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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사건의 생태계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인류 역사상 첫 핵무기인 트리니티(Trinity)의 실험 성공 직후,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대의 최신 과학 기술의 결정체인 원자력 기술이 미군을 위해 즉시 연구된 후, 실전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끔은 기술의 발전이 두렵기도 합니다.

원자력 기술 외에도 멀리는 하이힐부터 가까이는 드론에 이르기까지, 작게는 전자레인지부터 크게는 인터넷까지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당대의 최신 기술은 군사기술로부터 출발한 경우가 많으며, 그 연구 개발의 속도 역시 독보적입니다.

각국의 군대가 최신 과학 기술을 가장 먼저 연구하고 선점하며, 최신 기술을 바로바로 흡수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로 인해 법 관련 영역 중에서는 군 관련 법률 영역이 기술 발전에 따른 영향을 가장 이른 시기에 받게 될 것이고, 군과 관련된 변호사들과 법률가들은 군과 관련된 형사/행정법리뿐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이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영역을 예측하고 미리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통신 기술의 발달로 선박에 설치된 VMS 장비를 통해 항적을 추적/기록하고 있으며, 저장 매체 및 방수/방염 기술의 발달 덕분에 작은 선박에까지 블랙박스를 설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위 장비들로 수집한 자료와 파고/해류/해무의 빅데이터를 종합하면 3D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해상사고의 원인과 과실을 입증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이미 해군은 해상사고에 대한 과학적 원인 규명을 위해 진해에 ‘해상사고 예방센터’를 개원한 바, 군함 파손 사고나 해군의 대민 피해에 있어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당직자 증인신문이나 항해일지에 대한 분석보다, 해상사고예방센터의 항적 분석 시뮬레이션의 신빙성을 다투거나 블랙박스의 오염 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기술적/법적 공방을 하게 될지 모릅니다.

근미래에 스페이스 X의 계획대로 인공위성 1만 개를 쏘아 올려 공해나 영공 등 지금까지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던 지역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되면 어떨까요? 지금까진 상용통신이 어려웠던 공해상이나 사막의 파병부대에서 SNS를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군사정보를 누설하는 사고가 일어나거나, 테러리스트들이 남극처럼 추적이 불가능한 격오지에서 스페이스 X 위성을 경유하여 ICT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전투지휘체계를 갖춘 스마트 군함을 해킹하려는 시도를 할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 보안사고에 대한 형사/행정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통신추적 영장이 필요할 것이며, 보안업체나 통신업체에 민사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국제소송을 통해 기술적 예견 가능성 및 회피 가능성에 대한 법리 다툼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 해군은 AI를 활용한 수상/수중 무인감시장비를 연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공군은 기상청과 함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기상예보를 준비하는 등, AI나 빅데이터 및 ICT 기술의 군사상의 활용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최신 기술들의 활용 및 정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분쟁은 군사 관련 영역에서 곧바로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리걸 테크의 대표적인 사례였던 디지털 포렌식이 증거법과 형사절차의 체계를 뒤바꾼 것 이상으로, AI나 빅데이터, ICT 기술 등은 새로운 소송 영역과 생각지도 못한 법리의 시발점이 되어 법률생태계를 뒤흔들 것이고, 그 첫 번째 진원지는 위와 같은 군 관련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법조계가 당대의 기술 발전에 따른 환경문제나 사이버 범죄 등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처럼, 기술집약적 군사사건의 문제를 사후적으로 검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사전적 예방절차나 피해 보전을 위한 제도에까지 답할 수 있다면, 군사영역을 넘어 모든 영역에서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세상의 조언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글을 마칩니다.

배연관 변호사
● YK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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