문 또한 엄청나게 빠르게 퍼져요. 그래서 더 긴장하면서 일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죠. 블로그도 여전히 유용한 홍보수단이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포기할 건 아니에요. 콘텐츠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효과가 있거든요. 개업 초반에는 “무조건 올해는 100건을 올리자”라고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효과가 발생하는 데까지 6개월은 걸리더라고요. 그러니까 홍보에 있어서도 너무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해요.

유튜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유튜브 세대가 아니라 할 생각은 없는데, 너무 유행을 타는 거 아닌가 싶어요. 법률 분야는 말보다 글이 효과가 있다고 보거든요. 차라리 페이스북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블로그도 그렇고. 원하는 사람이 검색해서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제 소개를 받은 의뢰인이 저에 대해 찾아보게 될 때도 좋고. 콘텐츠가 많다면 훨씬 신뢰를 주게 되죠. 페이스북은 친목을 쌓는 데도 좋더라고요. 페친 간에 소개를 시켜주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특성을 알고 시작해야지 남들이 다 유튜브한다고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정도의 마음으로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확실한 목적이 있어야죠.

법관으로 재직하시면서 전문 분야로 왜 가사를 택하셨나요?
형사는 벌을 주냐 마냐로 끝나고, 민사도 고급이론이 많지만 돈을 주느냐 마느냐인데 가사는 인간관계의 진수가 담겨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가사사건을 볼 때마다 새로워요. 민, 형사는 지난 일들에 대한 평가이지만 가사는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고 지금부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달라요. 앞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 모르는 것들에 대한 것이라는 점도 매력이 있고.

가사사건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많은데요.
의뢰인에게 몰입을 하면 안 좋은 결과가 생기게 될 가능성이 커요. 거리를 두고 친구처럼 바라봐야죠. 가사사건의 특징상 의뢰인들은 본인에게 너무 중요한 일이다 보니 하루종일 사건 생각만 해요. 의뢰인이 본인 생각에 매몰되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까 변호사가 계속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줘야 해요. 일상을 살게 해 주는 것이죠. 변호사가 너무 몰입하면 의뢰인의 이상한 생각에 가속페달을 밟아주게 될 수 있어요. 가사사건의 특징은 결론이 평범한데 결론에 이르는 길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기억해야 하죠. 의뢰인에게 있어서 재판 판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되고요. 기본적으로 민사소송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만, 가사사건은 하고 싶지 않은 걸 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요. 변호사가 4~5년이 걸리더라도 열심히 해서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손해를 보더라도 조속히 이혼시키는 게 나을 때가 많다는 걸 깨달아야 되는 게 가사사건이죠.

화제를 바꾸어서 개업 이후 어떤 노력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개업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네요. 비용을 줄이면 되니까. 전자소송도 다 되고 혼자 해도 되고요. 직원도 공유하고. 사건이 적어 시간이 남는다면 영업을 위한 활동을 하면 되는 거예요. 저도 다른 분야 개척을 위한 공부를 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 저는 경매쪽 일을 시작했는데 계기는 별게 없어요. 서점에 경매코너를 가보니까 변호사가 쓴 책이 없더라고요. 그 분야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사무장인 게 현실이라. 그래서 시작했고, 그게 노력이라면 노력이죠.

조금 더 설명을 해 주신다면?
제가 가만 보니까 양발을 다 법에 담그고 있는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예요. 그렇다면 한쪽 발만 담그고 있는 분야가 뭘까하고 생각해 보니 경매더라고요. 그래서 1년 정도 공부를 했고, ‘월요경매회’라는 공부모임도 만들었어요. 모임에는 세무사, 공인중개사, 회계사 다 있죠. 각 직역별로 가지는 시각도 공유하고. 벌써 100명도 넘어요. 이런 식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을 했고, 그러다 보니 부동산사 건도 꽤 하게 됐어요. 물론 ‘내 가사 쪽 전문성이 희석되나’ 라는 고민도 해요. 그렇지만 앞으로 변호사들은 한쪽 발만 법에 담그고 있는 분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노력을 하려 해요.

유사직역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유사직역은 변호사의 경쟁상대가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없어져야 비로소 그 일을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변호사들이 공부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어렵게 합격했다는 것 때문에 유사직역에 대해 여러모로 자존심 상해하는 것도 많은데, 저를 보세요. 전관이 경매도 하는데(웃음). 변호사는 그냥 그들 분야에 진출을 하면 되는 거죠. 빨리 움직여서 빨리 성공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시장의 문이 열려 있긴 하지만 금방 또 닫힐 테니까요. 사람들이 다 하기 전에, 한쪽 발을 담글 수 있는 분야를 정하고 달려야 해요. 일단 시도를 하는 거죠.

롤모델이 있다면?
저는 ‘앙드레김’을 존경해요. 앙드레김이 패션디자이너를 할 때가 1960~70년대였어요.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굉장한 선구자죠. 또 그의 특이한 패션이나 말투가 놀림감이 되더라도 자신의 본모습이라 생각하고 바꾸지 않았고요.
저는 그게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앙드레김이 저랑 비슷한 것도 있죠. 그도 당시 남자가 전무하던 패션디자인을 했듯 비슷한 가사 분야에 진출했으니까.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해서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해도 별 상관없었어요. 나는 장인정신으로 하고 있으니까. 지속성이 중요하고.

마지막으로 ‘변호사들의 수다’라는 모임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친한 지인 변호사들과 ‘변호사들의 수다’라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 한 50여 명이 되거든요. 처음에는 영업노하우, 직원 관리를 고민하다가 이걸 정식 모임으로 만들어볼까 해서 생겼는데, 참여도도 점점 높아지고 사람도 많아졌어요. 최근에는 ‘변호사 학교’를 기획하고 있어요. 개업을 하려고 하거나 하고 있는 청년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어떤식으로 개업을 하고 영역을 탐색하는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그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죠. 지금 열심히 준비중인데, 청년변호사들에게 의미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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